출근할 때 “파이팅” 격려, 똑똑한 AI 비서 하나 들일까

입력 2017-09-2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인공지능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스피커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1. 네이버의 ‘웨이브’(왼쪽 상단 부터 시계방향) 2. KT의 ‘기가지니’ 3. Btv를 제어하는 SK텔레콤의 ‘누구미니’ 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서울 광화문 체험존 4.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김명근 기자·사진제공|카카오·네이버

■ “아리아∼ 지니야∼ 헤이 카카오∼ 샐리야∼”

누구·지니·카카오미니 등 AI 스피커 격전
생활 정보 제공·간단한 감성대화도 가능

영화 ‘아이언맨’에는 ‘자비스’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AI) 비서로 어려운 계산을 척척 해내고, 사람들과 일상적인 농담도 나눈다.

또 다른 영화 ‘허’(her)에는 ‘사만다’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역시 AI 운영체제(OS)인데, 주인공 테오도르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의 화두는 바로 AI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준은 아직 먼 미래 이야기지만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AI의 개념과 기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체스 챔피언을 이겨 유명해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한 ‘시리’라는 서비스부터다. 이후 구글의 ‘구글어시스턴트’, 삼성전자의 ‘빅스비’ 등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AI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요즘에는 AI를 바탕으로 스마트폰만큼 주목받는 기기가 등장했다. 스피커다. 아마존의 ‘에코’로 시작된 AI스피커 열풍은 지난해 말 국내에 상륙했다. 가장 먼저 출시된 기기는 지난해 9월 나온 SK텔레콤의 ‘누구’. SK텔레콤은 출시 후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는 한편 지난 달 와이파이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제품 ‘누구 미니’를 내놓았다.


● ‘말귀 알아듣는’ 똑똑함은 기대 이상

과연 어떤 기능들을 갖추고 있고 얼마나 실생활에 유용한지 ‘누구 미니’를 며칠간 직접 사용해 봤다. AI 호출명인 ‘아리아’를 부르면 하루 종일 참 다양한 일을 대신해 줬다. 취침하기 전 알람을 맞추면 그 시간에 깨우고, 날씨를 알려준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교통상황을 물어봐도 척척 대답한다. 내 취향에 맞춘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Btv를 쓰고 있다면 내 대신 TV 전원을 켜고 채널도 변경한다. 만약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하루 종일 ‘아리아∼’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요를 불러주고 동화도 읽어주기 때문이다.

‘누구’에 이어 나온 제품은 KT가 IPTV 셋톱박스형으로 내놓은 ‘기가지니’다. 최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 있는 체험존에서 ‘기가지니’를 사용했다. 올레TV를 제어하는 것을 기본으로 알람과 교통정보, 음악 감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두 기기를 써보면서 느낀 점은 일단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음성인식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 자주 발생한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줄었다. 그만큼 정확도가 높아졌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명령어가 필요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감성대화도 일부 가능하다는 점이다. ‘누구 미니’에 “아리아, 회사 다녀올게”라고 말하면 “오늘도 파이팅”이라고 나를 격려했다. 집에 들어와 말을 걸면 “수고했다”고 답한다. 노래를 요청하면 불러주고, “심심하다”고 하면 퀴즈 등을 내주기도 한다. ‘기가 지니’도 기분을 묻고 답하는 등 일부 감성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물론 자비스나 사만다처럼 모든 일상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렵고 복잡한 명령어를 내리면 여지없이 “도와드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AI스피커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했다. 설거지나 청소 등을 하면서 바로 음악을 재생하는 등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출근 준비 등 바쁜 시간에 더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연동기기가 추가되면 더 편리한 생활을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와 네이버의 등판, AI 스피커 판도 바꿀까

아직 정식 출시 전이지만 인터넷 기업들이 준비 중인 스피커도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최근 예약판매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의 ‘카카오미니’가 있다. 카카오의 AI플랫폼 ‘카카오아이(I)’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다. 카카오 계정을 기반으로 카카오톡과 멜론 등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를 연동해 이용할 수 있다. 호출명은‘헤이카카오’다. 일반판매는 10월말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2차 판매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네이버의 ‘웨이브’도 있다. 네이버와 라인의 AI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스피커다. 네이버 뮤직과 연동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생활 밀착형 지식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다. 또 간단한 외국어 번역이나 영어 대화 연습까지 할 수 있다. 대화 호출 명령어는 ‘샐리’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