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관리 구멍 여전… 재활기관 등록 30%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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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묻지마 방화 살인]‘임세원 사건’에도 대책 미흡


경남 진주에서 흉기를 휘둘러 이웃 주민 5명을 숨지게 한 안모 씨(42)가 과거 조현병 치료를 받았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뒤 정부가 정신질환자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2015년부터 1년 반 동안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입원 치료나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지원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아파트 주민에게 난동을 부렸지만 경찰이나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빠졌던 것이다.

안 씨처럼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킨 범죄는 과거에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858건의 살인사건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72건이었다. 정신질환자들의 재범률은 2017년 기준 66.3%로 전체 범죄자 재범률(46.7%)보다 높았다.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도 조현병을 앓았다.


이 때문에 중증 정신질환자는 퇴원 후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해 관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복지부의 ‘2017년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중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4304명(63.3%)에 불과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시설 및 지역사회 재활기관 등록률도 약 30%에 그쳤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는 ‘외래 치료 지원 서비스’ 제도를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임세원법)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거부하면 지자체에 통보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 정신건강심사위원회가 환자의 거부가 적절한지 다시 심사하도록 안전장치를 뒀지만 지역 사회의 관리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관리의 초점이 감금 및 치료에서 ‘사회 복귀’로 옮겨가는 만큼 사후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지금은 환자가 퇴원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사후 관리도 안 된다”며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치료받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호주에선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역사회 정신건강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다”며 “입원 여부도 보호자가 아닌 행정기관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부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범죄를 전체 정신질환자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정신건강 복지센터에 등록하는 게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입원 중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체 조현병 환자가 다 위험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구특교 기자
#진주 아파트#묻지마 방화 살인#정신질환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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