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함정-병력 2, 3배 늘려 ‘역대 최대’… 육군 전투병도 투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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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훈련 전격 실시]
26일까지 이틀간 ‘동해영토수호훈련’… 당초 ‘독도훈련 연기’ 예상 깨고
軍 “동해 안보위협 확대” 훈련 강행… 日 경제보복에 단호 대응 나서
靑 “정례훈련… 특정국가 상정 안해”… ‘日 고려해 명칭서 독도 제외’ 분석도

독도 앞바다에 7600t급 세종대왕함 25일부터 이틀간 우리 군이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첫날 훈련에 참가한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해군 함정이 독도 앞을 항해하고 있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이 훈련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사흘 만에 열리는 이번 훈련을 두고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등에 대응하는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군 제공
독도 앞바다에 7600t급 세종대왕함 25일부터 이틀간 우리 군이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첫날 훈련에 참가한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해군 함정이 독도 앞을 항해하고 있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이 훈련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사흘 만에 열리는 이번 훈련을 두고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등에 대응하는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군 제공
군이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사흘 만인 25일 그동안 미뤄온 독도방어훈련을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이름을 바꿔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한 것은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외면한 일본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24일까지만 해도 군의 독도방어훈련이 다음 달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하자마자 미국 정부가 “한국에 실망했다”며 예상을 웃도는 수위로 비판한 만큼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훈련을 쉽사리 실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까지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진행되는 독도방어훈련을 연기하면서까지 일본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일본이 경제보복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자 훈련 강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5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이번 훈련엔 병력과 전력이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입됐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하반기 훈련엔 해군과 해경 함정이 7, 8척 투입됐는데 이번엔 함정 10여 척이 투입됐다. 과거 훈련엔 가장 큰 함정이 3200t급 구축함이었는데 이번엔 최초로 7600t급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투입됐다. 이지스함이 독도방어훈련에 투입된 건 1996년 독도방어훈련이 정례화된 이래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데다 지난달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에 침범하는 등 동해상에서의 안보 위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주권 수호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해군 함정 중 가장 전투력이 강한 함정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함이 속한 해군 핵심 전력인 해군 7기동전단도 훈련에 처음 참가했다.

육군 특전사가 훈련에 처음 투입된 점도 눈길을 끈다. 그간 육군은 독도방어훈련에서 해병대 이동을 위한 대형 수송헬기 치누크(CH-47) 등을 제공하는 역할 정도만 했는데 이번엔 전투 병력을 최초로 투입했다. 그것도 다른 부대도 아니고 특전사를 투입한 점은 다변화된 안보 위협에 맞서 독도는 물론이고 울릉도 등 동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전사는 25일 울릉도에 전개돼 가상 불순세력에 대한 격퇴 작전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병력과 해병대는 25일 독도에 직접 투입돼 외부 세력의 침입이 예고된 상황을 가정해 사전 점거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에 투입된 해병대 병력은 기존에 1개 분대급 10명 안팎이 투입된 것과 달리 2, 3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에 투입된 육해공군 항공기 역시 공군 F-15K 4대를 비롯해 해상초계기 P-3, 해상작전헬기 링스 등 총 10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훈련에 5대 안팎이 투입된 바 있다.

한편 훈련 내용과 달리 훈련 명칭에서 독도를 뺀 것을 두고 일본과 마지막 대화의 끈을 이어 두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매년 정례적으로 이뤄졌던 훈련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특정 국가를 상정해 두고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독도는 물론이고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 전역을 수호하겠다는 의미에서 한층 더 포괄적인 명칭을 사용한 것”이라며 “일본의 눈치를 봤다면 투입 전력 및 병력 규모를 사상 최대로 늘렸겠느냐”라고 했다.

일본은 훈련 중지를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은 이날 김경한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군 훈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박효목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독도방어훈련#동해영토수호훈련#세종대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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