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씨 부모 살해 피의자 金씨, 범행뒤 흥신소 여러 곳 접촉… 뒷수습 의뢰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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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때도 흥신소 직원 만남 시도… 경찰, 연락 주고받은 업자들 조사
“범행증거 감추는 데 관여 가능성”
경찰 “이희진 씨 부모집 침입때, 가짜 영장 내밀고 수사관 사칭”
金씨 어머니, 아들이 훔쳐 맡긴 돈… 2억5000만원 경찰에 자진 반납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 씨(34·구속)가 범행 직후와 3주간의 도피 기간에 여러 곳의 흥신소와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17일 경기 수원에서 체포될 당시에도 흥신소 직원을 만나려던 참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흔적을 지우는 등의 사건 뒤처리를 흥신소에 의뢰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김 씨가 연락했던 복수의 흥신소 관계자를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 씨로부터 어떤 일을 의뢰받았는지 조사했다. 경찰은 김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통신 기록을 분석해 여러 흥신소와 수차례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지난달 25일 안양의 이 씨 부모 집에서 범행 직후 흥신소에 뒷수습을 의뢰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범행 당일 이 씨 부모에게 가짜 압수수색 영장을 내밀고 수사관을 사칭하며 집에 침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새벽에는 대리기사를 이 씨 부모의 아파트로 부른 뒤 이 씨 아버지의 벤츠 차량을 경기 화성시 동탄의 자기 어머니 집 지하 주차장으로 옮겼다. 김 씨는 대리기사에게 자신의 렉스턴 차량으로 따라오게 한 뒤 다시 범행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후 김 씨는 벤츠 차량을 경기 평택의 창고 안에 숨겨두고 창고 뒤에서 물건을 태웠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이후 증거를 은닉하는 과정에서 흥신소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본보가 만난 창고 인근 주민들은 2월 말∼3월 초 수상한 남자들이 창고를 여러 번 드나드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A 씨(74)는 “남자 2명이 하얀 외제차와 검은색 차량을 타고 창고로 온 걸 봤다”며 “남자 혼자 올 때도 있고 두 명이 올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B 씨(56)는 “하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창고 뒤에서 혼자 뭔가를 태웠는데 지독한 냄새가 났다”고 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21일 안양동안경찰서를 찾아 현금 2억5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김 씨가 이 씨 부모 집에서 훔친 돈가방에는 이 씨 동생(31)이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의 수입자동차 전시장에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을 팔고 받은 20억 원 중 현금으로 받은 5억 원이 담겨 있었다. 범행 후 김 씨는 경호원으로 고용한 중국동포에게 돈을 일부 나눠주고 가방을 동탄의 어머니 집으로 가져갔다. 어머니는 김 씨가 가져온 돈이 범죄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어 전전긍긍하다가 변호인의 설득으로 경찰서를 찾아 자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고용한 공범들인 박모 씨(32) 등 중국동포 3명은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인천의 집으로 가 짐을 꾸린 뒤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바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텔에서 일해 온 박 씨는 김 씨가 구인정보 사이트에 올린 경호원 모집 글을 보고 연락했고, 나머지 2명은 박 씨의 지인이라고 한다. 경찰은 20일 이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조동주 djc@donga.com / 안양=김은지 / 평택=남건우 기자
#경찰#청담동#주식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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