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있어?”…서울시 공무원 직장 내 성희롱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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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9일 2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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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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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있느냐, 부부생활은 괜찮으냐”, “나랑 자볼래?”,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갖느냐”

다수의 서울시 공무원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공개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의 ‘2018 인권침해 결정례집’을 보면 지난해 시정권고를 받은 32건 중 직장 내 성희롱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인격권 침해가 6건으로 뒤를 이었고 직장 내 괴롭힘, 종교의 자유 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이 뒤를 이었다.

사례집에 따르면 위탁시설의 한 간부는 부하 여성 직원 5명에게 신체접촉을 했다. 그는 여성 직원을 뒤에서 들어 올리고 귓불, 배, 어깨와 뒷목 사이를 만졌다. 옆구리나 등을 만지고 얼굴을 비비고 안기도 했다.

또 다른 서울시 소속 한 여성 주무관은 팀장과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팀장은 여성 주무관의 허리 오른편을 감싸 낚아채듯 뒤로 당겼다. 여성 주무관은 놀라 “지금 뭐하세요? 술 드셨어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팀장은 ‘반가워서 그런 거다, 미안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한 사무소 직원은 업무 시간에 여직원의 브래지어가 있는 부위의 등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어적인 성희롱도 만연했다. 산하 사무소의 한 주무관은 출장에 동행한 여직원을 남근 모양그릇, 숟가락, 장식품 등을 진열한 카페에 데려가 “애인이 있느냐, 부부생활은 괜찮으냐”고 물었다. 같은 사업소 다른 직원도 해당 피해자에게 “나랑 자볼래?”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시 산하 모 센터의 한 간부는 회식자리에서 여성 직원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갖느냐”라고 물었다. 또 다른 직원에게는 “남자친구는 삼각팬티를 입느냐 사각팬티를 입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직원은 여성 공무원에게 “비계가 빠지더니 몸매가 날렵해졌다”, “여자 주임 보니까 여교사 강간 사건이 생각난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여직원들은 2차 피해를 겪기도 했다. 기관들이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를 인접한 곳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 업무관련 특별교육을 실시하면서 과거 성희롱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피해자의 이전 소속과 담당 업무 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서울시 측은 해당 자치구 단체장에게 가해자에 대한 교육 및 인사 조치를 시키는 한편,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업무공간에서 일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현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가해자 의무교육·인사조치 ▶공무직 직원 인권교육 ▶동일한 업무공간에 배치하지 않도록 지도·감독 ▶피해자 유급휴가 및 심리치료 제공 ▶피해자 2차 피해 예방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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