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중국인데…○○ 얘기만 나오면 고개 ‘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7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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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선전으로 본질의 힘 알게 돼…조급증 버리고 문화를 만들어 가야

그래픽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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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처럼 천재적인 운동 능력을 가진 인물은 20만 명 중 한 명꼴로 태어난다고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인 아스널이 2014년에 연구해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대로라면, 인구 14억 명인 중국에는 메시급 능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7000명 정도는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축구 발전을 독려하고, 기업들도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는 중국 아닌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왜 중국은 축구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이는 걸까.

이 오랜 의문은, 우리나라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준우승을 보고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번 준우승은 난데없는 축복이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가 준 선물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요인은 유소년 시스템의 정착이다. 나이에 맞게 정해진 기술을 배우는 표준화 방식, 과도한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설계된 주말리그 운영, 뛰어난 선수를 권역별로 체계화한 통합 관리까지.

그런데 진짜 중요한 요인은 유소년 축구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다. U-20 대표팀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판 신나게 놀고 오라”고 주문했고, 토너먼트에서 한 단계 올라설 때마다 “성적보다는, 성장 기회를 더 얻게 된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게 무서운 말이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즐겼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뭔가를 이뤄내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했다. 움직임은 공격적이면서 창의적이었다. 개인 역량을 중시하면서도 팀플레이를 이뤄내는 의사소통(협업)도 좋았다. 앞선 세대와는 많이 달랐다.

과거 우리 축구는 ‘지시’와 ‘투혼’이 전부였다. 열심히 패스하고, 죽어라 뛰는 뻔한 플레이에 결과도 뻔했다. 축구는 창의성의 영역이다. 정상권으로 가면 특히 더 그렇다. 개인과 팀이 예상한대로 움직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창의성은 실패와 용기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억압적인 방식은 인지와 사고 능력부터 제한한다. ‘왜?’라는 질문이 없으니, 시도도 없고, 실패를 넘어서려는 용기도 없다. 우리 축구는 이제야 알았다.

해외 유명 감독과 선수 영입으로 압축적인 성장을 기대했던 중국 축구는 여의치 않자, 이제 유소년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축구장도 많이 짓고, 팀도 많이 만들고, 수많은 해외 지도자도 영입하고 있다. 외형적인 시스템은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발전 속도는 신통치 않다. 유소년 영역부터 성장보다는 성적에 치중한다. 값비싼 지도자를 데려다, 단기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해고한다. 성적 때문에 중학생 유망주가 우리 돈 20억 원을 받고 팀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집단 훈련에 치중하는 방식이라 선수의 개인 기량과 창의성은 크게 늘지 않는다. 개인적인 성향이 큰 탓에 선수들의 팀플레이마저 취약하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체육 책임자가 “축구가 아직도 낮은 수준에서 배회하고 있어, 조급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중국 축구가 강조하는 게 투혼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군부대에 보내 정신무장을 시키고 있다. 얼마 전의 우리와 똑같다. 이탈리아 감독 출신으로 중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중국에는 축구 문화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축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본질을 추구하고,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양보다 질의 문제이다. 그런데 어디 중국 축구만의 문제일까. 우리 축구는 이제 조금 성과를 냈을 뿐이고, 교육과 과학 등 우리의 다른 영역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상황 아니겠는가.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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