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G여지도…서울 시내 5G 통신망 직접 측정해보니

  • 주간동아
  • 입력 2019년 7월 20일 0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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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로, 홍대 앞, 신촌에 기지국 집중
●롯데월드타워, 지하철, 건물 내부는 먹통   …  즐길 거리도 부족
●보조금으로 억지로 가입자 늘리는 통신사들

4차 산업혁명에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이동통신) 등 여러 분야가 있다.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겠지만, 그중 5G는 4차 산업혁명의 선결 과제로 불린다. AR, VR 등의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다량의 정보가 원활하게 오고갈 수 있는 통신망이 필요하기 때문.

‘IT(정보기술)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은 4월 5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런데 시작은 창대했으나, 아직까지 서비스 실적은 미미하다. 6월 10일 기준 5G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100만 명. 서비스 시작 81일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한 4세대 이동통신 LTE에 비해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증가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가입자 유치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가입자 수 증가 속도에 비해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굳이 5G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 데다, 5G 통신망 설치가 미비해 실생활에서 5G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KT가 기지국 가장 많아

[벤치비 캡처]
[벤치비 캡처]
5G 기지국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서울에서는 5G 통신망을 얼마나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직접 5G 단말기를 들고 나흘간 서울 전역을 돌며 확인해봤다.

측정에 사용한 단말기는 삼성전자 갤럭시S 10+. KT의 5G 통신망에 연결된 휴대전화였다. ‘벤치비(benchbee)’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5G 휴대전화에 설치하면 지금 내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의 통신 속도는 물론, 주변의 평균 통신 속도, 기지국의 위치 등을 알 수 있다. 7월 12일 휴대전화를 들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람 많기로 유명한 마포구 홍대 앞 거리.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나오는 동안 5G는 켜지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처럼, 5G 통신망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LTE 통신망이 대신 작동한다. 사실상 통신의 불편함은 없는 셈이다. 4세대 통신망에 머물던 휴대전화는 지하철역에서 나와 3~4분쯤 걸어가서야 5G 통신망에 접속됐다.

확실히 5G 속도는 빨랐다. LTE 통신망의 다운로드 속도는 대부분 70~80Mbps에 그쳤다. 하지만 5G 통신망은 보통 350Mbps를 상회했다. 2GB(기가바이트) 영화를 내려받는다면 4G 통신망에서는 약 30초, 5G 통신망에서는 6초 걸리는 셈이다.

지하에서는 거의 LTE만 켜졌지만, 지상에서는 5G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했다. 홍대입구역에서 5분가량 걸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젊음의 거리에 도착했다. 금요일 오후라 삼삼오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인파에 가려 3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은 많았지만 여전히 휴대전화는 5G 통신망을 놓치지 않았다.

벤치비로 확인한 결과 홍대 앞 인근 기지국은 유동인구를 따라 설계된 것처럼 보였다(사진1). KT는 홍대입구역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사람과 상점이 많은 거리에 주로 기지국을 설치했다. SK텔레콤(SKT)은 KT보다 많은 기지국을 채워 넣었다. 지도로 보면 KT의 기지국 설치 현황이 듬성듬성 모내기를 해놓은 논 같다면, SK는 빽빽이 들어찬 머리카락처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SKT와 비슷하게 빽빽했지만, 설치 범위가 넓었다.

홍대 앞에서는 KT 기지국이 가장 적은 것처럼 보였으나, 수도권 전체로 따지면 KT 기지국이 가장 많다. 6월 21일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 기지국이 총 1만4687개로 가장 많았다. LG유플러스가 1만2492개로 뒤를 이었고, SKT는 9541개였다. 서울에서는 KT 기지국이 8266개로 가장 많았으며 LG유플러스가 6099개, SKT가 5093개였다. 경기권은 KT 5156개, LG유플러스 4865개, SKT 3655개였다. 인천만 LG유플러스 기지국이 1528개로 가장 많았고 KT 1265개, SKT 793개 순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 23만 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설치가 끝나면 전체 인구의 80~90%가 5G 통신망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신촌 연세로. [벤치비 캡처, 뉴스1]
서울 신촌 연세로. [벤치비 캡처, 뉴스1]
두 번째로 간 곳은 서대문구 신촌. 기지국 수는 홍대 앞보다 적었지만 역시 외부에서는 5G 통신망이 잘 잡혔다(사진2). 이 지역은 LG유플러스 기지국이 가장 많았다. 연세대 교내는 물론 학교에서 신촌역으로 내려오는 길까지 빽빽하게 기지국이 퍼져 있었다.

유동인구 많은 곳에 5G 기지국 집중

[벤치비 캡처]
[벤치비 캡처]
KT는 LG유플러스보다 밀집도가 떨어졌다. 그 대신 비교적 넓은 지역에 균등하게 기지국이 퍼져 있었다. 가장 적은 곳은 SKT. 인근인 홍대입구역 인근의 밀집도가 민망할 정도로 적었다.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가는 어떨까. 마포구 용강동 주택가로 이동했다. 역시 LG유플러스와 KT 기지국은 넓은 지역에 골고루 꽤 많이 설치돼 있었다(사진3). 하지만 SKT 기지국은 유동인구가 많은 마포역 위주로 설치돼 있었고, 용강동 주택가에는 10여 개만 있었다. 바로 옆 도화동 주택가는 기지국이 1개도 보이지 않았다.

[벤치비 캡처]
[벤치비 캡처]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사 모두 번화가에는 기지국이 밀집돼 있으나 주택가로 들어서면 그 수가 크게 줄었다. 그나마 KT와 LG유플러스는 주택가에도 기지국을 일부 설치한 반면, SKT 기지국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만 집중돼 있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울 번화가에서는 거의 5G가 잡힌다고 보면 된다. 유동인구가 적은 주택가의 경우 기지국 설치가 미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유동인구가 적은 만큼 기지국 수도 적은 것일 뿐, 5G 통신망 이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LTE와 비교해서는 어떨까.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5G 전체 통신망을 확인한 결과 번화가와 인근 보라매공원을 중심으로 통신망이 깔려 있었다(사진4). 나머지 장소는 몇 가닥 남지 않은 중증 탈모 환자의 정수리처럼, 듬성듬성 기지국이 설치됐을 뿐이다. 반면 LTE 기지국은 전역에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벤치비 캡처]
[벤치비 캡처]
강남대로 사거리는 그 차이가 더 극심했다. 이동통신 3사 모두 강남대로를 꽉 채울 정도로 기지국을 설치했다.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있을 정도로 KT가 가장 꼼꼼하게 강남대로를 기지국으로 채워놓았다. 대로 주변부에도 기지국이 퍼져 있었다. LG유플러스도 강남대로를 기지국으로 꽉 채우긴 했지만 KT에 비해 주변부 상점가에 집중 설치했다. SKT 기지국은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지하철이 지나는 길목에 집중돼 있었다. 휴대전화에 뜬 지도를 확인하니 강남대로 사거리에서는 5G 기지국을 표시한 회색 점들이 겹쳐 회색 물감을 칠한 것처럼 보였다. LTE 기지국은 강남대로는 물론 주변부까지 여기저기 들어차 있었다(사진5).

5G 통신망 사용자들은 어떨까. 5G 통신망을 쓰는 10명을 만나 불만 사항을 들었다. 10명 모두 실생활에서 5G 통신망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우선 건물에 들어가면 대부분 5G 통신망 사용이 안 된다고 했다. 집에서야 보통 와이파이(Wi-Fi)를 쓰지만, 외출해 다른 건물에 들어가도 5G 대신 LTE가 켜진다는 지적이었다. 서울 관악구의 김모(31) 씨는 “여름이라 날이 더우니, 외출해도 쇼핑몰 같은 대형건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건물에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잘 터지던 5G가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대 앞과 신촌, 신림동, 강남 인근을 돌 때 잘 잡히던 5G가 건물에만 들어가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건물 크기와는 관련없는 것 같았다. 큰 건물인데도 5G 통신망 사용이 어려운 곳이 있었고, 작은 건물이지만 5G 통신망을 원활히 쓸 수 있는 곳도 있었다.

KT가 4월 1일 5G 전파 송출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KT 5G 1호 가입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5G 상용 주파수 송출을 기념해 외벽에 불빛으로 ‘5G 시대 개막’이라는 문구를 밝힌 롯데월드 타워의 모습. [사진 제공 · KT, 벤치비 캡처]
KT가 4월 1일 5G 전파 송출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KT 5G 1호 가입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5G 상용 주파수 송출을 기념해 외벽에 불빛으로 ‘5G 시대 개막’이라는 문구를 밝힌 롯데월드 타워의 모습. [사진 제공 · KT, 벤치비 캡처]
원래 건물 내부에서는 통신망 사용이 어려운지 확인하고자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강남구 코엑스, 관악구 포도몰을 찾았다. 먼저 롯데월드타워는 5G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았다. 1층 출입문 앞에서만 겨우 잡히는 수준이었다. 건물 내부에서는 LTE 신호만 잡혔다. 포도몰의 5G 현황도 대동소이했다. 출입문 앞에서는 잘 잡혔지만 한 층만 올라가도 5G는 먹통이었다. 두 쇼핑센터 모두 전 층을 돌며 확인했지만 1층 출입문 앞에서만 5G 통신망 사용이 가능했다. 한 층 올라가 창문이 열려 있으면 간혹 5G 신호가 잡히기도 했지만 금세 끊겼다. 앱에서 속도 등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간헐적으로 연결됐다.

반면 코엑스에서는 건물 전역에서 5G 통신망에 접속됐다. 외부만큼이나 속도도 양호했다. 코엑스와 연결된 현대백화점, 파르나스몰에서도 지상, 지하 할 것 없이 원활하게 5G 통신망 사용이 가능했다.

건물 내부 좌우하는 광중계기

[벤치비 캡처]
[벤치비 캡처]
건물 내 5G 통신이 코엑스 일대에서만 잘되는 이유는 설비 때문이었다. 이동통신 3사에 확인한 결과 건물 내부에 통신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5G 통신망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출입문 앞에서 간혹 잡힌 신호도 거의 외부 신호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수록 벽 등에 전파가 막혀 신호가 끊긴다. 이 때문에 건물 안에 ‘광중계기’라는 중계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일단 이동통신 3사 중 한 곳이 해당 건물주와 협의해 설치 위치를 마련한다. 아직은 건물 내부 중계기 설치가 미비한 상황이고,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연결된 코엑스, 광진구 테크노마트 등 일부 지역에서만 5G 통신망 사용이 가능하다.

지하철은 연말쯤 터질 듯

현재 5G 사용자들이 불편을 토로하는 장소는 건물보다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에서는 5G 통신망 사용이 아예 안 됐다. 역사도 마찬가지.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LTE가 켜졌다. 간혹 서울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1호선 구로역 등 지상에 노출된 지하철 역사의 플랫폼은 5G 신호가 잡혔다. 하지만 지하철에 타면 속절없이 신호가 끊겼다. 지난달에 5G 지원 휴대전화를 구매한 박모(32) 씨는 “지루한 출근길에 휴대전화 사용이 절실한데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면 5G가 잡히질 않는다. 가장 즐길 거리가 절실한 순간에 사용이 어려우니 굳이 웃돈을 줘가며 5G를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미디어패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중교통 이용 시 사용하는 미디어를 집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미디어를 즐긴다는 응답자의 90.29%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의 통신 품질은 소비자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5G는 태양빛이나 비와 비슷하다. 지상과 실외에서는 통신 신호가 닿지만, 건물이나 지하로 들어가면 태양빛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신호가 잡히질 않는다. 3G나 LTE 통신 때도 외부부터 통신망을 구축한 뒤 내부로 확대해갔다. 지금도 같은 방식이다. 설비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니 올해 말쯤이면 수도권 대부분의 건물과 지하철에서 5G 통신망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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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는 LTE에 비해 요금이 비싼 편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 기준 LTE는 3사 모두 월 6만9000원 정도다. 하지만 5G의 경우 SKT는 월 9만5000원, KT는 8만 원, LG유플러스는 8만5000원을 내야 5G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도 LTE는 월 3만 원대 초반이지만, 5G는 이동통신 3사 공통 5만5000원이다. 월 2만~3만 원 웃돈을 내면서도 실생활에서는 5G 통신망 사용이 어려운 셈이다.

5G로 할 게 없는데

[벤치비 캡처]
[벤치비 캡처]
게다가 즐길 거리도 부족하다. 서울과 경기지역 휴대전화 판매업 종사자들은 고객에게 5G 사용을 권할 명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구로구의 이모(33) 씨는 “간혹 5G로 속도가 빨라지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 고객이 있다. 이 질문이 가장 당혹스럽다. VR 등 이동통신 3사에서 준비한 서비스는 많지만 이동하면서 이용하기 어려운 동영상이 대부분이다. 고화질 영상 출력이 가능하다는데, 사실 작은 휴대전화 화면에서는 화질 차이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에서 내놓은 서비스는 고화질 중계와 VR가 거의 전부다. 하지만 VR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고화질 중계는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LTE는 이미 수요가 있는 시장인 반면, 5G는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비교했다. 3G를 주로 쓰던 시절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모바일 동영상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3G 환경에서는 동영상 끊김 현상이 잦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LTE 도입 이전에 더 빠른 통신망에 대한 수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5G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LTE로도 영상 스트리밍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며 “결국 VR나 IT 업계에서 내놓는다는 클라우드 게이밍 정도가 5G의 주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VR는 콘텐츠가 적고 대중교통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즐기기 어렵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 당장 수요층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굳이 성능 좋은 컴퓨터나 콘솔 게임기를 갖추지 않아도 5G 휴대 단말기만 있으면 고화질-고용량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게임 구동에 필요한 컴퓨터 연산은 중앙 서버가 전담한다. 현재 구글 ‘스태디아’가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11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데다, 당분간은 구글 스마트폰 ‘픽셀’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결국 지원금 싸움으로 쌓은 탑

콘텐츠의 약세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5G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한 이유는 단말기 공시지원금 때문이었다. 공시지원금은 이동통신사가 고객에게 단말기 값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고객이 1~2년 약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단말기 값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5월 LG전자의 V50 씽큐(V50)가 출시되자 경쟁이 시작됐다. 가장 과감하게 나선 곳은 SKT. 월 12만5000원인 프리미엄 요금제를 2년 약정으로 사용하면 V50 단말기 금액에서 77만3000원을 지원해준다고 밝혔다. KT는 월 13만 원 요금제 가입자에게 60만 원, LG유플러스는 월 9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에게 57만 원을 내걸었다.

여기에 판매점이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추가 할인해줄 수 있다. SKT를 기준으로 하면 총 88만89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V50의 가격은 119만9000원. 31만100원만 내면 새 휴대전화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판매 장려금도 있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가 대리점의 개통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물론 지원금을 이용해 할인 폭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 돈마저 할인 경쟁에 악용되는 사례가 적잖다.

V50 출시 당시 스마트폰 커뮤니티에는 ‘빵집’ 정보가 돌았다. 스마트폰 실구매가가 0원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가격 경쟁이 시작되자 시장점유율에도 격차가 생겼다. V50 출시 전까지는 KT가 39%로 시장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SKT가 35%, LG유플러스가 26%였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 이후 SKT의 시장점유율이 40.8%로 크게 올랐다. KT는 32.1%, LG유플러스는 27.1%였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지금의 5G 보급은 지원금 출혈 경쟁으로 이룬 것”이라며 “5G 사용 가능 범위와 서비스가 늘어야 비로소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9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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