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시한 결국 넘겨버린 北美 실무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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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훈련 거론하며 對美 비난… 판문점 회동 이후 비핵화 제자리
구체적 협상안 아직 마련 못한듯… 폼페이오-리용호 ARF 회동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해 “2, 3주 내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한 뒤 3주가 지난 21일까지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았다. 정상 간 강력한 톱다운 동력으로 대화 재개엔 합의했지만 정작 실무진은 테이블에조차 마주 앉지 못한 것. 그만큼 하노이 합의 결렬에서 드러난 북-미 간 북핵 견해차가 크며, 이런 간극을 실무진이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어서 비핵화 합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미 정상회동 후 속도를 낼 것 같던 실무협상은 양 정상이 약속한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판문점 회동 후 2주가 지난 15일(현지 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처음엔 없었던 아이디어들을 갖고 (협상) 테이블로 오기를 희망한다”고 주문한 것. “우리도 약간 더 창의적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북한의 전향적 자세가 먼저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16일 대변인 담화와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을 통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실무협상 재개를 연관지으며 즉각 반격했다. 다음 달 열리는 한미 군사연습 ‘19-2 동맹’을 언급하며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압박한 것. 그러면서 “합동 군사연습 중지는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에서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 조미 수뇌 상봉 때도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실무협의에 합의한 이후에도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결국 전통적인 ‘몸값 높이기’ 전략을 다시 꺼낸 것과 동시에 미국을 향한 협상안을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언론이 ‘핵동결 합의론’을 부각하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던 트럼프 행정부는 9일 국무부 대변인이 “핵동결이 비핵화의 시작”이라고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생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반대급부를 내어줄 수 있다는 것으로 평가돼 북한이 이런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맞춰 협상안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전직 외교부 장관은 “꾸준히 사전에 서로 접촉하면서 기본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와야 북-미 실무회담도 열리고 하는 것이다. 협상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합일점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건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음 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정상 회동 때 같이 배석한 만큼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모멘텀을 다시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 공개된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몇 주 후에 자신의 실무 협상팀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북미 판문점회동#실무협상#비핵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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