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화웨이, 北통신망 구축 비밀리 도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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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김정일 화웨이 본사 방문뒤 평양에 3G통신사 ‘고려링크’ 설립
최소 8년간 기지국-안테나 등 제공
당시 협업한 中국영 판다그룹 DB서 부품 단둥배달 등 계약내용 드러나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가 비밀리에 북한의 상업용 무선망 건설 및 유지 작업을 도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화웨이가 민간 기업의 탈을 쓴 중국 정부의 산하기관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WP에 따르면 화웨이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8년간 중국 국영 전자회사 판다국제정보기술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북한을 도왔다. 2008년 전까지 북한 정권은 북한에 3세대(3G) 통신망을 설치해 줄 외국 기업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하지만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를 찾은 뒤 ‘고려링크’란 북한 통신사가 설립됐다. WP는 “이 과정에서 판다 측이 화웨이가 고려링크에 기지국, 안테나 등을 제공하는 것을 도왔다”고 전했다.

이 사실은 WP가 판다그룹의 전 세계 통신작업을 정리한 데이터베이스(DB)에서 주문 및 계약 세부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해당 데이터는 전 화웨이 직원 한 명이 WP 측에 공익 목적으로 제보했다. WP는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화웨이가 북한에 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의 규제를 어겼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2008년 판다의 한 계약 문건에는 화웨이가 자사 부품을 북-중 접경지 단둥으로 배달한 기록이 남아 있다. 단둥에서는 해당 부품을 열차로 북한까지 실어 나르기 쉽다. 화웨이의 또 다른 내부 자료에 따르면 판다가 2017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활용된 부품을 수출해 미 재무부의 제재를 받았던 단둥 소재 중국 회사와 거래한 기록도 있다.

WP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북한 정권의 연관성에 대해 2016년부터 조사해 왔다. 아직 상무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은 적은 없지만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WP는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안보 담당자들이 이미 북한, 화웨이, 중국 정부의 연관성에 대해 우려해 왔다”며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한 비핵화 협상 및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재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도 곤란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와 판다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임보미 bom@donga.com·이윤태 기자

#화웨이#北통신망#대북제재#고려링크#판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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