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호르무즈 파병 방안 검토 착수… 靑은 긍정도 부정도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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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볼턴 방한… 정경두 국방 면담

한일 갈등 국면에서 백악관을 설득할 카드로 평가받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두고 국방부가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22일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에 대해 “우리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호르무즈 파병 여부에 대해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면서도 파병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 軍, 파병 가용 자원 검토 착수

국방부가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나선 것은 23일 방한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문제를 꺼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해군 함정과 병력 파병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은 가용 병력의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고 나섰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미국이 유조선 등 민간 선박의 호송 임무에 최적화된 전투함정의 파견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파병을 보낼 함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군은 호르무즈해협까지 원거리 파병을 하려면 4400t급의 한국형구축함(KDX-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당 함정은 해군이 6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1척은 번갈아가며 아덴만 해역에서 청해부대로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5척도 북방한계선(NLL) 등 영해 감시와 각종 훈련 등 작전계획과 정비 일정 등이 빡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구축함보다 체급이 낮은 호위함(2300t급)의 파병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군 당국자는 “열악한 중동 해상에서 장기간 임무를 하기엔 호위함은 전투력이나 군수지원 측면에서 제약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호위함의 해외 파병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덴만 일대인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나온다. 다만 아덴만에서 호르무즈해협까지 이동하는 데 3∼4일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함정 파병으로 결정되면 어느 정도의 전력 공백이나 부담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지티브 카드” vs “서두를 일 아냐”


청와대는 파병 가능성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민감한 카드를 아직 수면 위로 꺼내 놓을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가용한 병력은 물론이고 여론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선제 파병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호르무즈 파병 카드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포지티브(긍정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앞서 우리 정부가 백악관을 움직이기 위해 꺼내 들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의 경우 ‘협정이 깨지면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압박을 담은 네거티브(부정적) 성격이었지만, 파병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한미군 방위비 협정 등을 둘러싸고 백악관 일각에서 존재하고 있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중동 지역의 작전 활동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국산 무기 체계를 수출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두고 홍역을 앓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반전(反戰) 성향이 강한 진보 진영의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파병을 계기로 한일 갈등 국면에서 확실한 미국의 지원을 담보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란과의 관계 설정을 포함해 복잡한 국제 갈등 국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요인이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명분 없는 전쟁’ 논란 속에 극심한 찬반 갈등을 빚었던 이라크 파병 때와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만약 파병을 한다면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70%가량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는 배경 등을 충분히 설명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형준·한상준 기자

#호르무즈해협#파병#볼턴 방한#정경두 국방#이라크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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