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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북 식량지원, ‘주고도 욕 먹는’ 최악 상황 빠질 수도…[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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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북 식량지원, ‘주고도 욕 먹는’ 최악 상황 빠질 수도…[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입력 2019-05-15 13:59수정 2019-05-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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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일과 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불만표출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의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지원이 비핵화 대화 재개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다미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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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EF) 사무총장이 방한해 국내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각각 비슬리 총장을 접견하고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장관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 대북지원의 최고위 결정권자이고 서울시는 대북지원을 희망하는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손’들인 셈이지요.

하지만 정부는 15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북 식량 지원 시기와 방법, 규모 등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9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북지원에 대한 다양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상대방인 북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 유지를 외치고 있는 미국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식량 지원이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하고 국회 논의도 있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9일 발언을 전하며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2014년 3월 인천항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자원봉사자들이 북한 남포지역 5만여 명의 어린이 및 임산부들에게 지원할 밀가루와 영양콩가루 등을 옮기고 있다. 동아일보 DB.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요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정부가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이후 국제사회에 대앙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대북 식량지원이라는 소통 카드를 꺼낸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국내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김 장관이 비슬리 총장을 만나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의 기본 입장에 공감한다”고 말했지만 식량지원을 수단으로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인도주의를 정치에 활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순수하게 하려면 출범 직후부터 조용히 꾸준히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나 정부는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핵협상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즉 대북 달래기용으로 식량지원을 꺼냈고 이는 인도적 지원의 순수성 자체를 스스로 왜곡시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의 주성하 탈북 기자도 14일 페이스북에 “늘 대북식량 지원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지만 이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지금 식량이 모자라지도 않고 북한이 (한국에는) 달란 말도 안 하고, 국제기구에 요청한 이유는 몇 년 전에 털어먹은 군량미 창고를 채우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습니다.

2013년 2월 북한 신의주시 압록강 주변에서 주민들이 식량을 구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실제로 올해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WFP의 주장(2009년 이후 최저치인 연간 생산량 490만t으로 136만t의 곡물 부족이 예상된다는 지난해 전망)에 다양한 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우회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덕분에 시장 쌀값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보도도 나왔고 북한 당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수치를 국제사회가 알 수 없다는 근본적인 지적이 나옵니다. 제가 지난해 8월 31일 ‘NK노믹스’ 코너에 보도(▶관련기사)한 것처럼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는 북한은 남한에서 인도적 지원은 더 이상 받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습니다. 남측 지원단체들이 마치 걸인에게 먹을 것을 주듯 거들먹거리지 말고 돈을 들고 와서 경제사업을 하라는 것입니다.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그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로 구체화 되었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당연한 것이며 그보다 더 큰 무언가를 바라는 겁니다. 주 기자가 말한 세 번째 이유는 고질적인 전용(전용)의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인도적 지원 식량과 물품을 가로채 군인과 권력자들을 위해 쓴다는, 역사적으로 근거가 충분한 우려입니다. WFP는 투명성을 담보할 장치들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그럴 장치들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 직후 서면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밝혔지만 다음날인 8일(현지 시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앞장선다면 미국은 간섭하지 않을 것(not going to intervene)”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레버리지가 떨어지지만 인도적 지원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는 미국 정부의 마뜩치 않은 상황 인식을 보여줍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와 같은 남북대화의 재개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잘못 하다가는 ‘주고도 욕을 먹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에게 인도적 지원은 같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2006년까지는 핵실험을 하지 않았던 북한과, 지금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다른 상대입니다. 다른 상대에게 같은 접근을 하다보니 국내외에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건 대북 식량지원 카드는 이미 신선도가 떨어진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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