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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라도 편하게 쉬어보자” 달리다 보니 ‘전설’이 된 심재덕 씨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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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라도 편하게 쉬어보자” 달리다 보니 ‘전설’이 된 심재덕 씨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19-05-25 14:00수정 2019-05-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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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끝난 트레일러닝대회 2019 노스페이스100 코리아 남자부에서도 역주하고 있는 심재덕 씨. 심재덕 씨 제공.
26년 전 기관지확장증 치료를 위해 수술 대신 달리기를 택한 심재덕 씨(50·대우조선해양)는 마스터스마라톤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1993년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315회 정도 완주했는데 무려 310회가 마스터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다. 마스터스 풀코스 우승만 100여 회, 각종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대회 우승도 40여회 했다. 19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끝난 트레일러닝대회 2019 노스페이스100 코리아 남자부에서도 12시간21분48초로 우승했다.

“1992년 말 기관지확장증 진단을 받았다. 넓어진 기관지를 좁게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가 수술해도 재발할 수도 있고 100% 완치를 보장 못한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수술로도 완치가 안 된다니 수술 받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숨이라도 편하게 쉬어보자며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안했으니 1km도 못 달렸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니 5km, 10km 긴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호흡도 편해졌고 몸도 좋아졌다.


“1993년 1월부터 달리기 시작했는데 5개월 만에 4km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그해 6월 회사 체육대회 10km에 나갔는데 또 우승했다. 11월엔 장승포시(현 경남 거제시) 시민의 날 기념으로 10km 대회를 열어 가갔는데 1위를 했다. 이렇게 입상하다보니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며 동기부여가 됐고 더욱 달리기에 매진하게 됐다.”
심재덕 씨 제공

심 씨는 국내 마스터스마라톤 공식 대회의 시초인 1994년 동아경주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하프코스에 출전했다. 당시 164명이 참가했는데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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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시작한 지 2년째인 1995년 춘천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2시간39분39초. 첫 풀코스부터 서브스리를 기록했고 이후 지금까지 딱 5번 정도 컨디션 난조와 날씨 등으로 서브스리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29분11초. 마스터스마라톤의 최강자이면서 각종 풀코스 대회에서 100여 차례 우승했지만 ‘꿈의 무대’인 동아마라톤에서는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0년 아직도 개인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는 기록으로 3위를 한 게 최고다.

“경주국제마라톤, 공주백제마라톤에서도 우승했는데 가장 중요한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는 우승하지 못한 한이 있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초반에는 엘리트 선수 출신도 마스터스로 출전했다. 지금 당시 기록을 세우면 우승인데….”
심재덕 씨 제공

하지만 심 씨는 2010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심 씨는 당시 서울국제 3위, 경주국제 1위(2시간35분49초)를 기록해 남자 40대부 우수선수로 선발됐고 심사위원회로부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2007년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고, 10월 동아일보 주최 대회(공주, 경주국제)에도 참가한 선수 중에서 선발한다. 대회 기록과 마라톤을 위해 노력한 점, 자원봉사와 기부 등 사회 활동도 주요 평가 요소다.

심 씨는 2000년부터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마라톤 할 때 오르막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렸다. 그래서 오르막을 잘 뛰기 위해 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해 충북 제천에서 금수산산악마라톤에 출전했다. 2001년부터는 북한산산악마라톤에도 나갔다. 북한산산악마라톤은 서울산악마라톤연맹에서 개최하던 대회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19km인 그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동경산악마라톤 연맹 대회에 출전하는 등 해외마라톤에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이후 해외 트레일러닝대회에 자주 참가했다. 전 세계에서는 참 많은 트레일러닝대회가 일찌감치 열리고 있었다. 세계 최고 권위인 울트라트레일 몽블랑(UTMB)에도 2번 다녀왔다. 그동안 우승한 국내외 트레일러닝대회만 40여 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6년 미국 MMT100마일 울트라트레일러닝에서 우승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트레일러닝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최고 인기 있는 선수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기록도 17시간40분45초의 최고기록이다.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심재덕 씨가 2006년 미국 MMT100마일 울트라트레일러닝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심 씨는 당시 미국 트레일러닝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최고 인기 있는 선수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기록도 17시간40분45초의 최고기록이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심재덕 씨 제공.

너무 많이 달리는 것은 아닌가?

“마라톤 하신 분들은 알 텐데…. 몸에 무리 가면 절대 달릴 수 없다. 10km는 물론 풀코스 심지어 100km를 달리는데…. 26년 넘게 달리면서 근육통 정도는 있었지만 달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오는 부상은 없었다. 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러닝 철인3종 등 숱하게 달렸지만 관절도 전혀 문제없다.”

그는 철인3종에서 올림픽코스(10회)와 하프코스(5회)는 물론 철인코스(1회)도 완주했다. 심 씨는 지난해 말부터 종아리 통증이 있었는데 산을 달리면서 없어졌다고 했다. 산은 그에게 힐링을 주는 곳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종아리 통증으로 각종 대회에서 죽을 쒔다. 그래서 주로 산을 달렸다. 산을 뛰니 회복도 되고 아프지 않았다. 올 4월부터는 통증 없이 잘 달리고 있다.”

큰 부상 없는 이유에 대해선 “순리대로 기본을 철저히 하면 된다.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 등 체조를 잘 해주고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산을 타고 있는 모습. 심재덕 씨 제공.

그는 요즘 주로 산을 달린다.

“철인3종은 하다 그만 뒀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산을 달리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직장을 다니면서 수영과 사이클을 병행하기는 힘들었다.”

산은 그에게 활력을 준다.

“도로는 지겨운 반복이 계속 된다. 산은 신이 창조한 세상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나무, 풀, 꽃, 바위, 시냇물…. 달리면 산과 하나 되는 느낌이다.”

오르막 질주가 힘들진 않을까?

“훈련이 안 돼서 그렇지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오르막도 힘들지 않다. 아주 편안하고 쉬워진다. 기분도 좋다. 산은 자기가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해 달리기로 끝난다.

“난 매일 단순하게 훈련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대회 신청을 한 뒤 그에 맞는 훈련을 한다. 요즘은 주로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산악 훈련이 많다. 아침에 출근할 때 한 시간 산길을 달린다. 퇴근할 땐 주 2회 2시간30분 정도 산을 달린다. 주말엔 토요일이나 일요일 3시간~4시간 산을 달린다. 약 25~30km의 산길을 달리는 것이다. 매일 산을 달릴 순 없고 주중 아침엔 운동장 1시간 조깅, 퇴근길엔 1시간30분 러닝머신을 달리기도 한다.”

주위에서 “운동선수냐”고 오해하진 않을까?

“나보러 프로 선수같이 운동한다고 하는데…. 난 직장인일 뿐이다. 달기기는 취미다. 내 훈련량이 많은 게 아니다. 내가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 한다. 주위에서 운동 중독이라고 하는데 중독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 운동을 많이 하는데 가정에선 괜찮을까?

“처음엔 집사람이 반대 많이 했다. 이혼 얘기까지 나왔다. 건강하게만 달리면 되지 뭐 그렇게 먼 해외까지 가냐며…. 해외 산악마라톤 100km 이상 대회에 나가면 요즘 실시간 기록이 체크되는데 가끔 기록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때 내가 실종되지 않았는지 잠도 못자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하고 열심히 내 일에 매진하니 이젠 잘 도와준다. 지난주 노스페이스 100 코리아 땐 강릉까지 직접 운전도 해줬다.”
19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끝난 트레일러닝대회 2019 노스페이스100 코리아 남자부에서 12시간21분48초로 우승한 심재덕 씨. 심재덕 씨 제공

많이 뛰는 만큼 잘 챙겨먹는다.

“매 끼의 양은 적다. 하지만 오전과 오후 떡과 빵, 과일 등을 간식으로 먹는다. 대회 전에는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오리 한방탕을 꼭 먹는다.”

심 씨는 100세 시대 건강을 위해 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하면 잘 달릴 수 있는지 묻는다. 잘 달리는 게 중요하지 않고 잘 달리는 준비를 하라고 한다. 달릴 준비가 되지 않으면 부상이 온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걷기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은 바로 달리면 안 된다. 걸어야 한다. 걸어서 달릴 수 있는 근육과 체력을 키운 뒤 달리기 시작해야 한다. 훈련도 과하면 안 된다. 사람은 욕심이 있어서 남보다 잘 달려 입상하고 싶어 한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한번에 한 계단씩 올라야 한다. 잘 뛰려면 훈련을 잘 해야 한다. 훈련을 잘하면 실력은 자연히 는다.”

달리는 게 행복하다는 심 씨는 힘이 있는 한 계속 달리겠단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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