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官 주도 가짜뉴스 통제, 언론자유 침해할 위험성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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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하는 것은 그대로 놔둬선 안 될 지경”이라며 “불법 정보, 허위 정보의 유통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공론의 장이 파괴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가짜뉴스 유통을 통제할 기구 구성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가짜뉴스 제재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특위를 구성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접수하고 구체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조 장관에 대한 가짜뉴스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의 참여 인원이 21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도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가짜뉴스가 여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과 정부가 나서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전임자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 1년을 앞두고 사퇴한 배경이 청와대와 여당이 주문한 가짜뉴스 규제에 대해 언론사 자율규제 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후임자로 지명된 한 위원장은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다”고 말하는 등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대처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현행법상 방통위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권한이 없다. 규제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취임 후 다시 타율 개입 방침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해당 뉴스가 가짜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잣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할 경우 권력의 입맛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언론단체나 교수 시민단체 등으로 기구를 구성해 가짜뉴스의 기준을 설정하고 판단하는 일을 맡길 경우에도 정부 간여는 최소화하고 신중해야 한다.
#가짜뉴스#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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