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여항산 ‘멧순이’를 아시나요?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1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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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함안군 여항산 A 가든에는 ‘새끼 멧돼지’ 한 마리가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새끼 멧돼지의 이름은 ‘멧순이(1)’.

A가든(음식점)의 주인 부부 최해연(48)·정홍규(50) 씨는 지난 6월 중순에 집 뒷 편 닭장에서 자신들을 향해 꼬물꼬물 따라오는 다람쥐 같은 물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알록달록 노란 줄무늬가 영락없는 다람쥐였다.

최 씨는 하도 이상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후 10일 안쪽 남짓 돼 보이는 멧돼지 새끼였다. 
부인 최 씨는 놀란 나머지 살짝 안고서 집으로 데려왔다.  

새끼 멧돼지는 머리를 부비며 부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마 자신의 어미품안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혼자서 며칠을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해보니 안쓰럽기도 했다. 

최 씨 부부는 마침 암컷이라 ‘멧순이’라 이름을 짓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였다.  

밤에는 부인 최 씨의 품안에 안겨서 잠을 자고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이틀 정도를 지내다 먼저 태어난 강아지들 속으로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더니 금새 다가서면서 친해졌다. 강아지 형, 강아지 누나들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이 집 풍산개인 ‘삼순이’가 보름 전 새끼 몇 마리를 낳았다.  

멧순이에 비해 덩치가 훨씬 컸다. 

멧순이는 풍산개 새끼들의 틈바구니에서 함께 놀았다. 그러다 때가되면 어미 삼순이 젖꼭지를 찾았다.  

힘도 모자라고 키도 너무작아 젖꼭지에 입이 닿질 않았다. 이때 삼순이가 어미 잃은 멧순이가 불쌍했든지 자신의 젖을 순순히 내줬다. 

이 광경을 본 주인이나 손님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밌어 보였다.

이뿐만 아니다. 멧순이가 세숫대야 물에 뛰어들어 털이 젖으면 삼순이가 혓바닥으로 핥아 물기를 말려주기도 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누리꾼들이 모여들면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 제작팀도 얼마 전에 다녀갔다.  

언젠가 멧순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줘야 할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최 씨는 “지금은 산에다 야생으로 방생하면 살아가기 힘들거라”면서 “좀 더 적응훈련을 시켜서 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고 말을 맺었다.

【함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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