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으며 9곳 강행군… 유세 첫마디는 “죄송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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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7/3당 대표 동행 르포]<1> 새누리 김무성대표 충청 유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5일 하루 종일 충청지역의 4 · 13총선 표심 잡기 강행군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대전 서구 괴정동 한민시장 앞에서 열린 이영규 후보(서갑) 유세를 지원하면서 이 후보를 업어줬다(맨위).이어 대전 유성구 유성족욕장에서 진동규 후보(유성갑)와 함께 족욕을 했다(가운데).맨아래 사진은 청주 지원 유세 직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신의진 의원(맨아래)으로부터 지지자가 선물한  ‘김무성 삼행시’를 건네받고 미소짓고 있는 모습. 대전=뉴스1 · 뉴시스 · 청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5일 하루 종일 충청지역의 4 · 13총선 표심 잡기 강행군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대전 서구 괴정동 한민시장 앞에서 열린 이영규 후보(서갑) 유세를 지원하면서 이 후보를 업어줬다(맨위).이어 대전 유성구 유성족욕장에서 진동규 후보(유성갑)와 함께 족욕을 했다(가운데).맨아래 사진은 청주 지원 유세 직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신의진 의원(맨아래)으로부터 지지자가 선물한 ‘김무성 삼행시’를 건네받고 미소짓고 있는 모습. 대전=뉴스1 · 뉴시스 · 청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월 13일을 충청 정치의 식목일로 삼아 새로운 미래와 희망을 시임∼어(심어) 나갑시다!”

식목일인 5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갈라진 목소리로 대전 시내 곳곳에서 ‘1번(새누리당) 후보’를 나무 심듯 심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전국 지원 유세 강행군을 이어온 지 6일째, 매일 10곳 내외를 누비며 목소리를 높이다 목 상태가 악화된 거였다. 김 대표는 연단에 올라 “목이 쉬어 좀 조용히 말씀드려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막상 유세를 시작하면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를 뿜어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김 대표의 차량에는 목 통증을 완화하는 약이 쌓여 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이 ‘건강 챙기며 하시라’면서 한 상자씩 주신다”며 “속이 쓰려 많이는 못 먹지만 감사하게 받고 있다”면서 껄껄 웃었다. 항균 효과가 있다는 스프레이도 중간중간 입안에 뿌렸다. 이날 현장 지원에 함께 나선 의사 출신 신의진 의원은 이동시간에 차량 안에서 김 대표에게 “목에는 도라지가 좋다”며 직접 가져온 도라지청을 한 숟갈 떠 주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김 대표는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내외. 부인 최양옥 씨가 자신의 지역구(부산 중-영도)에 내려가서 대신 선거운동을 돕고 있기에 아침식사는 두유나 우유 한 팩이 전부다.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지원을 나가는 지역구 시장의 돼지국밥이나 순댓국 등이다. 대전, 충북, 세종시의 9개 지역 일정이 빡빡했던 이날은 그나마도 어려워 햄버거와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의 빵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도 김 대표는 후보 한 명당 A4 용지 약 15장짜리 원고를 쉴 새 없이 들여다봤다. 주요 부분에는 파란색 펜으로 밑줄을 치고, 고칠 부분을 메모했다. 대전 유성갑 진동규 후보의 유세를 앞두고는 원고에 ‘행정학 박사, 구청장 2(재선)’라는 메모를 덧붙여 놓는 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체력이 바닥날 법도 한데 김 대표는 끄떡없다고 했다. 그는 “당내 공천이 끝난 날(지난달 25일) 저녁에 진탕 술을 마신 뒤부터 딱 끊고 있는 게 (건강관리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5일 오후 전북 전주로 이동해 삼천동 막걸리집에서 정운천 후보(전주을)와 만나 가볍게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격려했다.

가는 곳마다 후보를 등에 업어 주는 세리머니를 해주는 것과 관련해서도 “허리는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도 “가벼워 보이는데 생각보다 무거운 후보들이 있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그럼 유세를 다니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바로 한숨을 내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50대, 60대가 싸늘∼하다.”

김 대표는 가슴팍을 주먹으로 문지르며 “사람들 마음에 섭섭함이 너무 많이 쌓여 풀어 드리기가 쉽지 않다”며 “유세 현장에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가장 먼저 꺼내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그는 유세현장에서 “저희들 잘못한 것 잘 알고 있다.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 잘하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자기들이 성공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망하도록 모든 개혁 정책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우리가 과반을 하지 못하면 국회는 식물 국회, 현 정부는 식물 정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대표는 6일 아침부터 전북·충남 유세에 나선다. 전주을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정운천 후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출근시간대를 택했다. ‘총선 이후’를 묻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총선에 ‘올인(다걸기)’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김무성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나오면 곧바로 제지시키기도 했다. 다만 그는 앞선 3일 부산 유세에서 “선거가 끝나면 더 큰 정치를 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암시했다.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그의 정치 행보는 역시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대전·청주=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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