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라인’ 임시완, 인터뷰 중 대선 공약 내건 이유

입력 2017-03-25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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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때는 2017년 3월 2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나온 발언이다. 카페에서 가까운 ‘푸른 기와집’에서 은밀하게 흘러나온 것이 아니다. 영화 ‘원라인’ 인터뷰 중 배우 임시완이 던진 너스레의 일부였다.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가 전설의 사기꾼 ‘장 과장’을 만나 신종 범죄 ‘작업 대출’ 사기단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오락성을 갖춘 유쾌한 범죄 영화지만 돈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이에 주연 배우 임시완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연스럽게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자신의 경제관념을 돌아보던 임시완은 나아가 나라 경제까지 대화 주제로 품었다. 젊은이에게 커피 한 잔이 사치가 된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커피 한 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사서 마실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밝혔다. 물론 농담 섞인 너스레. 선한 사람은 역시 생각하는 스케일도 다른가 보다.


Q. ‘원라인’은 어떤 영화인가.

A. 우선 재밌다. 짜임새가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이전과 다르게 ‘능글맞은’ 캐릭터 변신이 인상적이었다.

A. 사실 나는 ‘능글맞음’에 특화된 사람은 아니다. 물론 내게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특화된 부분은 아니니까. 내가 가진 조그마한 ‘능글맞음’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 밝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Q. 1000만 영화 ‘변호인’과 ‘오빠생각’ 이후 세 번째 주연 영화다. 흥행에 대한 욕심은.

A. 흥행은 내가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제작사는 민감하겠지만 나는 욕심이 없다. 다만 ‘흥행이 안 됐을 때 제작사에서 나를 다시 쓸까’는 걱정된다. (첫 주연 영화 ‘변호인’에서) 1000만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숫자를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Q. 그렇다면 어디에 의미를 두나.

A. 행여나 어떤 운이 작용해서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 그 숫자에 부끄럽지 않을 연기를 해야겠다 싶다. 하지만 그 목표는 번번이 실패한다. 내 연기에 만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원라인’은 연기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노력한 첫 번째 작품이다. 그 부분에 의의를 두고 있다. 연기 방식을 바꿔보려고 하고 있다.


Q. 연기 방식을 바꾼 특별한 이유는.

A. 대본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빈틈없이 준비한 후에야 연기하는 스타일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라.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미생’까지만 해도 연기 작업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결과가 잘 나왔거나 사람들이 좋게 봐줬을 때 희열을 느꼈다. 과정 자체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연기하다가는 오래 연기 못하겠다’ 싶더라. ‘어떻게 연기해야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기 스타일을 바꾸게 됐다.



Q. 어떻게 변화를 줬나.

A. 처음으로 ‘스케치’만 해가는 느낌으로 준비했다. 나에게는 또 다른 시도였다.


Q. 변화의 만족도는.

A. 만족스럽다. ‘원라인’을 시작으로 연기 스타일을 바꾸면서 계속 도전하고 있다. 바뀌어가는 과정에 만족하고 있다. 지금은 도전하는 시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엉뚱하거나 과하게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이상 발전이 없을 것 같다. 고여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실패하더라도 발전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발전을 꾀할 때’다.


Q. 변화하는 ‘과정’에서 상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나보다는 상대 배우들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니까. 답답했을 텐데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시완아, 좋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더라. 현장 분위기가 참 좋았다.


Q. 진구와의 호흡은. 기자간담회에서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A. 정말 존경한다. 형은 스태프에게도 잘하고, 현장친화적인 배우더라. 나는 연기하다가도 당황하면 금세 긴장한다. 진구 형이 긴장을 많이 완화해줘서 고마웠다. 연기적으로도 존경한다. 어릴 때부터 형의 작품을 많이 봐왔다. 드라마 ‘올인’ 영화 ‘마더’도 봤고 특히 ‘표적’에서 보여준 틱 장애 연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Q. 양경모 감독은 어땠나.

A. 정말 민망할 정도로 칭찬해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나. 덕분에 내 역량보다 더 많은 것을 끌어내준 것 같다. 다만 ‘OO보다 임시완이 최고다. 잘한다’고 할 때는 몸둘 바 모르겠더라.



Q.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주제도 내포한 작품이다. 촬영하면서 ‘돈’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나.

A. 민재의 대사 중에 “처음에는 딱 1억원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에는 딱 10억원, 그 다음에는 딱 100억원, 그러다…”가 있다. 그 말이 진리인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은 많을수록 좋은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나쁜 방법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건가’ 싶더라. 옳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나쁘게 돈을 쟁취하는 게 맞느냐’ 이런 생각도 했다. ‘원라인’이 시사하는 포인트인 것 같다. 그렇다고 ‘원라인’이 교훈적인 목적을 가진 영화는 아니다(웃음).


Q. 스스로 지난 시절을 돌아볼 때 어떤가. 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나.

A. 나는 운이 좋게도 큰 스트레스는 안 겪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어떤 기사를 읽었는데 취준생들이 냉장고를 한 달 치 채워놓고 외식 한 번 없이 그 냉장고만 쓰는 내용을 다룬 기사였다(‘냉장고 파먹기’를 줄인 신조어 ‘냉파’를 말한 듯). ‘커피 한 잔도 사치가 된 것인가’ 싶어서 안타깝더라.

우리나라는 분명 잘 사는 선진국이지 않나. 그런데 개개인의 삶을 보면 넉넉지 않다. 모순적인 것 같다. 근무 시간도 필요 이상으로 많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커피 한 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사서 마실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웃음). 진정 잘 사는 나라는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시간의 여유’가 많은 나라인 것 같다. 물질적인 충족이 다는 아니라고 본다.


Q. 혹시 정계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A. 전혀 없다(웃음). 잘하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게 맞지 않을까.


Q. 올해 서른이 됐는데 달라진 부분이 있나.

A.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데… 아직 만으로 28세다. 12월생이라 왠지 두 살을 손해 본 것 같다. 우리나라가 빨리 ‘만 나이’로 통합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만 사는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엮인 글로벌 시대이지 않나. 나이 개혁이 필요하다.


Q. 공감한다. 그런데 흔히들 ‘만 나이’에 집착하는 순간 진짜 ‘나이 든 것’이라더라.

A. 아- 서른이 되고 달라진 게 그거다. ‘만 나이’에 집착하는 것(웃음.)



Q. 올해 입대를 앞두고 있다. 불안하진 않나.

A.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은 없다.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입대가 늦춰졌고 이미 많이 늦었다. 군대에 빨리 갔으면 싶은 마음도 있다. 다만, 팬들을 위해서는 최대한 공백을 줄이고 싶다. 내가 군대에 있더라도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숙제를 하지 않은 찜찜한 기분으로 있고 싶지 않다. 빨리 숙제(군 입대)를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숙제를 끝냈는데 나 혼자 숙제를 끝내지 못해서 선생님께 혼날 것 같은 기분이다.


Q. 소속사 이적 이슈도 있다. 플럼엔터테인먼트와 긍정적으로 협의 중인데.

A. ‘미생’에 함께 출연한 강소라와의 친분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소속사 대표님과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 대표님과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


Q. ‘미생’(2014)에서는 극 중 계약직 신입사원이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어느 정도 직급에 오른 것 같나.

A. ‘원라인’에서 민 대리니까 대리쯤? 하하. 여전히 계약직인 것 같다. 매 작품마다 배우는 계약직이지 않나. 이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니까.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촬영 중인데 이 입대 전 마지막으로 욕심내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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