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커제에 대역전극 “이것이 인간의 바둑이다”

입력 2018-01-13 1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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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커제에 대역전극 “이것이 인간의 바둑이다”

이것이 ‘인간의 바둑’이다.

이세돌 9단이 1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벌어진 중국 1위 커제 9단과의 단판대결에서 293수 만에 흑 1집반승을 거두고 상금 3000만원과 현대자동차 소형SUV의 주인이 됐다.

이날 바둑은 이세돌 9단이 불리한 가운데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난전을 벌인 끝에 백의 실수(196)가 나오면서 드라마같은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이세돌 9단은 국후 “초반은 나쁘지 않았지만 계속 형세가 좋지 않았는데 커제 9단이 양보를 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은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의 일문일답.

- 오늘 바둑을 평가한다면.

이세돌: 초반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계속 좋지 않았다. 힘든 바둑이었다. 커제 9단이 양보를 해준 것 같다.
커제: 다채로운 바둑이었다. 초반을 잘 못 두었는데 후반에 더 힘들어졌다. 이세돌 선배는 현란하다고해야 할까.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좌중 웃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사이에 져버리고 말았다. 이세돌 선배는 오늘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커제: 이세돌 선배는 어려서부터 존경해 온 기사이다. 오랜 인연이다. 나보다 강한 것 같다.
이세돌: 커제는 누구나 인정하듯 세계 최고의 기사이다. 나이도 나와 꽤 차이가 나서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 본다. 좋은 곳에서 또 만나고 싶다.

- 두 기사는 모두 알파고와 대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공지능과 둘 때와 사람과 둘 때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커제: 이세돌 선배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파고와의 대결이) 괴로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대결한 유일한 기사들이니까.
이세돌: (알파고와 대결할 당시) 나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바둑은 인간과 인간이 두는 것이다. 그것이 바둑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커제: 알파고라면 아마 (오늘 바둑도) 아예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인간과의 대결은 마지막 실수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세돌: 커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기사이다. 더욱 발전해서 알파고를 이겨주길 바란다.

-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상대전적(3승10패)에서 밀리고 있었다. 대국 전 부담감은 없었나.

이세돌: 커제 9단은 너무나 뛰어난 기사이다. 밀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대국 전에 ‘그동안 진 빚을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커제 9단이 앞으로도 오늘처럼 양보해줄지는 모르겠다(웃음).

제주 ㅣ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ㅣ 타이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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