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의료사고·의료진 사과가 던진 ‘3가지 화두’

입력 2018-04-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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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슬. 스포츠동아DB

① 피해자 입증 책임 완화 청원
② 환자 불평등, 사실이었나
③ VIP 신드롬에 대한 환기


배우 한예슬의 의료사고가 다양한 화두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예슬이 SNS를 통해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밝힌 후 해당 병원 측이 즉각적으로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자 파장이 다각도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한예슬은 4월2일 왼쪽 겨드랑이 아래 지방종 제거술을 받다가 의료진의 실수로 수술 부위 근처에 화상을 입었다. 인두에 덴 피부조직이 떨어져나갔고 이를 접합했으나 잘 붙지 않자 한예슬은 20일 SNS에 관련 사진과 함께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한예슬을 수술했던 서울 강남차병원 측은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이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이튿날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료사고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료계 혁신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4일 현재 한예슬 의료사고로 인해 제기된 청원은 모두 10건. 이 중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부탁드린다”는 청원은 사흘 만에 약 2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을 제기한 이들은 모두 한예슬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이번 강남차병원 측의 과실 인정과 공개사과는 의료법 개정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중대한 ‘계기’로 생각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배우 한예슬의 의료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나아가 한예슬이 병원 측의 즉각적인 사과를 받은 것은 그가 유명인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환자 불평등’ 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다. 피해자가 한예슬과 같이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강남차병원이 과연 똑같은 조치를 했겠느냐는 회의적 의심이다. 의료사고 발생시 병원이 즉각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기에, 이번 강남차병원의 조치를 두고 ‘환자를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울러 한예슬의 의료사고로 인해 ‘VIP 신드롬’에 대한 관심도 환기되고 있다. ‘VIP 신드롬’은 너무 잘해주려다 오히려 화를 입은 경우를 설명하는 단어다. 37대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한예슬씨 의료사고와 VIP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여성이자 유명 배우인 환자의 흉터를 줄이기 위해 위험부담이 큰 까다로운 시술법을 택해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예슬이 겪은 것은 의료사고가 맞다. 그래도 그 의도는 선한 것으로 보인다. 한예슬의 경우 의료진이 생각한 최선은 단순한 종양의 제거가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고려한 ‘가려질 수 있는 흉터’까지였다. 그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취하려다 ‘더 크게 남은 흉터’를 남긴 한예슬과 의료진 모두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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