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온·배연서·이병재 “유명해진 것보다 고등래퍼 친구들 생긴 게 더 좋아”

입력 2018-04-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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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반란’을 보여준 엠넷 ‘고등래퍼2’ 톱3 이병재, 김하온, 배연서(왼쪽부터)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한 쇼핑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로무대 데뷔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10대들의 고민 담은 랩으로 음원차트 점령 ‘고등래퍼2’ 톱3 김하온·배연서·이병재

“학교선 원하는 것 배울 수 없었어요”
18세 동갑·꿈을 좇아 자퇴 닮은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큰 반향

연예기획사 전속계약 제의도 봇물
“소속사 달라도 함께 음악하고 싶어”


껄렁껄렁한 말투와 정제되지 않은 행동, 누가 봐도 딱 10대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자퇴했고 머리는 노랗게 물들였다. 어른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는 외모다. 그러나 웬걸. 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랩은 음원시장을 휩쓸었고, 10대라고 얕잡아보던 ‘어른’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2’에 출연한 김하온(18)과 배연서(18), 이병재(18)가 ‘10대들의 반란’을 일으킨 주인공들이다. ‘고등래퍼2’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10대 뿐만 아니라 30∼40대 시청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이들의 ‘날것’ 그대로를 느끼기 충분한 자리였다. 오로지 개성에 의지해 입었을 법한 헐렁한 의상과 말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이들은 “보잘 것도 없는데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지 감사할 따름”이라며 떨리는 소감을 밝혔다.

엠넷 ‘고등래퍼2’ 우승자 김하온.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하온은 ‘고등래퍼2’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배연서와 이병재는 각각 2, 3위에 올랐다. 동갑내기인 세 사람은 경쟁이 치열한 오디션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게 서로 어우러졌다. 덕분에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것보다 친구가 생겨서 좋다”는 이들이다. 셋 다 서로를 “가장 큰 수확”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성과는 방송을 통해 선보인 곡들이 모두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힙합이라고 하면 거친 욕설과 날선 비판이 난무하는 음악이라 생각됐던 것과 달리 이들의 힙합은 10대들의 이야기, 또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하고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하온과 이병재가 함께 만들고 부른 ‘바코드’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 그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 우리는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 주위에 남아있던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야’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또 김하온이 마지막 방송에서 선보인 ‘붕붕’이라는 곡은 새로운 곳을 비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병재는 ‘전혀’라는 곡을 통해 ‘아빠에게는 너무 미안해 / 가족들을 본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별로 보고 싶지 않아 미안해’라며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가사로 풀어냈다.

엠넷 ‘고등래퍼2’ 전지현 PD.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처럼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10대들의 현실을 반영한 랩 가사는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연출자 전지현 PD는 “랩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면서 “누굴 흉내 내고 꾸며서 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진정성 있게 다가간 것 같다”고 인기 비결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동안 힙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이들이 여기에 있기까지 과정을 보여줘서 공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김하온은 지난해 방송한 시즌1에서 다소 거친 랩을 선보인 후 이번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과거엔 저에 대한 정체성이 없었다. 다른 분들의 음악을 따라하고, ‘이렇게 해야겠구나’ 싶어서 뜻도 모르고 나쁜 제스처도 하고 욕도 했다”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 떳떳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현실에 집중하고 자신들의 내면에 들여다보게 된 것은 학교에서 자퇴해 일찌감치 사회 경험을 한 것과 연관이 있다. 세 사람은 “우리가 원하는 걸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고 판단해 자퇴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퇴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단 한 번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김하온은 “시청자들이 ‘용기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저를 보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는 말에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병재는 “저희 노래가 영향력이 생기면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또 무작정 자퇴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엠넷 ‘고등래퍼2’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하온과 2위를 차지한 배연서, 3위를 차지한 이병재(왼쪽부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세 사람은 이제 ‘프로무대’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이병재는 방송 출연 전부터 이미 소속사가 있었지만 김하온과 배연서는 현재 무소속이다. 이로 인해 방송이 끝나자마자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연예기획사들의 제안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은 “세 사람이 소속사가 달라진다고 해도 다양한 협업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해나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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