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전참시’ 논란 해명으로 드러난 MBC의 ‘허술함’

입력 2018-05-17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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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세월호 참사 보도 영상을 희화화해 사용한 ‘전지적 참견시점’(이하 ‘전참시’) 논란과 관련해 대대적인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 16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모은 후 결과 보고 및 질의응답을 통해 사건이 일어난 경위와 문제 인지 과정 그리고 계획 중인 후속 조치 등을 전했다.

장장 2시간에 걸친 간담회가 끝난 후에는 최승호 MBC 사장이 장문의 사과문을 한 차례 더 발표했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MBC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받아 들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사건이 일단락되고 있지만 시청자와 대다수 누리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유야무야 덮어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 제작진 일베설, 밝혀지지 않았다…“아니다” 아니라 “증거가 없다”

앞서 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이영자의 ‘어묵 먹방(먹는 방송)’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화면을 인용 편집해 논란이 불거졌다.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사용한 것도 문제였지만 해당 표현이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희화화한 것이라는 것과 관련해 고의성이 제기돼 비판이 더욱 거세게 일었다.

MBC 조사위원회는 “조연출과 FD 그리고 미술부 CG 담당자는 문제가 된 영상이 세월호 사고 관련 뉴스 영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FD는 조연출로부터 ‘뉴스 속보’의 앵커 멘트를 요청받고 ‘속보 전달’ 구성을 위한 최선의 멘트로 판단, 세월호 관련 자료 2건이 포함된 10건을 넘겨줬다. FD는 ‘앵커 멘트를 요청한 자료’고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편집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조연출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했다. CG 담당자 역시 어떤 부분에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의뢰받은 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조사위는 “조연출은 첫 번째 영상은 세월호 관련 뉴스임을 몰랐고 세 번째 뉴스는 뒷부분의 화면이 세월호 사고 화면임을 알았다. 하지만 뉴스 멘트 자체에는 ‘세월호’ 관련 언급이 없기 때문에 뒷배경을 보이지 않게 흐림 처리를 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CG 처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연출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해 만들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특정 사이트에서 해당 단어가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몰랐다”면서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작진 일베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사위원인 오동운 홍보심의국 TV심의부장은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일베가 아니라는 확증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메일 주소를 통한 가입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했다. 동료들의 평가와 수년간 지켜봐온 경험, SNS 활동 내역과 기록을 토대로 1차적으로 판단했다”면서 “사실적으로 확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베라고 할 만 한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베가 아니다”가 아니라 “확인하지 못했다”였다.

조사위가 이러한 결과를 내리기까지 진행한 조사는 개별 면담, 단체 대화방 자료 분석, 본인 동의하에 휴대전화 SNS 관련 활동 현황 분석이었다. 가까운 가족과 연인에게도 숨길 수 있는 극우 성향을, 회사 동료들의 평가와 휴대전화 기록을 통해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또한 면담에서도 거짓 진술할 수도 있고 대화방과 SNS도 조작이 가능하다. 조사위의 조사 과정과 결과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D는 몰랐다”…MBC 스스로 고백한 ‘허술한’ 제작 시스템

많은 누리꾼들이 의문을 갖는 또 하나는 “‘전참시’의 연출 담당 강성아 PD가 해당 영상이 세월호 관련 보도 영상이라는 것을 몰랐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사위는 “실무책임과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연출과 담당부장은 수차례의 시사 과정에서도 해당 뉴스 화면이 세월호 관련 영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료 길이도 짧았고 흐림 처리된 영상에 이영자의 CG 및 자막 등이 입혀져 있어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전참시’ 강성아 PD는 방송 직후 시청자 제보를 통해 문제를 인지했다. 방송 전까지 까마득하게 몰랐던 것. 강 PD 등 제작 관련자들은 이미 흐림 처리된 영상만을 봤으며 영상의 ‘원본’이 세월호 참사 보도 영상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저 영상이 문제가 된다면 걸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은 조연출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 민감한 영상을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하면서도 윗선에 보고하는 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은 “저작권 관련이나 타사 방송 자료를 쓸 때는 고문화해서 사용한다. 다만 수많은 자료, 예를 들어 낙엽 굴러가는 장면 등을 하나하나까지 보고하기에는 현재 제작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운 부장 또한 “현재 그런 시스템은 없다. 적어도 그런 뉴스를 쓰는데 있어서만큼은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세월호 보도 영상이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된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만 셋이다. 제작진 개인의 일베 여부를 떠나 방송 전 상급자에게 보고만 됐어도 이 같은 치명적인 실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해서 벌어진 실수가 아니라 ‘문제임을 알면서도’ 묵과했다는 점이 큰 아쉬움을 남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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