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러시아 리포트] 바이킹 뚫은 붉은 파도, 니즈니 달군 “대~한민국”

입력 2018-06-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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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수적으로는 절대 열세였지만, 기 싸움에선 결코 밀리지 않았다.


한국-스웨덴전이 열린 18일(한국시간), 예상대로 경기장 스탠드는 노란 물결로 가득했다. 스웨덴 언론과 팬들은 최소 2만 명 이상이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을 찾을 것으로 예고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스웨덴 팬들은 “비킹(바이킹)의 러시아 침공”이라며 자신만만해했다.


전날(17일)부터 니즈니노브고로드를 찾은 스웨덴 팬들은 축제 기분을 만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각 개최도시에 마련한 팬페스트존(Zone)과 시내 중심가, 주요 식당들은 노란 유니폼과 바이킹 모자를 쓴 스웨덴 팬들이 점령했다. 수도 스톡홀름에서 장거리 버스를 대절해 약 30시간을 넘게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반면 우리 응원단은 대략 2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소수정예였다. 각지에서 날아온 교민들과 개별적으로 방문한 원정 팬들을 합친 숫자였다. 그나마도 곳곳에 분산돼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스웨덴이 갖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관록은 팬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지구촌에서 자주 벌어지는 거리응원은 우리가 사실상 원조에 가깝다. 소리는 스웨덴이 커도 특유의 끈끈함이 있었다.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의 함성은 잠시도 끊이질 않았다. 왠지 조직적이지 못한 스웨덴의 응원전이 수시로 멈춘 것과 차이가 컸다.


여기에 우리 붉은악마의 일부는 아주 이른 오전부터 경기장을 찾는 정성을 쏟았다. 본 경기 예행연습이 진행될 때 울린 두 차례 애국가를 전부 따라 부르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다소 냉랭했던 러시아 현지 팬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합세해 한국이 좋은 장면을 만들어낼때면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유럽이 개최한 월드컵, 그것도 유럽 팀과의 대결. 니즈니노브고로드는 뚜렷한 적지였지만 일당백 싸움에 밀리지 않은 장외의 기운은 초록 그라운드에서 사투를 벌인 태극전사들에게 대단한 힘으로 작용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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