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수호신 정우람의 ‘팀 퍼스트’ 정신

입력 2019-08-2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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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정우람(34)은 지난해 세이브 1위였다. 개인 한 시즌 최다인 35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했다. KBO리그 최고의 소방수가 뒷문을 든든히 지켜준 덕에 한화도 정규시즌 3위로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정우람은 21일까지 17세이브(4승2패·평균자책점 1.60)에 그치고 있다. 이 부문 1위인 SK 와이번스 하재훈(30세이브)과 격차는 제법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이브 기회가 적었다. 21차례 뿐이었다. 반면 하재훈은 34차례, 원종현(NC 다이노스·25세이브)은 33차례, 고우석(LG 트윈스·23세이브)은 27차례 등 구원 부문 1~3위 투수들은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 2이닝도 마다하지 않는 책임감

마운드에 선 정우람의 모습을 보기 힘든 현실은 올 시즌 한화의 부진을 잘 대변한다. 정우람 역시 자신의 세이브 성공 횟수보다는 탈 꼴찌 경쟁으로까지 내몰린 팀의 어두운 오늘에 더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성적에 아쉬움은 없다. 다만 팀이 기대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 팀 성적이 좋았으면 내 성적도 올라갔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내 자리에서 계속 잘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는 강한 책임감을 정우람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몸소 입증하고 있다. 세이브 상황 여부와는 별개로 올 시즌 44경기에 나섰다. 10시즌 연속 50경기 등판이 코앞이다. 또 마무리투수는 대개 1이닝 정도를 던지는데, 정우람은 10경기에서 4개 이상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2이닝 구원승과 1.2이닝 구원승이 1차례씩이고, 1.2이닝 세이브와 1.1이닝 세이브도 각각 1차례와 3차례다. 당연히 투구이닝은 늘어났다. 45이닝으로 하재훈(49.1이닝), 원종현(47.2이닝)과 견줘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 1점대 평균자책점? 팀 승리가 우선!

1.60의 평균자책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두 자릿수 세이브를 챙기고 있는 11명의 마무리투수들 중 고우석(1.42), 문경찬(KIA 타이거즈·1.48)에 이어 3위다. 정우람 개인적으로는 2005년(1.69)과 2011년(1.81)에 이어 개인통산 3번째 1점대 평균자책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평균자책점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안타를 맞고 점수를 잃더라도 팀의 승리만 지킬 수 있다면 자신의 역할은 끝난다고 생각하는 ‘팀 퍼스트’의 정신에 투철할 뿐이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잦아진 상황에 대해서도 정우람은 “힘든 시기니까 견뎌내야 한다”며 재차 팀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팀이 어려울 때라 내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 역할이고, 또 과도기에 있는 후배들이 올라올 때까지는 내가 궂은일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부진한 이태양, 박상원 등 후배 불펜투수들이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주기만을 바라는 진심이 전해졌다. 이어 “모두가 힘든 때임을 아니까 후배들에게 따로 당부할 부분은 없다. 각자가 한 경기 한 경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다시 한번 마운드의 최후보루다운 말을 남겼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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