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아재, 바로 아재①] 2016년 대한민국 연예계, ‘아재’들의 세상

입력 2016-06-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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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의 코너 ‘부장아재’. 사진출처|SBS 방송화면 캡처

‘개콘’·‘웃찾사’ 이어 TV 광고 접수
세대간 공감…문화적 시도 큰 호응

‘아재’! ‘아저씨’의 낮춤말로,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삼촌’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아버지뻘도, 형도 아닌 어중간 나이의 남성을 일컫는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20∼30대 미혼여성에게 물은 그 나이의 기준은 평균 38.9세였다.

‘아재’가 달려오고 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의미의 ‘꼰대’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아재들은, 어딘가 모르게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시대착오적인 농담과 의미 없는 말장난을 절묘하게 버무리는 이른바 ‘아재개그’를 앞세워 대중문화계 당당한 주역으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아재개그로 대화의 꽃을 피우고, 방송가는 이를 주요 프로그램의 콘텐츠로 끌어들였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대표적이다. ‘개콘’의 ‘아재씨’에서 박영진은 “냄새나는 가게가 어딘지 알아? 문방구. 지금은 안 웃기지? 나중에 방구(방귀)끼고 문 열다 생각나서 빵 터진다”는 개그로 웃음을 선사한다. 과거 재미없다고 무시 받던 ‘썰렁 개그’가 ‘아재 개그’로 재탄생한 분위기다. ‘웃찾사’의 ‘부장아재’ 코너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인턴생활을 하는 임준빈이 두 명의 부장(백승훈, 서금천)의 아재개그를 들으며 괴로워하는 내용이다.

MBC FM4U ‘세상을 여는 아침’에서도 ‘부장님 개그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이효은 리포터가 부장님 개그, 일명 ‘아재 개그’를 하나씩 선보이며 매일 아침을 깨운다. 또 막무가내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젊은 층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듯 보이는 ‘아재’들도 예능프로그램에서 힘을 발휘한다. 예능 ‘치트키’(활약하는 사람)로 불리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김흥국이 그 선두주자. ‘아재식’ 말장난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재는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계까지 접수했다. 배우 이정재가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무언가를 보고 운전기사에게 “세우라고!” 외친다. 차를 세우자 ‘새우’가 나타난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전형적인 아재개그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재 열풍’을 불러왔을까.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꼰대’라 지칭되던 중년 남성들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를 원하고,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탈피하려 한다”면서 젊은 층 역시 이에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대간 공감의 형성을 꾀하려는 문화적 시도라는 얘기다. 아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 기본적 취향이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썰렁 개그나 옛 노래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도 많다. 취향이 다르다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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