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지혜 “선배 옥주현, 엄마 같이 따뜻해…닮고 싶은 사람”

입력 2017-12-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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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성악과 전공, ‘지킬 앤 하이드’, ‘베르테르’,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팬텀’, ‘레베카’ 등의 필모그래피까지. 데뷔부터 뮤지컬계의 ‘신데렐라’라고 불렸고, 탄탄대로를 가고 있는 뮤지컬 배우 이지혜는 ‘똑소리’가 나는 배우일 줄 알았다. 아니, 똑소리만 날 줄 알았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예상치 못한 첫 인상은 밝음과 귀여움 그리고 정다움이었다.

아마 이런 첫 인상에 놀란 것은 그의 행보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로 똑부러지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주로 맡아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편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난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서 말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안나’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무대로 옮겨 표현한 작품이다. 이지혜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러시아 백작 가문의 딸인 ‘키티’ 역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의 약혼에 핑크빛 미래를 꿈꾸지만, 안나와 사랑에 빠진 그를 보며 상처를 입고 결국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역할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처음 영화로 봤어요. ‘안나’도 매력이 있지만 ‘키티’도 매력 넘치는 캐릭터였어요. 단순한 역할인 것 같은데 그만의 여정이 또 있어요.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진실한 사랑을 찾는 여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본을 최근에 받았는데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 역할이 제게 와 준 것이 정말 고마웠어요.”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을 뮤지컬로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초연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러시아 뮤지컬은 처음이라 어색하긴 하다”라며 “기존 했던 뮤지컬은 뚜렷한 음악 색이 예상됐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그렇지 않더라. 초연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먼저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에 흥미로움이 있다. 어떤 역할을 첫 번째로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뭔가 기준점을 만드는 작업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부담감보다는 재미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키티’ 역에 대해서는 공통점도 많다고 말했다.

“밝고 귀엽고 말괄량이 같은 소녀 느낌이 저와 비슷한 거 같아요. 그런데 극이 흐르면서 키티도 점점 여성이 되는 느낌을 갖게 돼요. 연습할 때도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저도 그렇고, 키티도 그렇고 사랑 받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지킬 앤 하이드’, ‘베르테르’, ‘오필리어’ 그리고 최근에 마친 ‘레베카’까지, 이지혜는 소극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이 질문을 듣자 이지혜는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역을 맡았을 때를 떠올렸다.

“전 ‘엠마’를 정말 사랑해요. 2012년에 이 역을 처음 맡았을 때는 엠마가 지고지순한 캐릭터로 생각을 했는데 3년이 지나고 다시 만난 ‘엠마’는 외유내강한 사람이었어요. 마음속에 큰 사랑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죠. 돌이켜보면 그 사이 저에게도 변화가 있더라고요. 흘러간 시간만큼 겪은 일들과 경험 등이 쌓여있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닮아있는 캐릭터들에 끌리는 것 같아요.”

이지혜가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시간은 만 5년. 2012년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을 보게 됐고 ‘엠마’역에 단번에 낙점됐다. 처음에는 이 뮤지컬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 예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사이에 봤던 오디션의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지혜는 “내가 뮤지컬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어찌됐든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킬 앤 하이드’가 끝나고 일이 들어오지 않자 체념을 살짝 했었어요. 성악 레슨을 하고 지내다가 ‘베르테르’를 하게 된거예요. 너무 좋았는데 ‘롯데’ 역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 제 한계에 부딪힌 거라고 생각을 했고 유학길에 오를까도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오다보니 어느 샌가 산을 넘고 있더군요. 빠르게 걷진 않았지만 차근차근 묵묵하게 걸어왔더라고요.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꽤나 멀리 와 있었어요. 지금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지만 또 5년이 지나면 제가 온 길을 보면서 ‘잘 걸어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싶어요.”

이지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점점 체화돼갈수록 사랑에 더 깊이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단 한 번의 순간, 그 때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에너지를 느낄 때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무대에 서는 게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연습을 할 때는 모든 장면을 이해하고 감정을 몰입할 때 어려움도 부딪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놀이’가 된다”라며 “일종의 작품은 배우가 다른 사람이 돼 관객을 속이고, 상대 배우를 속이는 것 아닌가. 또 가짜로 일어나는 일들을 진짜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지혜는 선배 옥주현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옥주현이 예전부터 이지혜를 아끼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터. 또한 소속사 SNS에는 옥주현과 이지혜가 정답게 있는 모습이 사진과 영상 등으로 올라가있어 서로를 향한 애정 역시 잘 알 수 있다. 이지혜에게 옥주현은 어떤 선배일까. 그는 “엄마 같은 사람”이라고 단번에 말했다.

“주현언니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다 퍼주는 스타일이에요. 정말 엄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거든요. 누가 아프면 먹을 것도 일일이 다 만들어서 가져다 줘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언니는 누군가를 챙겨주는 게 자신의 기쁨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저한테 잘해주세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열심히 사는 게 예뻐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타지에서 혼자 활동하니까 그게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대요. 하하. 정말 다음 생에는 꼭 주현언니의 언니로 태어나서 제가 챙겨주고 싶어요.”

올해도 감사히 한 해를 마친 이지혜는 새해가 온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아했다. 내년이면 29세가 되는 이지혜는 “서른이 되기 전 마지막 해다.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지 오늘부터 계획을 잘 짜야겠다”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일들이 제게 일어났어요. 올해도 함께 한 작품 덕분에 행복한 2017년을 보냈어요. 그런데 내년은 29세니까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아직까지 스스로 어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단해진 사람이 돼보고 싶고요. 또 올해는 ‘안나 카레니나’로 시작을 하니까요. 첫 시작을 잘 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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