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정려원, 아직 멀었구나’ 싶었죠”

입력 2017-12-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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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정려원, 아직 멀었구나’ 싶었죠”

배우 정려원이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통해 또 재발견됐고, 또 인생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정려원은 “죽을 때까지 재발견되고, 인생캐릭터를 경신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처음에 ‘재발견’이라는 단어만 보고는 ‘그럼 나는 언제 발견이 되는 것일까’ 싶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발견이 된 적은 있는데 재발견을 또 했다’는 뜻이잖아요. 새로운 모습, 색다른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니까 좋은 말이죠. 양파처럼 까도 까도 새로운 매력이 나온다? (웃음)”

정려원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마녀의 법정’을 선택했고 정려원에게 마이듬 캐릭터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정신 차리려면 마이듬을 꼭 해야 했다”라고 비장한 출연 이유를 들려줬다.

“‘마녀의 법정’ 이전에 막 정신이 나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무뎌져있었죠. 저도 배우인데, 어느 순간 시청자 입장이 돼 있더라고요. 점점 이런 저런 이유로 ‘난 저런 역할 못 할 거 같은데..’라면서 자꾸 빼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정려원의 대표작이라고 꼽지만 정작 정려원은 “매 작품 교훈을 얻었다. 대표작,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을 고르지 못하겠다”며 “다만 ‘마녀의 법정’ 마이듬을 통해선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맞서 싸워 이긴다면 나에게 큰 자산이 되더라”고 ‘마녀의 법정’이 지닌 의미를 이야기했다.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 분량이 많아요. 기둥이 무너지면 안 될 거 같아서 초반에 너무 두려웠어요. 왜 내가 이걸 한다고 했는지 너무 짜증이 났었죠. ‘잘 해낼 수 있을까요’라고 감독님에게도 말씀드렸어요. ‘잘 해낼 수 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감독님, 작가님이 나를 믿어주셨고 저도 그 믿음에 힘입어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1~4회 대본 자체를 다 외워갔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대사 좀 던져봐 라면서 대사를 구걸하고 다녔고요. 그렇게 중무장을 하고 현장에 갔는데 순간 백지 상태가 되는 저를 보면서 ‘와~ 정려원 아직 멀었네~’ 싶었죠. 공포가 확 밀려오면서 화장실 문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었어요.”

그룹 샤크라 시절부터 따지면 정려원은 17년차 연예인이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게 있다는데 정려원은 마이듬으로 첫발을 떼는 것이 두려웠고, 그 이유에 대해 ‘피해자’를 언급했다.

“단지 검사 역할이 처음이기에 두려웠던 건 아니에요. 어쩌면 ‘마녀의 법정’ 시청자 중에 피해자가 있고, 이 드라마가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다루지 못해 피해자들이 더 상처를 입을까봐 지레 겁이 났죠. 마이듬의 행동이 설득되지 못했다면 저 스스로에게 패배감을 느꼈을 거예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휴대전화까지 멀리하며 대본에 초집중을 했다. 그는 “평소에도 작품을 시작하면 휴대전화를 안 보는 편이었는데 ‘마녀의 법정’ 때는 더 철저하게 배제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어플까지 검색하기도 했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그 정도로 ‘마녀의 법정’은 저에게 의미 있어요. 밝지만 깊었던 작품이기도 하죠. 보통은 밝으면 가볍고, 무거우면 깊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밝고 깊음이 혼용됐다는 것이 신기했죠. 두려움, 껴안고 가야할 숙제를 ‘마녀의 법정’을 통해 풀어냈어요. 이제는 두려움을 조금 덜어내고 다른 작품도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거든요.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떠나보내려고만 했었어요. 제가 낙서를 좋아하거든요. 작업실도 따로 있고, 2012년부터 페인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항상 글을 쓰거나 그림 작업을 하면서 (여운을) 떨쳐내려고 했었는데... 마이듬은, 그냥 (캐릭터와) 같이 살아도 나쁘지 않은 거 같던데요?”

마지막으로 ‘2017 KBS 연기대상’ 수상에 대해 묻자 “주실 생각도 없으면서 자꾸~”라며 인기상을 언급했다.

“15년 동안 인기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인기상을 받고 싶어요. 그거... 투표하지 않나요? 마이듬이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마녀의 법정’을 좋아해주셨다면 실천해주세요!! 표현해 주세요. 여러분! 격하게요! (웃음)”

사진제공=키이스트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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