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그래, ‘윤하’가 있었지

입력 2018-01-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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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그래, ‘윤하’가 있었지

가수 윤하가 2017년 12월 27일 정규 5집 ‘RescuE’를 발표했다. 5년 5개월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이다. 싱글을 통해 자주 컴백하는 방식이 대세인 가요계 시류와는 조금 다르게 무려 5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가요 시상식으로 가득한 연말에 앨범을 발표해 ‘미친 짓을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에 대해 윤하는 “욕심이 과하긴 했다. 하지만 2017년 연말이라도 앨범을 내고 2018년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고 5년여 동안의 작업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지금까지의 저를 일단락하고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상에 저를 올려놓았어요. 지금 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신곡을 작업하고 다른 일도 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건강도 회복했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해봤자 부모님들 메신저 프로필 사진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요즘 꽃 사진 찍기, 필름카메라 작업에 빠져있어요. 연애에는 늘 지대한 관심이 있죠.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순리에 맡기려고요. 제 자신이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만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저 자신을 좀 더 사랑해보려고 합니다.”

윤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런 건 없더라. 그때그때 만든 노래를 발표할 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오랜 공백기에 따른 존재감 하락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저의 팬들이 여전히 저를 지지해주고 계세요. 덕분에 잊혔다기보다는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는 욕심이 더 클 뿐이에요. 10년 이상 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프로듀서라는 꿈을 갖게 됐고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이제야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에요.”


10년 만에 꾸는 새로운 꿈. 앨범 이름 ‘RescuE’ 역시 실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윤하는 “내가 구조됐다고 생각해 ‘RescuE’로 한 것”이라고 뜻을 보탰다. 그를 구조한 사람들 중에는 이번 앨범을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들이 있다.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그루비룸(GroovyRoom)부터 식케이, pH-1, BOYCOLD, 브라더수, 챈슬러, DAVII 등 가요계 핫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음악적 정체기, 변화를 위한 과도기를 경험하고 있던 윤하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윤하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윤하는 윤하지’라고 격려해준 말이 너무 큰 힘이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직 음악씬에 남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루비룸은 어두웠던 나를 적절하게 희석시켜준 프로듀서다. 내가 하고자했던 이야기를 트렌디하게 풀어냈다”고 고마운 마음까지 덧붙였다.

이어 “소통을 통해 아티스트끼리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흥미를 되찾았다”며 “어릴 때부터 언니, 오빠들을 따라 음악을 들어서 그런지 시대를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나의 노티를 프로듀서들이 잘 잡아줬다. 나이에 맞게 살려고 한다”고 앨범의 완성도를 자신했다.

“성취감은 확실히 있어요. 아쉬운 점이 보이고,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가’라는 트랙은 정말 큰 도전이었는데 제 주무기로 하기에는 무리하는 것을 느끼게 해줬고 ‘답을 찾지 못한 날‘의 경우는 ‘기다리다’ 이후 제 자작곡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아! 더 이상 자작곡으로 히트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후에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날’이 리스너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전투적으로 자작곡을 만들어봐도 되겠다 싶었죠. 선공개했던 ‘종이비행기’로는 제가 왜 피처링으로 자주 쓰이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간단한 멜로디인데도 잘 부르더라고요.”


하지만 초창기 윤하, 락킹한 음악을 하는 윤하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다. 윤하는 “아까 말했던 ‘윤하는 윤하다’라는 게 장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라며 “좀 더 나를 믿기로 했고 다양한 장르에 마음을 열고 ‘윤하만의 장르’를 찾아볼 예정”이라고 도전에 의미를 뒀다.

“저는 이번 앨범을 통해 ‘윤하가 다시 시작한다’ ‘어! 윤하가 있었지’라는 피드백만 받아도 충분해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 하기엔 수록된 곡이 많은데요. (웃음) ‘예전 모습도 있는데 예전과는 다르네~’라는 느낌만 줄 수 있다면 좋습니다. 쉬지 않고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반만 마련된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어쩌면 현재 윤하가 보여준 장르적인 변화조차 ‘지금의 윤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윤하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이란...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너무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는 것을 반성합니다. 그때그때 나를 보여드려 볼 걸..”이라고 2018년 전투적인(?) 활약을 다짐했다.

“앨범이 나와서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5년 동안 이 하나의 앨범만 계속 생각하는 건 제 개인적인 삶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더라고요 진정성,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제가 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컨대 ‘신데렐라’로 뮤지컬을 경험하긴 했지만 올해는 뮤지컬 배우로서 전투적으로 오디션을 봐 볼 생각이고요. (웃음) 라디오 DJ도 다시 해보고 싶고요. 이런 다채로운 활동이 금전적인 부분 이외에도 저를 환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해보고 진짜 제 모습을 찾았으면 합니다.”

사진제공=C9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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