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1급기밀’ 김상경 “연예계 접대 관행, 나 또한 궁금했다”

입력 2018-02-09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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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1급기밀’ 김상경 “연예계 접대 관행, 나 또한 궁금했다”

영화 ‘1급기밀’은 방산비리라는 낯선 문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이태원 살인사건’과 ‘선택’에 이은 故 홍기선 감독의 부조리 고발 3부작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을 그렸다.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사건과 2009년 방산비리를 MBC ‘PD수첩’ 을 통해 밝힌 해군 소령의 실화가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졌다. 지난달 24일 개봉했으며 19일부터는 배리어프리(한글자막 화면해설) 버전으로도 상영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방산비리를 처음으로 다룬 영화라는 데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폭로’라는 말 때문에 현 정부에 들어서 나온 작품 같지만 우리 영화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척결하자고 했던 ‘방산비리’를 담은 작품이에요. 정권을 막론하고 항상 있었던 문제죠. ‘1급기밀’의 시나리오를 읽고 감동받아서 선택했어요. 성실한 군인이 사회적인 비리를 맞닥뜨렸을 때 가족이 위대받을 수 있음에도 이를 참고 이겨내면서까지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었죠. 여기에 방산비리까지 다룰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어요.”

김상경은 영화 ‘1급기밀’에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항공부품구매과 박대익 중령 역을 맡았다. 박대익은 요즘 시대에 정말 보기 드물게 청렴하고, 모범적인 군인. 김영수 전 소령 등 실존인물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김상경은 박대익이 국가적 비리의 실체를 목격한 후 겪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일병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등은 실제 경험에서 많이 따왔어요. 저도 어느 정도는 극화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변의 위협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비리로 가득 찬 영화 속 ‘군피아’ (군대+마피아) 세계에서 소신을 지키는 박대익의 모습은 가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직함을 넘어 미련하게 보이기도 한다. 관행과 폐단으로 둘러싸인 현실에서는 박대익의 소신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마다의 관행, 저마다의 폐단 그리고 현실. ‘1급기밀’은 방산비리에 국한되지 않고 ‘현실’을 사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박대익처럼 행동할 수 있겠냐고. 관행이 넘치는 연예계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온 김상경 또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공감했다.

“방산비리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들이 건강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영화에서는 박대익이 외톨이가 되고 배신자 취급을 받잖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연예계에서도 과거 술 접대 문화가 관행처럼 있었어요. 거부하는 배우들은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더라고요. 연예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문화가 진짜로 실재하는지 궁금했는데 저는 제안을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김상경은 “젊은 친구들의 희생으로 관행이 밝혀졌고 이를 조심하는 사회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의 표정은 ‘1급기밀’의 박대익과 꼭 닮아있었다. 김상경은 결연한 눈빛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상경은 ‘1급기밀’에 이어 2월 ‘궁합’과 3원 ‘사라진 밤’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궁합’에서는 ‘키 메이커’인 왕을 연기했고 ‘사라진 밤’에서는 베테랑 형사 우중식을 맡았다. ‘사라진 밤’은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에 이어 김상경이 네 번째 형사를 선보이는 작품.

“정의롭고 선한 캐릭터만 주로 맡는다고요? 악역이 거의 안 들어와요. 하하. ‘사라진 밤’에서도 같은 직업군이지만 그 전의 형사와는 또 다른 느낌일 거예요. 올해 자주 뵙겠네요.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리특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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