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흑기사’ 김설진 “종합예술인? 그냥 인간이 궁금할 뿐”

입력 2018-02-1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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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흑기사’ 김설진 “종합예술인? 그냥 인간이 궁금할 뿐”

무용수, 예술 감독, 배우, 작가…통틀어 보면 김설진은 ‘종합 예술인’이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직업적 범위 안에서는.

‘종합 예술인이시네요’라는 말에 김설진은 굉장히 쑥스러워하며 “사람들이 정해놓은 말 아닌가요? 저는 그냥 제가 궁금해 하고, 그냥 제가 하고 싶어하는 걸 할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냥’이라는 두 글자는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볼 단어고, 김설진 자체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설진은 JTBC ‘전체관람가’, KBS2 드라마 ‘흑기사’로 연기에 도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그냥 인간이 궁금했었다”고 애매모호하지만 명쾌하게 답을 했다.

“춤을 춘지는 28년이 됐어요. 언제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느냐고 묻는 다면 시기적으로 정확하지 않지만 한 18년 정도 된 거 같아요. 그냥 제가 궁금하고 호기심 가는 일을 하는 편이라… 솔직히 연기가 궁금하기 보다는 사람이 궁금합니다. 사람의 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춤이고, 내면적으로 인간 자체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건 연기거든요.”


제주도 출신인 그는 1998년도 18세 때부터 댄서로 방송 활동을 했다. 김원준의 ‘가까이’, 지드래곤의 아역 시절로 잘 알려진 꼬마 룰라, 코요태, 파란, 조성모의 ‘다짐’ 등을 소화했다. 그 시절 대부분의 댄서들이 그러했듯 김설진도 스트릿댄서로 입문했고 ‘더댄스’ ‘프렌즈’라는 팀을 거쳐 대학에 진학했다. 현대무용은 우연찮게 본 영화에 등장한 춤에 빠져 배우기 시작한 분야다.

김설진이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춤을 추다보니까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기술적으로 목맸던 시절이 있었는데 테크닉보다 더 재미있는 게 생긴 것”이라며 “높게 뛰고, 높게 들고, 더 많이 회전하는 것보다 어느 순간 ‘이 인물은 왜 이런 움직임을 하지’ ‘왜 이런 춤을 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설진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그의 움직임에 녹아든다. ‘흑기사’ 속 양승구는 대사, 표정 외에도 춤으로 시청자와 소통했고, 극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양승구가 춤을 추는 설정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걸음걸이, 행동 같은 움직임이 특별한 친구긴 했죠. 춤추는 장면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고요. 승구가 귀신인지, 사람인지 불분명하게 설정했어요.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랐거든요. 승구 스스로도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을 거 같아요. 어릴 때 양장점에 취직했으니 평범한 가정의 아이는 아니었을 테고 장백희(장미희)와 샤론(서지혜)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받은 아이잖아요. 양승구의 감성은 성장하지 않은 상태고, 양승구의 세계관은 양장점 하나뿐이었을 거예요.”


덧붙여 “첫 정극이었는데 장미희 선생님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너무 떨렸고 좋았다. 선생님이 첫 대사를 하시자마자 ‘와~’”라며 “서지혜 배우와도 샤론과 승구로서는 많이 친해졌다. 촬영 대기할 때 두 사람에게 가서 많이 가르쳐달라고 부탁도 드렸다. 팁도 알려주셨고 너무 잘 대해주셨다”고 백희, 샤론과의 호흡도 추억했다.

그는 “빨리 다른 배역을 만났으면 좋겠다. 더 이상 승구가 해야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종영 후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난다”며 “어떤 역할이라도, 텍스트화 돼있는 인물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너무 재미있다. 식상하지 않게 풀어낼 자신이 있다”고 열정을 내비쳤다.

“앞으로도 하던 거 계속 하면서 지낼 거예요. 공연도 하고, 글도 쓰고요. (글이요?) 낙서집을 출간했어요. 낙서집이라는 카테고리가 없어서 에세이로 분류됐어요. 그냥 제가 끄적끄적했던 낙서를 모아놓은 것이에요. 낙서 노트만 해도 몇 상자되거든요. 승구와 관련해서도 생각나는 대로 무작위로 그렸었어요. 그럼에도 가장 큰 건 오디션을 보는 것이죠. 또 다른 배역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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