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신소율 “주연 욕심? 포기 빨랐다…멋진 배우되고파”

입력 2018-02-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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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소율,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DA:인터뷰] 신소율 “주연 욕심? 포기 빨랐다…멋진 배우되고파”

주인공은 그를 빛내주는 조연, 단역이 있기에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스스로를 중심에 놓길 원하기 마련이지만 오늘도 수 많은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친구, 행인 1,2,3,4가 한 사람을 위해 주변을 채워야 한다.

KBS2 드라마 ‘흑기사’에서 신세경의 친구 김영미, SBS ‘키스 먼저 할까요?’ 김선아의 동생 안희진을 연기한 배우 신소율은 ‘주연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포기가 빨랐다”고 역할 비중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주연 욕심은 지금도 있어요. 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미니시리즈 원톱 주연! 어렸을 때는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30대 중후반에는 제 나이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 있다면 연기력을 키워서 도전해볼만하다고 느끼죠. 20대 때는 미모, 연기력 등 이유로 그냥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부모님의 소원은 KBS2 드라마 ‘달콤한 비밀’(2014) 주인공을 하면서 풀어드린 거 같고요.”

신소율은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주인공을 하고) 내 연기력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내려올 때가 비참하다”며 “결국엔 나 하기 나름이더라”고 덧붙였다.

“예전에 ‘소율 씨는 주인공 친구 역할을 많이 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드라마가 끝나면 누군가의 친구가 아니라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자체로 저를 기억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나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요즘엔 나이 들어서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 신소율,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흑기사’는 신소율이 데뷔한 후 처음으로 공백기를 갖고 다시 시작한 작품이다. 1년이라는 기간은 신소율 연기 인생 사상 가장 긴 휴식기였다. 덕분에 신소율은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신소율’이라는 이름을 26세 때 처음 썼는데 그 이후에는 쉬지 않고 일했었어요. ‘흑기사’ 전에 1년 정도 쉬었는데 저로썬 정말 긴 공백기였죠. 이름에 ‘소’가 들어가서인지 정말 소처럼 일했었거든요. 쉬면서는 ‘나 왜 이렇게 놀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도움이 된 시간들이었죠. 제동 장치가 없었으면 저는 지금도 계속 달리기만 했을 거예요. 욕심 부리다 제 풀에 꺾이지 않았을까요? 여유를 찾을 시간이 생겨서 좋았어요.”

신소율은 1년의 공백기를 ‘30대의 사춘기’라고 표현했다. 쉬면서 13년산 장롱면허에서 탈출해 쏘카(SOCAR)를 이용하며 운전에 재미 들렸고, 그는 “개인적인 행복을 생각하게 됐다. 내 나이 또래 여자들이 겪는 일종의 사춘기라고 하더라. 성숙해지는 과정이란다”라며 “그렇다고 우울해한 건 아니다”라고 특유의 유쾌함을 나타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니들 차타고 다녔다. 약속 있으면 무조건 저를 집에 데려다 줬었죠. 서지혜, 남규리 언니들이요. (웃음) 차 없었을 때 저는 그냥 버스 타고 연극 연습하러 갔었어요. (사람들이 알아볼 거 같은데요?) 못 알아보시던데요. 버스를 타면 너무 잠이 와서 고개 숙이고 자버려요. 아직까지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이 없는 거 보면.. (하하)”

신소율이 소개하는 언니들 중 서지혜와는 SBS ‘그래, 그런 거야’에 이어 '흑기사‘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그는 서지혜, 윤소이를 잔잔한 물에 비유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서지혜와는 ‘그래,그런거야’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엄청 매일 만나고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서지혜, 윤소이 언니는 건강한 멘털을 가진 언니들이죠. 잔잔한 물같은. 제 성격을 눌러줘요. 제가 약간 불같은 면이 있거든요. (웃음)”

신소율은 좋아하는 언니 윤소이가 결혼한 것을 보면서 “그 언니는 결혼 전도사가 됐다”며 “원래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었었는데 (요즘들어) 결혼, 사랑하는 것도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연애, 결혼관도 공유했다.

“어렸을 때 저는 23살 즈음이면 결혼을 할 줄 알았어요. 빨리 가정을 이루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자리 잡으려고 했는데 벌써 계획보다 10년이 더 흘렀네요. (웃음) 제 연애 스타일은.. 바보예요. 짝사랑에 매달려봤고, 내가 누굴 좋아하는 게 먼저 였거든요. 지금은 조금 바뀌긴 했어요. 자존감이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왜 나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라는 건지 알겠더라고요. 세상 모든 언니들의 말은 다 맞습니다!”

배우 신소율,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행동, 말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지만 이렇게 신소율은 직업적인 가치관부터 사적인 연애관에도 최대한 솔직하려했고, SNS 활동에 대한 생각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본업부터 잘 하자!’

“말 한 마디에 인식이 안 좋아질까 봐 조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게 아니다보니 조심스러워지죠.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할 뿐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관종으로 비추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비판은 수용하려고 해요.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을 SNS로 전한 것도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저는 바뀌어야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고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응원하다는 마음이 더 컸거든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잖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하는 말, 행동에) 당당하려면 내가 하는 본업부터 잘 해야겠죠? 잘 해보려고 합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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