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인터뷰:얘 어때?②] 박지연 “오랜 조단역-편집에 좌절…그래도 연기가 좋다”

입력 2018-03-03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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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아는 스타가 아닌 내가 먼저 찜한 스타! 동아닷컴이 야심에 차게 준비한 ‘얘 어때?’는 신인들의 매력을 파헤치고 소개하는 인터뷰입니다. 이름, 얼굴이 낯설다고요? 당연하죠~! 하.지.만. 미리 알아두는 게 좋으실 겁니다. 나중에 엄청난 스타로 성장할 아티스트들이거든요.★


◆ 스타 자기소개서

1. 이름 : 박지연
2. 생년월일 : 1984년 8월 22일
3. 소속사 : 에스더블유엠피
4. 전공(특기) :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 특기 달리기
5. 출연작품 :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젊은 인숙, ‘오빠생각’ 소담, ‘감시자들’ 통제녀, ‘원더풀 라디오’ 막내 작가, ‘코리아’ 미진 外 다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인숙, ‘호구의 사랑’ 담당 간호사 外 다수
[독립 영화] ‘그리다-관계의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지연, ‘피크닉’ ‘그녀의단속반’ ‘분노의 역류’ ‘오제이티’ 外 다수

6. 성격 : 무던해 보이나 예민하고 생각이 많지만 단순한 편.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내가 보는 나는 착하지 않다. 욱하기도 하니까. 그래도 배려는 몸에 베여있다. 내 속에 내가 많아서 나도 계속 알아가는 중이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O형인데 부모님의 A형과 B형의 성향이 다 섞여있는 것 같다.

7. 입덕포인트 :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배우와 그런 연기를 추구한다. 그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진심이면 통한다’고 믿는다. 관객들이 내가 연기하는 배역을 보며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 내 연기를 보고 ‘마음이 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감사하고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Q. 데뷔작이 13년 전 영화 ‘공공의적2’(2005)네요.

A. 꽤 됐죠. 하하.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김상진 감독님이 찍은 ‘공공의 적2’의 프롤로그에 출연했죠. 감독님이 제가 여고생으로 출연한 독립 영화를 보셨대요. 얼떨결에 캐스팅됐어요. 운이 좋았죠.


Q. 조단역까지 합치면 그간 출연작이 40편 이상이에요.

A.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학교를 졸업한 후였어요. 2008년에 졸업했으니 햇수로는 10년 됐네요. 물론 학교 다닐 때도 평일에는 연극 공연을 연습하고 주말에는 단편 영화를 찍느라 되게 바빴어요. 졸업 직전에 스카웃돼 극단에 들어갔고 1년 동안 연극을 했죠. 그런데 너무 바쁘다 보니 영화를 할 기회가 없는 거예요. 복에 겨운 일인지 몰랐던 거죠. 다양한 경험도 하고 싶고 오디션도 보고 싶어서 극단을 나오게 됐어요.


Q. 소속사 없이 활동했잖아요. 녹록치 않았을 것 같아요.

A. 한양대 출신 배우들끼리 왕십리 액터스라는 팀을 만들었어요. 소속사가 없으니 우리끼리 프로필을 만들어서 돌리곤 했죠. 세 작품 정도 오디션을 보면 한 작품은 되는 식이었죠. ‘전우치’ ‘내사랑 내곁에’ 등 오디션에서 운 좋게 캐스팅이 많이 됐는데 단역이었어요. 한 신만 나오곤 했죠.


Q. 조단역을 많이 한 배우들에게는 편집과 캐스팅 번복의 아픔이 공통적으로 있더라고요.

A. 많죠. 그래도 이젠 익숙해요. 다섯 신을 찍어도 제가 어디까지 나올지는 영화가 나와 봐야 아는 거더라고요. 캐스팅이 엎어질 때도 많았어요. 단편 영화와 공연을 하면서 그 갈증을 해소해왔어요. 그곳에서는 제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단편 영화도 1년에 최소 2~3편은 꾸준히 찍고 있어요.


Q. 사연 있거나 수더분한 캐릭터를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실제로 보니 도회적인 느낌도 강한데요.

A. 실제의 저는 사랑 듬뿍 받고 자랐답니다. 하하. 주로 캐스팅된 캐릭터들을 보면 주체적인 여성보다는 사연 있는 여성이 많았어요. 수수한 캐릭터가 잘 어울리나 봐요. 하지만 ‘외유내강’이라고 하잖아요. 선한 느낌에서 뿜어지는 강인함도 잘 표현하고 싶어요.



Q.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어릴 때 집에서 인형놀이를 하잖아요. 혼자 극을 만들어서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학창시절에는 국어 시간에 희곡을 낭독할 때 재미를 느꼈어요. 선생님께 스카웃되어서 방송반을 한 경험도 있고요. ‘연기하는 것=재밌는 놀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대학교 진학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서울예술대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어요. 막연하게 예술 계통의 일을 하는 게 재밌겠다 싶어요. 그러다 여름방학 때 친척이 사는 미국 뉴저지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배우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거 해야 겠다’ 싶었어요.


Q. 당시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A. 반대는 안 하셨어요. ‘네가 정 원하면 한 번 해봐’라고 하셨죠. 대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평일에는 학교생활하고 주말에는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입시를 준비했죠. 처음에는 남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부끄러웠는데 그래도 재밌었어요. 어떻게 보면 고3 때가 그전의 학창시절보다 훨씬 재밌었던 것 같아요. 연기학과에 목표가 생기니까 시간표를 짜서 열심히 준비했죠. 감사하게도 재수 없이 대학교에 한 번에 붙었어요.


Q.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연기가 평생의 업으로 바뀐 건 언제 즈음이었나요.

A. 특별한 시기 없이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운명처럼 ‘계속 배우를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냥 당연히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오래, 길게 가고 싶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도 할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거죠.


Q. 슬럼프는 없었나요.

A. 있었죠. 배역의 롤이 작다 보니까 갈증이 미치도록 많았어요. ‘나를 왜 이렇게 못 알아봐주지?’ 싶기도 했죠. 다른 일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할 줄 아는 것도, 꾸준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어요.

스물아홉에는 30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다보니 여자로서도 배우로서도 꺾이는 느낌이었어요.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 막막하고 화도 많이 나고 분노도 느꼈어요.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오디션이 들어오면 또 봤어요. 막상 촬영할 때는 즐거운데 끝나고 나면 다운되고. 반복이었죠. 그래도 꾸역꾸역 오디션을 봤어요. 지금 하기 싫다고 안 하면 더 속상하고 힘들 걸 아니까요.

그러다 영화 ‘카트’를 찍었는데 선배들의 열정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제 고민을 다 겪었던 분들이잖아요. 저도 한 신도 허투루 찍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저도 꾸준히 가는 배우가 되어야겠다 싶었어요. 그 이후에도 힘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상처 받았다가 회복하고의 반복이었어요. 저 자신과의 싸움이죠. 저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Q. 남편 황상경 씨도 배우잖아요. 연애를 12년 했다는 점이 놀랍더군요.

A. 남편이 저보다 대학교 2년 선배예요. 당시 남편이 과대였고 제가 부과대였는데 같이 회의도 하고 공연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죠. 12년을 헤어지지 않고 꾸준히 만나다보니 무던하게 지난해 10월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Q.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A. 저도 일에 욕심이 많다 보니 ‘일을 더 해보고 결혼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결혼을 빨리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나이도 어느새 결혼 적령기가 됐고 이미 옆에 서로가 있는데 굳이 결혼을 안 하고 활동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부모님의 압박도 있었고요.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배우 활동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2세 생각도 할 나이지만 아직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Q. 같은 직업군이라 장점이 많을 것 같아요.

A. 일하기 편하죠. 서로 일에 공감해주고 배려하는 게 익숙하니까요. 오디션을 준비할 때 대사가 안 외워지면 도와주기도 해요. 이용가치가 있죠. 하하.


Q. 영화 ‘그리다’와 ‘오빠생각’ 등 같이 찍은 작품이 꽤 있더라고요. 연기 호흡은 어떤가요.

A. 10편정도 되는 것 같아요. 부부 역할은 확실히 편한 게 있어요. 오래된 커플 연기도 익숙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오죠. 오히려 풋풋한 연인은 좀 어색해요. 오빠는 진지한 연기를 할 때 집중이 안 된대요. 웃음 터지면 잡기도 힘들고요. 영화 ‘오제이티’를 찍을 때 오빠가 ‘더 이상 같이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Q. 배우 박지연이 보는 배우 황상경은 어떤가요.

A. 자기 색깔이 있는 매력적인 배우죠. 저와는 달라요. 저는 무던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오빠는 조금 튀어요. 제 장점이자 단점은 현장에 두면 자연스럽게 묻어나거든요. 그래서 작품에 많이 쓰이는 것 같고요. 오빠는 어디서나 튀어요. 색깔이 뚜렷하죠. 튀기 때문에 좋은 캐릭터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Q. 올해 두 사람 모두 좋은 작품을 만나 바쁘기를 기대할게요.

A. 식구가 생겼으니 올 한 해 도약하는 시기가 되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오빠와 같이 탄력 받아서 함께 잘 되어야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t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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