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정진영 “배우는 ‘늘 하니까’라는 관성 경계해야”

입력 2018-03-0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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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정진영 “배우는 ‘늘 하니까’라는 관성 경계해야”

배우 정진영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1988년 연극 ‘대결’으로 데뷔한 정진영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광기 어린 연산군을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그려냈다.

코미디 영화 ‘황산벌’ ‘달마야 놀자’부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판도라’까지. 장르과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왔다. 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진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그는 ‘할배파탈(할배+옴므파탈)’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흥부’까지 30년 동안 꾸준히 관객과 시청자가 찾아온 배우 정진영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렇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죠. 우리나라에 연기 잘하는 배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화면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순간에도 연기를 탄탄하게 보여주는 분들 참 많아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거잖아요. 고맙고 행복한 거죠.”


정진영은 특별히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관성으로 연기하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고 고백했다. “늘 하니까 한다”는 생각.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였다.

“지친 적은 없어요. 생각보다 정신없이 바삐 달려오진 않았으니까요. 음- 제일 안 좋은 건 관성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어쩌면 한때 제게도 관성으로 연기하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50대가 되면서 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람에게는 살면서 몇 번의 결절점이 있는데 남성은 50대 전후에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시간을 통해 나름대로 마음이 리셋 됐죠. 여러모로 마음이 편해졌고 연기에 대해 다르게 생각도 하게 됐어요.”

정진영에게 있어 ‘점검의 시간’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전과 후 연기를 대하는 정진영의 자세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자유’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언급되고 강조됐다.

“젊을 때는 논리를 많이 따졌어요.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생각했죠. 그런데 배우는 논리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감정으로 보여주는’ 존재더라고요. 연기에 대해 다른 식으로 생각하게 된 거죠.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생각의 전환 후 선택한 작품이 드라마 ‘화려한 유혹’이다. 2015년 방송된 작품이니 불과 3년 전이라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말이 안 되는 인물이에요. 딸의 친구를 사랑하는 남자. 정당성을 생각하면 그 인물을 연기할 수 없죠. 그런데 작품 안에서 ‘얼마나 사랑할까’를 생각하니까 훨씬 더 자유로워지더라고요. 인물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인거죠. 결이 달라지더라고요.”

60대를 바라보는 지금, 여전히 꿈을 꾼다는 정진영. 그는 “누구나 나를 지켜주는 ‘박씨’가 있어야 살 수 있다”면서 “내일을 위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위하는,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꿈”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명언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으로 정진졍은 “내일 모레면 이제 예순이다. 나이 들고 주름살이 있는 사람들이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깊이 있게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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