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명선 “치킨 먹다 잠들던 102kg의 나, 살기 위해 다이어트”

입력 2018-04-0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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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이지형 기자 lee2858@donga.com

‘102kg’. 이는 개그우먼 김명선의 체중 이었다. 뚱뚱한 이미지로 개그맨의 꿈을 이룬 김명선에게 세 자리 몸무게는 하나의 자산이었다. 무대 위 그의 캐릭터였고, 개그맨으로서의 정체성이었으니까. 새벽 3시에 치킨 한 마리를 혼자 해치우는 건 일상이었다. 김명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와 흰 쌀밥. 모두 ‘다이어트의 적’인 탄수화물 덩어리다.

김명선은 태어나서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서른 인생에 단 한 번도. 지난겨울까지는 그랬다. 그런 그가 2월 4일 역사적인 도전에 나섰다. 트레이너 아놀드 홍과 100일 동안 함께하는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52일차 기준으로 김명선은 20kg을 감량했다. 체지방량은 45.4kg에서 24.6kg로 대폭 줄었다. 김명선은 어떻게 체중을 감량했을까, 또 그는 대체 왜 다이어트를 결심했을까.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3분의2에 접어든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왜 다이어트에 도전하게 됐나요?

A. 지난해 가을에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뚱뚱한 캐릭터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요. 지방간에 고지혈증에 혈압도 높고 건강이 안 좋더라고요. 충격 받았죠. 큰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결심했죠.


Q. 개그맨이 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고 들었어요.

A. 개그맨 시험 전에 80kg대였어요. 제가 개그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캐릭터도 애매하다보니 살을 찌워서 뚱뚱한 캐릭터로 개그맨이 됐어요. 캐릭터에 맞춰서 계속 먹다 보니 몸이 점점 더 커지더라고요.

‘코미디 빅리그’에 들어온 후에는 15kg 정도 더 쪘어요. 오후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연습한 후 새벽에 야식 먹고 아침 5시에 잠드는 생활이 반복됐어요. 활동 패턴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보니 건강에 더 안 좋더라고요. 제가 제 몸을 봐도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이렇게 해서 웃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걱정됐죠.


Q. 살을 빼면 캐릭터를 잃을 수도 있잖아요.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개그는 제 일이고 꿈인데…. 주변에서도 ‘살 빼고 캐릭터 없어지면 방송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고민 끝에 다이어트를 선택했어요. 결국, 살아야 하는 거니까요. 전보다 덜 웃길 수는 있지만 평범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제가 개그맨이 된 이유가 ‘건강한 웃음과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인데 제가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동아닷컴 이지형 기자 lee2858@donga.com



Q. 다이어트를 시작한 첫날, 어땠나요.

A. 첫날에는 ‘Before’ 사진만 찍고 끝났어요. 주눅 들고 싶지 않아서 당당하게 웃으면서 찍었어요. 저는 패자가 아니니까요. 첫 다이어트니까 더 활활 타올라서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인바디를 쟀는데 101.9kg이 나오는 거예요. 다이어트 전에 마지막으로 쟀을 때 105kg였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온 거죠. 싱글벙글했어요.

운동을 시작한 첫날에는 스트레칭만 했어요. 그동안 제가 한 스트레칭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좋았어요. 매일 아침 모여서 운동을 하는데요. 운동 강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적응됐어요. 5일차의 저와 지금의 저는 정말 다를 정도로 발전했죠. 자세도 많이 좋아졌고요.


Q.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요.

A. 물론 힘들죠. 하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같이 하는 ‘가치’를 느끼고 있어요. 재밌고 신기해요.


Q. 식단 조절은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A. 정~말 힘들어요. 일절 입에도 안 대던 채소를 먹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나름 즐겁게 먹으려고 응용 요리를 시도해보고 있어요. 제가 다이어트 전에는 하루에 두 끼를 먹었어요. 한 끼에 공깃밥을 두 공기씩 먹었거든요. 오후 네시에 첫 끼를 먹고 밤 11시에 두 번째 식사를 하곤 했죠. 그런데 탄수화물을 끊으니까 일주일 만에 7kg이 빠졌어요. 제 몸무게를 보고 제가 놀랄 정도였죠.


Q. 먹기 싫은 것을 먹는 것보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고통이 더 크지 않나요.

A. 힘들죠. 떡볶이를 못 먹는 게 제일 힘들어요. 엽기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지금도 너무 먹고 싶어요. 제가 밥과 떡에 완전히 미치거든요. 가래떡 꿀떡 콩떡 다 좋아하는데 못 먹으니까 너무 아쉬워요. 아, 1차 중간 점검한 날 기념으로 뷔페에 갔어요. 그날 떡볶이 두 점을 먹었는데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정말 맛있었어요.

동아닷컴 이지형 기자 lee2858@donga.com



Q. 1차 중간 점검 때 1등을 기록했어요. 비법이 있을까요.

A. 하다 보니 1등을 했네요. 하하. 스트레스를 안 받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운동량도 다른 참가자에 비해 적었고 식단이 무너질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적은 없었어요. 원래 긍정적인 편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아침 운동 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때 정말 열심히 하고, 추가 운동은 하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푹 쉬고요. 잘 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식단뿐 아니라 생활 습관도 중요하거든요. 수면도 7시간 이상 푹 자고요.


Q.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곳곳에 위기가 있잖아요. 식사나 술 약속도 있고요.

A. 최대한 안 나가려고 해요. 친구들과의 약속은 이미 끊었어요. 양해를 구했죠. 술자리에 가도 안 먹고 지켜보곤 해요. 그러다 무너져서 수제비를 먹기도 했지만. ‘코미디 빅리그’ 녹화장에 가면 힘들어요. 음식이 쌓여있거든요. 먹어버리고 실수한 적도 되게 많죠.


Q. 개그맨 선배들이 방해하진 않나요?

A. 선배들 정말 짓궂어요. 다들 망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음시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 먹는지 아니까요. 새벽 3시에 치킨을 시켜 먹다가 입가에 기름 묻은 채로 자는 아이였거든요. 하루는 (이)국주 선배, (이)상준 선배가 닭발 사진을 보내면서 ‘언제 그만 둘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도 막상 부르지는 않더라고요. 사진 보면서 고통스러웠어요. ‘운동해야 하니까 당분간 회식에 가거나 선배님 집에 놀러가진 못할 것 같다’고 하니까 이해해주시더라고요. 건강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죠.

동아닷컴 이지형 기자 lee2858@donga.com-tnV 캡처



Q. 현재 감량 상황은 어떤가요.

A. (52일차 기준) 체중은 101.9kg에서 82.9kg으로, 체지방량은 45.4kg에서 24.6kg으로 줄었어요. 체지방률은 44.5%에서 29.7%으로 감소했고요. 사실 지금은 정체기가 왔어요. 한 번씩 멘탈이 흔들려요. 운동하다가 ‘나는 왜 발전을 못 할까’ 싶어서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보상과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저를 더 쪼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요. 파이팅 해야죠.


Q. 프로젝트 ‘마지막 날’ 본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분명히 즐겁게 잘 마쳤을 거예요. 웃으면서, 즐겁게. 멘탈 무너지지 않고 잘 해줘서 고생했다고 하고 싶어요. 앞으로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아요.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어디에서는 힘든 일이 와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다이어트 프로젝트 이후 계획이 있을까요.

A.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좋은 운동법, 다이어트 방업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런 것들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건강한 에너지와 건강한 웃음을 주고 싶어요. 그리고 다이어트 전부터 ‘점핑’이라는 운동을 해왔는데 정말 재밌는 운동이거든요. 저와 잘 맞더라고요. 다이어트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점핑 강사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이지형 기자 lee285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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