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이동우 “연예인 재능, 장기자랑에 그쳐선 안돼”

입력 2018-05-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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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이동우 “연예인 재능, 장기자랑에 그쳐선 안돼”

좌절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넘어지는 것 자체에서 오지 않는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거기에서 오는 공포가 사람을 지배하고 그래서 절대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마음의 병을 얻는다.

개그맨에서 이제는 재즈 보컬리스트가 된 이동우는 이런 좌절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좌절과 장애를 넘어 실패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다가 마음의 병을 얻은 다른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까지 준비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공연된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을 통해 그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눈부신 길’을 준비하면서 가장 쉬웠던 것이 길동무를 섭외하는 일이었어요, 정말 바쁘신 분들인데로 불구하고 허락을 구하는데 1분도 채 안 걸렸던 것 같아요, 제가 공연의 취지를 다 설명하기도 전에 ‘그래 갈게’, ‘함께 하자’는 말들로 도움을 줬어요. 그렇게 섭외를 마치면서 저 역시도 많은 걸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의 공연 ‘눈부신 길’에는 매회 다양한 길동무들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 유해진, 가수 양희은, 샤이니 태민 등이 이동우와 그의 관객들과 함께 했다. 이동우의 진심이 만들어 낸 초호화 라인업이 완성된 것이다.

“그 분들이 스타이기 때문에, 높은 인지도를 가졌기 때문에 길동무로 섭외한 것이 아닙니다. 그 분들은 늘 시대의 손을 잡아주셨던 분들이에요. 가벼운 이슈가 소비되는 시대에 좀 더 깊이 있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눠주실 수 있는 분들이죠. 이 시대와 함께 걸어주시고 문화 예술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셨어요.”


이어 이동우는 “문화 예술인의 재능이 장기자랑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또한 과거의 자신에게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예전의 제 모습을 돌아보면 나름 뿌듯한 순간도 많긴 해요. 하지만 냉철하게 돌아보면 어줍잖은 저의 재능을 과시하고 그에 맞는 대접을 받길 원했었어요. 소신이나 철학이 부재(不在)한 상태였죠. 그런데 장애가 저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줬어요. 눈이 감기고 나니 보이는, 깊은 행동으로 팬들과 만나는 선후배들을 보면서 저도 그들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동우는 “눈을 감고 나니 분명해 지는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눈을 감게 된 그가 본 것은 장애인이 아닌 자들이 가진 마음의 장애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타인을 위로하는데 쓰기로 결심했다.

“지금 이 시대엔 장애인보다 더 심각한 마음의 장애를 가진 비장애인이 정말 많아요. 그걸 볼 때마다 안타깝고 슬퍼요, 이런 시대를 나의 가족과 내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걸 정확하게 보려면 그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하잖아요? 우리 같은 문화 예술인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감동을 주고 직접적으로 감정을 건드려 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하지만 이동우는 이번 공연을 통해, 혹은 다른 콘텐츠로도 어설픈 위로나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 없다. 그저 살아가는 가운데 가시밭길도 나올 것이고 다른 날에는 꽃길도 만날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자 한다. 당장 고통스러운 가시밭길도 지나가는 것임을 알려주고자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관객들의 표정이 보이진 않아도 마음이 읽혀요. 신비하게도 눈이 감겼는데도 그게 느껴져요. 제 공연을 보신 관객들이 ‘산다는 게 그런거지’, ‘그래 조금만 더 가보자’는 자연스럽고 산뜻한 마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참고 살다보면 언젠간 성공한다는 메시지 같은 건 제가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싫어해요.”

이런 이동우의 말을 듣고 있자니 “멋있다”,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그러나 그것마저 보였던 것일까. 그는 “난 아직 진짜 멋진 분들의 흉내를 내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멋진 차, 좋은 집이 주된 관심사였자면 지금은 남을 돕기 위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분들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진짜 멋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거예요. 아무리 여행을 다녀도 느껴지지 않는 치유의 감정들이 그들을 보며 알게 됐어요.”

이동우는 이제 남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또 앞으로 살아갈 그의 인생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일지 몰라도 끝까지 계속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는 길에도 어둡고 축축한 길이 있을지 몰라요. 그래도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저를 도와주고 안내 해 주는 길동무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들 덕에 앞으로는 어두운 길보다 좀 더 ‘눈부신 길’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네요.”

사진제공│SM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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