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예쁜 누나’ 손예진 “현실적인 드라마, 외롭고 힘들 때도 있어”

입력 2018-05-29 12:5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는 말에 소주를 단번에 들이켰고 비가 오는 날에 좋아하는 선배의 재킷을 우산 삼아 함께 뛰는 명장면을 탄생시킨 배우 손예진은 흔히 말하는 ‘멜로 장인’이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클래식’은 대한민국 멜로·로맨스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다.

19일에 종영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손예진을 만났다. 정해인(준희 역)과 사랑의 달콤함부터 쓴 맛까지 모든 것을 보여준 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라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진아는 좀처럼 빨리 빠져나오고 싶지 않는 캐릭터”라고 말한 그는 이 여운을 조금 더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Q. 먼저 종영소감을 전해 달라.

A. 아직도 (촬영이)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마지막 방송을 극장에서 다 같이 봤는데 지금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음 주에 포상휴가가 있기 때문에 그 일정까지 다 마치면 실감이 날까? 계속해서 ‘윤진아’에 빠져있는 것 같다.

Q. 마지막 회 대본까지 보고 출연 결정을 했다고 들었는데.

A. 처음에는 6~7부까지 먼저 봤다. 이후에 하와이에서 화보 촬영이 있을 때 나머지 대본을 모두 봤다. 제작진들은 내가 마지막 회까지 보는 걸 원치 않았는데 안판석 감독님이 줘야 한다고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매니저가 16부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하와이까지 들고 왔다. 화보 촬영 기간 도중에 잠이 안 와서 대본을 읽었는데 그대로 밤을 새버렸다. 그리고선 소속사에 말도 안 하고 안판석 감독님께 ‘저 이거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Q. 극의 후반부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과 많이 갈리는 지점이었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A. 진아와 준희의 사랑이 끝난 건지 아닌지에 대한 선이 불분명해서 좋았다. 사실 6~7부까지 봤을 때, 이후에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일반적으로 중반부 이후에는 어떤 사건이 터지는 등 극의 긴장감을 주지 않나. 그런 내용이 몸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래야 할 것 같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에는 감독님께 ‘그냥 준희따라 미국 가면 안 돼요?’라고 했다. 나라면 그럴 것 같았다.(웃음) 그런데 진아는 무작정 준희를 따라가선 안 되겠더라. 그를 덜 사랑해서도 아니었고 현실에서 오는 벽들이 너무 많았다. 그게 안타까웠는데 내겐 좋았다.


Q. 진아 주변에는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들이 많았다. 어머니 ‘미연’을 포함해서 말이다. 진아의 삶이 무척 피곤할 것 같았다.

A. 사실 내 주변에는 ‘진아’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좀 있다. 부모님의 강요로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사원들을 성희롱하는 직장 상사들은 종종 기사로도 접하지 않나. 너무 극단적인 것은 드라마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 너무 신기한 건, 우리 드라마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미투’ 운동이 터졌다는 거다. 이미 탈고가 된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그려지니 시기적으로 신기하기도 했다.

Q. 그럼에도, 마지막 윤진아의 행동이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만 했다.

A.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나는 지점에서 설명이 덜 된 채 3년을 점프하지 않았나. 그 사이에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안판석 감독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경선이와 애써 아닌 척 하지만 괴로워했을 거고. 아마도 3년 간 진아는 껍데기처럼 살지 않았을까. 그 사이 남자친구도 만났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 너무 힘들고 외웠을 것 같다. 그 부분조차도 현실적인 것 같아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Q. 연기하는 배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3년 시간이 점프 되면서 그 간극을 메우려 고민을 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기도 했다. 진아는 솔직함을 억누르고 참는 스타일이라 내 스스로 삼키고 봐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Q. 팬들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시즌2를 원하고 있던데.

A. 우리도 시즌2를 재미삼아 이야기 했다. ‘신혼일기’를 그려보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나는 각자 인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엄마 미연은 어떻게 살고 있고, 다들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마지막 촬영 후에 에필로그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말했었고. 만약 시즌2로 ‘신혼일기’를 찍게 된다면 경선(장소연 분)이는 시누이가 되어 있겠군.
Q. 정해인이 ‘준희’ 역으로 낙점됐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A. 내가 생각했던 ‘준희’와 정말 비슷해서 좋았다. 실제 촬영했을 때는 굉장히 유연한 배우라고 느꼈다. 보통 자기가 등장하는 장면은 어느 정도 느낌을 생각해오기 때문에 설정이 바뀌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정해인은 그 받아들이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다. 안판석 감독님과도 놀랍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게다가 감성이 짙은 배우라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일지 기대가 된다.

Q.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쑥스럽게. (웃음) 배우가 사실 여러 색의 옷을 입는 사람이지만 내게 잘 맞는 색을 만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흔히 ‘대표작’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정해인 씨에게는 그 시간이 조금 빨리 와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축복임과 동시에 책임감이기도 하니까. 너무 나이 든 사람처럼 말하나? 해인 씨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너무 잘하기 때문에 방향을 잘 정하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Q. 제작발표회 때 ‘정해인에게 진짜 밥을 사줬나’라는 질문에 답을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계속 정해인이 냈다고 하는데 결국 밥을 샀나.

A. 소고기 사줬다. 하하. 그 제작발표회에 이후로 정말 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긴 했다.(웃음)


Q. 이 드라마는 남녀의 사랑이야기이긴 하지만, 여성이 주체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많은 여배우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겠더라.

A. 나도 이런 역할에 목마름이 있다. 한창 시리즈물로 자극적인 소재나 드라마틱한 상황이 많은 작품이 많았다. 타임 슬립도 꽤 많았다. 충무로도 오랜 시간 동안 남성중심의 영화가 대부분이 아닌가. 여배우들 입장에서는 갈증이 많이 있다.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그것 자체로 재미가 있는 작품은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예쁜 누나’가 내게 와서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누나’가 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도 감사하다. 모든 장면이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Q. 대표작이 워낙 많은 배우이지만 연예 프로그램에서 나가는 자료는 여전히 ‘내 머릿속의 지우개’나 ‘클래식’이 일반적이다. (웃음) 그런데 이제는 화면자료가 바뀔 것 같다.

A. 그런가? (웃음)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내 작품을 기억해주고, 대사를 패러디하는 모습을 보면 배우로서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면 다 잊히기 마련인데. ‘예쁜 누나’도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내 기억에도 오래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당분간은 윤진아에게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

Q. 차기작은 영화다.

A. ‘협상’이 추석에 개봉할 것 같다. 그 때는 또 윤진아에서 빠져나와서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이다. 아마도 올해는 ‘협상’ 홍보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들어온 시나리오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협상’도 추석에 개봉하고 하면 연말 일 테니 올해는 특별한 활동 계획이 없을 것 같다.

Q. 이제 장르 별로 해볼 것은 다 해보지 않았나.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A. 해보지 않은 것? 멜로로 돌아오진 않을 것 같다. 다른 장르를 해도 복제되는 지점도 있겠지만 그걸 피하고 싶긴 할 것 같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