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류덕환 “‘신의 퀴즈’, 내겐 일기장…새 시즌 기대돼”

입력 2018-08-01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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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 “‘신의 퀴즈’, 내겐 일기장…새 시즌 기대돼”

어떤 역이든 자신의 색깔로 잘 녹여내는 배우가 있다. 능청스러움과 예리함을 넘나드는 배우 류덕환이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난 16일 종영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에서도 류덕환의 매력은 확인된다. 극 중 중앙지법 최고의 마당발 판사 정보왕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 ‘리틀 성동일’로 불릴 만큼 특유의 너스레 연기는 일품이라는 평가다. 재판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면에는 애드리브가 녹아있다.

“사실 성동일 선배와 애드리브에 대한 관점이 비슷해요. 기본적으로 대본의 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현장 분위기에 맞는 말을 유도해요. 글로 표현이 안 되는 것들이 간혹 현장에서는 애드리브로 자연스럽게 표현될 때가 있어요. 한계적인 허용이 아닌가 싶어요.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연기자들의 연기 방법이 아닐까요. 왜 현장에 가면 뭐든 이용하고 싶어지잖아요. 촬영 감독님에게 알아서 제 연기를 잡아달라고 해요. 저도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연기가 현장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애드리브를 많이 해도 극을 벗어나지는 않아요.”


극의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로맨스만큼은 강렬했다. 베일에 싸인 미모의 속기사 이도연을 연기한 이엘리야와의 풋풋한 로맨스 호흡으로 드라마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바름커플’(임바른·박차오름 커플)을 능가했다는 평도 따라온다.

“(고)아라와 (김)명수는 로맨스보다 더 집중해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매회 다양한 사건이 전개되는 만큼 로맨스보다 이야기에 집중해야 해요. 반면, 저와 이엘리야는 달라요. 단순하게 판사와 속기사의 로맨스에 집중하면 돼요. 신분적인 시너지도 있었어요. 극에서 조금 벗어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예뻐 보이지 않았을까 해요. 뭔가 숨통을 트여준 느낌이랄까요. 저희를 예쁘게 봐주신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로맨스 호흡을 맞춘 이엘리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감수성을 지닌 배우”라며 “이엘리야가 가진 달란트가 이도연과 너무 잘 맞았던 것 같다.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를 잘 잡고 표현했다”고 이야기했다.


류덕환은 좀처럼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배우다. 타의보다는 자의적으로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험적이거나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주로 찾았다. 덕분에 류덕환은 대중성과도 멀었다. 이런 그가 대중과 가까워지게 된 작품이 있다. 류덕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OCN 오리지널 드라마 ‘신의 퀴즈’ 시리즈가 바로 그것.

“‘신의 퀴즈’는 제게 일기장 같은 존재예요. 그런 작품을 만나기가 어려운 데 감사해요. 20대의 반을 그 작품과 함께 했어요. 6년 넘게 한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도 놀랍고요. 저라는 한 사람의 변화를 기록해준 작품 같아서 소중해요. 사실 자부심도 커요. 아무도 케이블 드라마에 도전하지 않을 때 참여한 배우로서, 지상파에는 없던 이런 장르물이 국내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이요. 혹여 한 시즌이 팬들에게 실망을 줬더라도 ‘신의 퀴즈’ 팬들은 작품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어요. 그만큼 ‘신의 퀴즈’는 제게 특별해요.”


류덕환의 단단한 믿음은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의 퀴즈’가 시즌5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류덕환은 “나도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작가님과 다음 시즌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아직 출연을 결정하고 할 단계도 아니지만, 좋은 작품으로 나온다면 출연하고 싶다.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1992년 방송계 입문, 올해 데뷔 27년 차 류덕환. 그는 류덕환이라는 자신의 타이틀보다 각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길 희망했다.


“예전에 식당 옆자리에 계시던 분들이 ‘신의 퀴즈’ 이야기를 하세요. 그런데 옆자리에 있는 절 못 알아봤어요. 누가 보면 굴욕적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전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의 내 모습은 몰라봐도 ‘신의 퀴즈’ 한진우는 기억하는 거잖아요. ‘미스 함무라비’에서도 정보왕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잊혀지고 캐릭터가 기억됐다면, 이야기는 잘 전달된 거잖아요. 그거로 만족해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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