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해숙의 고백…“국민 엄마? 실제 나는 일이 먼저였던 엄마”

입력 2018-08-06 07:00:00
프린트

국민 MC, 국민 여동생, 국민 첫사랑…. 수식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스타들이 있다. 결코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수식어는 아니다. ‘국민’이라는 단어의 무게만큼 국민적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사람들만이 불릴 수 있는 ‘두 번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45년차 배우 김해숙의 수식어는 ‘국민 엄마’다. 배우 김혜자 고두심과 더불어 ‘3대 국민 엄마’로 불리는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이 시대의 어머니를 연기했다. 그런 그에게 ‘국민 엄마’는 수식어는 여전히 쑥스럽고 영광스러운 단어이다.

“부족한 저에게 국민이라는 수식어라니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그동안 엄마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보니 ‘이제 이 이상은 없겠지’ 했는데 항상 있더라고요. 작품을 하면서 안 건데 모정은 하나지만 엄마는 수없이 많아요. 엄마라고 다 같을 수는 없거든요. ‘박쥐’의 병적인 엄마, ‘희생 부활자’의 엄마 등 세상에는 별에 별 엄마가 다 있어요. 분명히 아직 제가 안 해본 엄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과 시청자 ‘모두의 엄마’ 김해숙. 실제 자녀들에게는 어떤 엄마일까. 그는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다”고 대답으로 고백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죠. 한창 엄마의 사랑과 품이 필요할 때 일하러 나갔으니까요. 제가 젊을 때만 해도 엄마나 아내는 집에서의 역할이 있었는데 저는 배우를 하겠다고 나갔어요. 아이들이 울고불고 하는데 저도 문 밖에서 울면서 나가곤 했죠. 반은 밖에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엄마로서의 역할은 100% 다 못 했죠. 그럼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죠. 장성한 것을 넘어서 이제는 아이들도 늙었죠(웃음).”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듯 김해숙 또한 처음부터 엄마 전문 배우는 아니었다. 천생 배우는 더더욱 아니었다. 100편의 이상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면서 서서히 ‘천직’이 된 경우다. 1970년대 초반, 성악가를 꿈꾸던 소녀였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연기자의 길을 밟게 된 것일까.

“제가 어린이 합창단 출신이에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도 쳤고 콩쿨에서 1등을 하기도 했고요. 성악을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폐가 나빠진다’면서 절대 못 보낸다고 하셨어요. 그땐 그런 오해들이 있었거든요.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결사반대셨죠. 그래서 간호학과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가 공채 탤런트 시험을 본대서 우연히 따라 갔다가 합격한 거예요. 학교 다닐 때 방송반 활동한 게 전부인데도 하다 보니 스스로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아요.”

‘우연히’ 접어든 길이 제 길이었고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 됐다. 지금은 “연기는 가족을 제외하고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행복”이라고 했던 김해숙은 연기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건 40대 중반 이후였다고 말했다. 그는 불혹을 지나 인생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배우는 남의 인생을 그 사람으로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한 것 같아요. 남들이 칭찬하면 ‘잘하나보다’라고만 생각하고 깊이 생각을 안 했어요. 40대 중반에서야 배우로서의 행복을 알았어요. ‘배우가 나에게 맞구나. 나는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구나’ 배우로서 가져갈 모든 것을 그제야 안 거죠. 배우하기를 잘한 것 같아요. 끊임 없이 작품이 들어와서 감사할 따름이죠.”

예순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지만 김해숙의 연기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 어떤 배우가 “연기를 소홀히 할까봐 무서워서 취미도 만들지 않았다”고 했던가.

“연기에 있어서는 정말 욕심이 많아요. 하지만 쉬고 있을 때의 저는 무기력한 사람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골프도 안 치고 친구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행복한 순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와 현장에 있을 때거든요. 제가 있는 곳은 촬영 현장 아니면 집이죠. 어떻게 보면 슬프기도 해요. 온전히 인간 김해숙으로 왔을 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노년도 생각해야 하니까 제 생활을 찾아가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걱정은 잠시였다. 연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다시 불꽃처럼 타올랐다. 김해숙은 엄마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 ‘신과함께’의 초강대왕이나 ‘도둑들’의 씹던 껌처럼 색다른 캐릭터들을 언급했다. 특히 ‘신과함께’ 초강대왕에 대해서는 “연기하면서 짜릿했다. 내가 코미디에도 소질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알았다. 기분 좋더라”고 털어놨다.

“제 자신을 부수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커요. 느와르도 찍어보고 싶고 다 해보고 싶어요. 남자만 조폭 있나요? 여자 조폭도 있잖아요. 여자 대통령도 있고요. 메릴 스트립을 보면 엄마 캐릭터도 많이 하지만 록커가 되기도 하고요. 007 시리즈 같은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스페셜

이전 다음

뉴스스탠드

최신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