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임채무 “군대가 내 인생을 바꿨다…천운이었다”

입력 2018-09-26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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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 임채무 “군대가 내 인생을 바꿨다…천운이었다”

배우 임채무(68)의 어린 시절 꿈은 ‘군인’이었다. 경찰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형사’를 꿈꾸던 시기도 있었다. 중요한 포인트는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 임채무는 “얼굴도 예쁘장한데 배우 해 봐라”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배우나 가수의 꿈을 꾼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배우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의외로, ‘군대’였다.

“군대에서 홍보용 연극 공연을 몇 번 했었어요. 그러다 제대를 앞둔 시점에 MBC에서 탤런트 모집 공고가 뜬 거예요. 대대장님이 ‘임채무가 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탤런트 시험을 보내주셨어요. 저는 좋았죠. 외박 외출의 기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밖에 못 나가서 안달인 군인이었으니까요. 시험은 4차까지 진행됐어요. 군복 입고 교육을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천운이에요. 대대장님이 제 인생을 바꿔 주셨으니까요.”

시작은 엑스트라였다. 지나가는 행인, 시체 등등. 임채무는 데뷔 초를 돌아보며 “대사 하나 있는 배역도 얻기 정말 힘들었다. 그럼에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무슨 일이든 괴롭지 않다”는 임채무를 지금까지 이끈 밑거름은 한결같은 성실성이었다.

“한 번도 지각해 본 적 없어요. 오죽하면 스태프들이 제발 천천히 와달라고 할 정도죠. 알아달라고 그러는 건 아닌데 이미 성실성이 제 몸에 뱄어요. 스탠바이도 항상 서서 하죠.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쌓여서 저의 오늘날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 ‘외길 인생’ 같지만 그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왔다. 대중에게 유명한 놀이공원 두리랜드를 운영할 뿐 아니라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1985년부터 33년 동안 무려 18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원래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부르곤 했어요. 어릴 때부터 한 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3~5시간씩 불렀죠. 가수가 꿈은 아니었고 그냥 노래가 좋았어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죠. 드라마 ‘사랑과 진실’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때마침 ‘노래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 노래가 대박을 친 거죠. 저 또한 노래에 매력을 흠뻑 느꼈고요. 그때부터 시작됐어요.”

특히 지난 5월 발표한 ‘99 88 내 인생’은 임채무가 직접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리랜드에 ‘걷는 자는 살고 눕는 자는 죽는다. 99 88 234. 두리랜드 임채무’라며 석판에 새긴 인생의 좌우명을 노랫말로 풀어냈다. ‘99세까지 88하게 네 인생을 살아라’ 라는 말을 중심으로 희망을 담은 곡이다.

“작사 작곡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노래를 자꾸 하다 보니까 쓱쓱 노랫말도 써지는 거예요. 뭔가 써보겠다고 앉아있으면 2시간을 있어도 한 줄도 안 나와요. 그러다 갑자기 영감이 와요. 30초 만에 열 줄이 나오곤 하죠. 작곡가에게 줘보니 ‘순수한 냄새가 난다’면서 노래로 만들어주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술 마셔서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가사가 떠올랐어요. 참 신기해요.”


임채무는 음악의 매력을 ‘영원성’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남은 인생을 연기와 음악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만 수십 편이에요. 히트작도 많죠. 그런데 아무리 히트해도 드라마는 길어야 3~4년이면 잊혀 져요. 그런데 노래는 평생을 가죠. 연기는 웃고 울고 찡그리고 화내지만 노래는 웃으면서 하니까 제 인생을 즐겁게 하더라고요. 지금은 연기보다 노래에 더 매력을 느껴요. 때때로 무아지경이죠. 연기도 물론 하고 있지만 마지막 인생은 노래를 부르면서 살면 좋겠다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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