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 ‘짠내투어’ PD “박명수·박나래·정준영? 처음엔 걱정…‘허님문’ 주목” (인터뷰)

입력 2018-10-0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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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투어’ PD “박명수·박나래·정준영? 처음엔 걱정…‘허님문’ 주목”

‘띵작’(명작을 표현하는 신조어)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제목 그대로 짠하게 끝날 것만 같았던 tvN ‘짠내투어’가 1년째 승승장구다. tvN 내부에서도 ‘망할 줄 알았는데 대박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효자 예능’으로 통한다. ‘SNL 코리아’ 폐지 이후 그 빈자리를 채운 ‘짠내투어’. 드라마, 예능,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격전지인 토요일 밤 시간대에 안정적인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 정보성까지 겸비한 ‘착한 예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장기 흥행에 ‘짠내투어’ 연출을 맡은 손창우 PD 역시 “예상 밖의 성과”라고 놀라워했다.

손창우 PD는 “이 프로그램 이렇게 1년째 이어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CJ ENM으로 이직 후 몇 개의 시즌제 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의기소침했던 때 ‘짠내투어’를 기획하게 됐다. 처음에는 9회 방송이 목표였는데, 첫 방송부터 반응이 남달랐다. 믿어지지 않더라. 이렇게까지 잘 될 거로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성원해주시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 이게 멤버들의 호흡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시청자들도 그런 멤버들의 호흡에 호응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창우 PD의 말처럼 ‘짠내투어’는 분명히 기대 이상의 성과다. 그럼에도 ‘짠내투어’ 흥행에는 분명 이유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는 정확한 타깃 분석이 ‘짠내투어’ 인기의 시작점이다.

손창우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 타깃 시청층인 2049세대가 지닌 트렌드와 감성을 고려했다. 이들에게 정보를 주면 좋겠고, 야외 버라이어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게 여행이더라. 특히 2049세대가 해외여행을 많이 가더라.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휴가라는 개념이 해외여행은 아니었다. 반면 요즘 친구들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더라. 거기에서 출발한 게 ‘짠내투어’다. 가성비 여행에 작은 사치를 더한 것이다. 멤버십 여행이라는 점도 ‘짠내투어’만의 강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획으로 뭉친 멤버들은 박명수, 박나래, 정준영, 김생민(하차)이다. 여기에 최근 허경환, 문세윤이 새롭게 고정 멤버로 합류해 활약하고 있다. ‘오합지졸’ 같은 멤버 구성은 의외의 호흡을 자랑한다. 제작진도 놀랄 ‘찰떡 호흡’이라고.

손창우 PD는 “우리도 처음에는 멤버들 구성을 해놓고 걱정했다. 서로 잘 맞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사적으로 만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지금이야 박나래가 박명수에게 농담도 하지만, 그때만 해도 어려워했을 시기다. 김생민은 그야말로 ‘예능 신생아’다. 우리가 봐도 이상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조합에서도 그런 호흡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박명수가 맏형으로 멤버들의 구심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방송가에서는 박명수를 두고 ‘예능 기복러’라고 부른다. 그만큼 기복이 심하다. 그런데도 손창우 PD는 그런 박명수를 신뢰한다. 손창우 PD는 “박명수가 기복이 있는 것 맞다. 정말 일관된 캐릭터다. (웃음) 여행하다가도 컨디션에 따라 예능감이 달라진다. 다만, 박명수 본인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직접 제작진에게 이야기한다. 나이도 있는 만큼,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본인도 알고, 우리도 안다. 그건 편집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된다. 최대한 그가 시청자들에게 밉상으로 보이지 않게 편집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박명수가 평소 동생들과 게스트를 열정적으로 챙기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깐깐하지만, 할 때는 최선을 다하는 멤버”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짠내투어’의 흥행 견인차 박나래와 정준영에 대해서는 “두 친구에 대해서는 정말 어떤 말로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박나래는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가이드를 할 때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한다.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뒤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리얼한 박나래다. 촬영 중인 상황을 잊을 정도로 박나래는 전문 가이드처럼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이 멋있고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준영의 활약은 우리도 예상 못한 다크호스였다. 정준영의 섭외는 ‘1박 2일’ 막내와 ‘무한도전’ 맏형 박명수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미팅 당시 너무 성의가 없어 오해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애교가 많더라. 정준영은 낯을 많이 가린다. 내성적인 친구다. 그 낯가림이 지나면 애교도 늘고, 싹싹하게 사람들한테 잘한다. 알아갈수록 진국인 친구다. ‘짠내투어’를 통해 그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막내지만 대견한 친구다”라고 이야기했다.

‘짠내투어’ 멤버들 사랑이 남다른 손창우 PD지만,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은 존재한다. 바로 성추문으로 불명예 하차한 김생민. 손창우 PD는 “김생민은 ‘짠내투어’ 기획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멤버였던 만큼, 그의 하차는 프로그램 존폐까지 고려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큰 위기였다. 개인적인 부분을 떠나 프로그램 기획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행히 그 어려움을 헤쳐 나왔고, 김생민을 떠나 프로그램 포맷이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정착된 거 같다. 김생민과는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만, 프로그램 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간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복귀 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그와 관련된 입장을 따로 전달받은 적도 없다. 그에게도, 대중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지금은 그렇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생민이 하차한 자리에는 허경환과 문세윤이 투입됐다. 두 사람 모두 개그맨이지만, 활동하는 분야도 성향도 다르다. ‘언발라스’를 외치는 허경환과 문세윤(팀명 ‘허님문’)의 활약에 대한 손창우 PD는 생각은 어떠할까.

손창우 PD는 “허경환과 문세윤은 크게 방송적인 측면과 여행 설계자적인 면에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허경환은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멤버다. 정말 다양한 인맥을 지닌 멤버다. 특히 박명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멤버다. 멤버들 간 가교 역할을 한다. 다만, 아직 그의 매력이 다 발휘되지 않았다. 그건 방송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웃음) 조만간 그가 진가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문세윤은 열정이 엄청나다. 여행 초심자, ‘비기너’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하는 멤버다. 누구나 처음에는 긴장하고 실수를 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세윤이 그런 ‘비기너’들의 공감을 살 전망이다. 정말 많은 성장이 예상되는 멤버다. 문세윤의 변화 과정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나래와 정준영의 대결로만 굳어지던 ‘짠내투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복병 허경환과 문세윤의 약진이 앞으로 전개될 ‘짠내투어’의 관전 포인트다. 또 박나래와 정준영이 몰락하고 다시 각성하는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짠내투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1년째 박나래와 정준영이 독식하던 ‘가이드 승자’ 구도가 뒤바뀔 전망. 그리고 특집도 확대한다. 손창우 PD는 “절친 특집에 반응이 좋았던 만큼, 다양한 특집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마웠던 사람 특집, 외국인 절친 특집 등을 고민하고 있다. 시청자 투어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짠내투어’에 걸맞지 않게 규모가 커지는 특집들인 만큼, 시청자들이 원하느냐를 따져봐야 할 문제다. 당장 계획된 일정은 아니지만, 언젠가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 번의 휴식기 없이 1년째 여행지로 떠난 ‘짠내투어’. 애초 기획처럼 시즌제를 고민할 수도 있지만, 손창우 PD는 “시즌제는 당장 계획 없다. 현재는 100회까지 무사히 방송하는 게 목표다. 그 후에는 또 200회를 목표로 삼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끝으로 “멤버들도 ‘짠내투어’가 정형화 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도전이 있어야 하고,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제작진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멤버들이 계속 긴장할 수 있도록 제작진도 노력하겠다. 멤버들의 ‘개고생’은 계속될 것”이라며 “그동안 방송하는 과정에서 ‘짠내투어’에도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실수는 시청자들의 소통에 의해 바로잡을 수 있다. 제작진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용하고 바로잡겠다. 한 번 이상하다고 과한 쓴소리보다는 적절한 지적과 이해를 부탁한다. 제작진도 기획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여행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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