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정인선 “‘우려 뒤집자’던 소지섭 한 마디 마음 편해져”

입력 2018-11-25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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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정인선 “‘우려 뒤집자’던 소지섭 한 마디 마음 편해져”

‘실험’과 ‘도박’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는 어떤 특정한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진행하는 것이며 후자는 특정한 결과가 나오길 바라면서 자신의 운을 거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를 알고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의 고애린 역에 배우 정인선을 고른 것은 ‘실험’이었을까 아니면 ‘도박’이었을까. 모든 이야기가 끝난 지금 정인선의 캐스팅은 실험이든 도박이었든 결국 신의 한 수가 되어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만들었다.

“정말 큰 산 같은 작품이 끝난 것 같아요. 처음 작품에 들어갈 때 ‘시청자들이 보기에 거슬리지 말자’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거슬리지 않는 것 이상으로 많은 칭찬을 들었죠. 마치 몇 년 치 운을 모두 여기에 끌어다 쓴 것 같네요.”

아역 시절부터 포함해 꽤 오랜 경력을 지닌 정인선이다. 연차로만 보면 이번 작품의 상대 배우인 소지섭과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가 상당한 부담을 느낀 이유는 역시 지상파 평일 드라마의 첫 주인공이 되었단 사실 때문이다.


“제가 해낼 수 있는 작품과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소지섭 오빠의 이름 옆에 제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도 납득이 안 갔죠. 거기에 고애린이 가진 서사가 늘 과제였어요. 무거운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유쾌해져야 했고 로맨스도 만들어야 했죠. 매일이 과제였어요.”

그는 “제작 발표회 전까지 매일 매일 울었다”고 할 정도로 주연이라는 자리가 주는 부담감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럼에도 탁월한 감정연기와 선하면서도 친근한 정인선의 캐릭터는 다소 민폐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고애린을 다채로운 인물로 만들었다.

“전작인 ‘으라차차 와이키키’ 때는 저의 실제 성향과는 상반된 캐릭터였어요. 오히려 제 외형을 봤을 때 떠오르는 캐릭터였죠. 그런데 큰 사랑을 받았고 그 때 ‘내 성격에만 맞는 캐릭터만 고집할 필요가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에 맡은 고애린은 반대로 제 성격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실제 저의 에너지를 많이 끌어다 썼는데 이 캐릭터도 사랑을 받으니 ‘대중들이 나의 내면을 조금 넣은 것도 좋아해주는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배우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끌어다 쓰는 것. 당연해 보이지만 조금은 위험한 이 방법을 쓴 까닭은 단 하나다. 불의의 사건으로 남편을 하루아침에 잃고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고애린은 이를 연기하는 배우 정인선과 어떤 접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애린을 연기하기 위해서 맘카페나 게시판을 많이 읽었어요. 그 글들에서 제가 겪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많이 봤죠. 그래도 고애린의 진입장벽은 높았어요. 6년차 엄마이자 아내였으니까요. 첫 방송을 보기 전까지 제가 제대로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불안이란 교활하며 영리하다. 없던 상상력까지 증폭시키며 최악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정인선의 불안을 해소한 건 주변의 격려였고 소지섭의 정확한 현실 판단이었다.

“소지섭 오빠는 굉장히 담백하신 분이에요. 그동안 촬영을 하면서 제가 받은 배려가 정말 많아요.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꼈을 때도 ‘사람들이 하는 우려를 뒤집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 후에는 고애린이 원래부터 제 자리였던 양 저를 받아들여줬어요. 저 역시 장면에 대한 상의도 편안하게 나눴죠.”

많은 이들의 격려 속에 정인선의 고애린은 회차가 지날수록 나날이 단단해졌다. 그렇게 단단해 지자 정인선도 고애린을 이해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타일링을 통해 고애린의 성장을 보여준 부분은 정인선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었다.

“제 스스로 가장 성취감이 드는 부분이에요. 고애린은 초반과 중, 후반이 달라진 캐릭터였어요. 초반에는 아이들을 위해 억척스러워진 엄마의 모습이었고 중간에는 억지로 씩씩해져야 했죠. 후반에는 이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여성의 모습이고요. 그런 것들을 조금씩 표현했어요.”


정인선은 ‘내 뒤에 테리우스’ 고애린으로서의 시간을 “내 그릇을 넓히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얇고 길게 가길 원했던” 배우 정인선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배우’ 정인선의 인생은 크게 바뀔 것이다.

“솔직히 지상파 드라마의 주인공은 제가 꿈도 꾸지 못한 부분이었죠.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나네요.(웃음) 덕분에 광고 촬영도 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어요. 다만 제가 멘탈적으로 큰 성장을 한 건 사실이고 지금까지 보다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긴 하네요.”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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