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플레이어’ 송승헌 “진작 장르물 할 걸…재평가 감사해”

입력 2018-12-07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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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송승헌 “진작 장르물 할 걸…재평가 감사해”

몸에 밴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줄곧 비슷한 느낌을 연기하는 배우도 마찬가지다. 캐릭터에 갇혀 연기 변신을 꾀하기 어렵다.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도 한계다. 그런데도 이런 틀을 깨고 서서히 변화를 주는 배우가 존재한다. 송승헌이다. 연기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한결 가볍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종영된 OCN 토일 오리지널 드라마 ‘플레이어’(극본 신재형, 연출 고재현)에서는 천재 사기꾼 강하리 역으로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진작 장르물을 할 걸 그랬어요. (웃음) ‘다시 봤다’는 시청자 반응에 기분이 좋아요. 신기해요. 그동안 멋진 캐릭터만 고집한 게 아닌가 되돌아보게 돼요.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영화 ‘인간중독’을 출연하면서부터예요. 20대 송승헌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작품이죠. 불륜 소재였으니까요. ‘인간중독’을 출연하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어요. 아빠(영화 ‘미쓰와이프’)도 해봤고, 절대 안 하겠다던 사극(SBS ‘사임당)도 출연했어요. 일본 앞잡이(영화 ‘대장 김창수’)에 저승사자(드라마 ‘블랙’)도 연기했고요. 안성기 선배가 너무 쉬지 말고, 얽매이지 말라고 했어요. 남은 건 작품밖에 없다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연기에 재미를 붙인 송승헌은 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들어오는 작품을 열심히 검토한다. 그렇다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송승헌은 “‘내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떨 땐 특정 장면이나 대사에 꽂혀서 결정할 때도 있다. 주변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스태프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보통 결과가 좋더라. 아무래도 대중과 가까운 시선이지 않나 싶다. ‘플레이어’도 그랬다”고 말했다.

‘플레이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고재현 감독님과 오랜 사이다. ‘여름향기’ 때부터 만나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인간적인 송승헌을 잘 알고 있다. 장난치고 짓궂은 송승헌을 잘 안다. 그걸 강하리에게 녹여 보여주자고 하더라. 심각하게 가지 말고 재미있게 하자고 했다. 다행히 보는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니 기분 좋았다. 어릴 때는 멋진 것만 고집했고, 평가도 박했다. 그런데 힘을 빼는 연기를 하니 좋은 평가가 나오더라.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함께한 정수정, 이시언, 태원석에 대해서는 “아끼는 동생들이 생겼다”고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사실 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어요. 다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서먹했어요. 제가 연장자니까 나서서 무엇이든 해야 했어요.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고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어요. 그러고 나니 조금씩 친해지더라고요. (정)수정이는 낯을 정말 많이 가려요. 서태지와 2002 한일 월드컵도 잘 모르더라고요. 그럴 때는 세대 차이가 났어요. 그래도 촬영할 때는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서로 반말하는 관계였으니까요. 오히려 더 일부러 하라고 하는 편이었고요. 나중에는 반말로 애드리브도 치더라고요. (웃음) 현장은 화기애애했어요.”

이런 팀워크 때문에 ‘플레이어’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송승헌은 “고재현 감독님은 이 캐릭터들을 오래도록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담처럼 다음 시즌에 해외도 가자고 했다. 할 수 있다면 시즌제로 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플레이어’가 5.803%(14회, 자체 최고시청률)로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송승헌에게 대표작은 데뷔작인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1996~1999)과 드라마 ‘가을 동화’(2000)로 통한다. 송승헌의 전성기이자, 개인적인 암흑기였다고.

“데뷔작 ‘남자 셋 여자 셋’은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그땐 연기자도 아니었죠. 30대 초반까지 많이 힘들었어요. 정말 많이 사랑받은 ‘가을 동화’ 때 촬영장이 버거웠을 정도예요. 과분하게 사랑받았지만, 상황에 떠밀려 20대와 30대 초반을 보낸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 인간 송승헌은 없었죠. 그런데 전역 후 팬레터를 받은 뒤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 연기에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제 연기에 행복하니 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요. 저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그저 일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부끄럽고 반성을 하게 됐어요. 그 뒤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연기를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 거죠.”

그리고 그 시발점 ‘인간중독’이었다. 송승헌은 “‘인간중독’ 이후 배우로서 즐거움이 크다. 현장 가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그전에는 일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제작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미니시리즈 한 편 할 때면 2~3달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적도 있었다. 스태프들 대두도 좋지 않았다. 쪽대본은 기본이었다. 대본 숙지도 안 된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다. 요즘에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인지 현장 가는 게 좋고 기다려진다”고 이야기했다.

한결 여유가 묻어난다. 자기 관리도 뛰어나다. 그렇기에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게 많아요. 20대 때만 해도 ‘이 일’(연예인)을 그만 둘까 고민했었지만, 요즘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톰 크루즈를 보면 자극이 많이 돼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액션과 멜로 연기를 오가잖아요. 자기 관리도 뛰어나고요. 톰 크루즈처럼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 목표예요. 누군가 저를 보면서 ‘저 배우, 참 멋지게 나이 들어간다’는 말을 들고 싶어요. 며칠 전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는데, 누군가의 일대기를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영광일 것 같아요.”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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