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마약왕’ 우민호 감독 “빈틈 채워준 송강호 연기에 소름”

입력 2019-01-05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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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마약왕’ 우민호 감독 “빈틈 채워준 송강호 연기에 소름”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의 인생을 그린 영화 ‘마약왕’은 여러 모로 우민호 감독의 독특한 시도를 담은 도전작이다. 선인이 아닌 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인물의 일대기를 제3의 시선에서 다소 냉소적으로 담았다. 관객을 영화로 인도하는 화자는 주인공을 두고 깊은 연민에 호소하거나 공감을 이끌어낸다기보다는 거리를 유지한다. 신파와 사랑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을 고집한 영화다.

더불어 ‘마약왕’은 우민호 감독이 ‘내부자들’로 대박 흥행을 터뜨린 직후 결정한 작품이기도 하다. “했던 것을 답습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었다”는 우 감독. 그가 흥행에 있어 어쩌면 안전한 다른 길을 두고 굳이 ‘마약왕’을 선택한 건, 단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우 감독은 해당 사진을 크게 인화한 패널을 들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형사들이 마약 밀수업자를 잡으러 가는 모습을 포착한 신문 사진인데요. 우연히 이 사진을 본 후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영웅이 아닌 악인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이야기라 고민을 많이 하긴 했어요. 이 사진이 아니었다면 영화 ‘마약왕’을 안 만들었을 거예요. 진짜가 아닌 가짜니까요.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약왕’에 부제를 붙인다면 파멸 혹은 자멸. 우민호 감독은 오래전부터 한 인물이 자멸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물을 몰아세우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을 흥미로워하는 편이다. 어떻게 파멸하고 무엇 때문에 파멸하는지를 좋아한다”는 우 감독은 ‘마약왕’을 통해 오랜 욕망을 실현했다.

이 가운데 주인공 이두삼의 파멸은 1970년대를 호령했던 故 박정희 前 대통령의 흥망성쇠와 맞닿아있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 속 인물과 역사 속 인물의 연관성에 대해 “파멸해가는 인물과 더불어 그 시대도 담고 싶었다. 비뚤어진 시대 속에서 인물이 욕망의 선을 넘을 때 개인의 파멸도 있지만 국가의 파멸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민호의 지휘 아래 ‘마약왕’의 타이틀롤로 나선 주인공은 국민 배우 송강호. 우 감독은 인터뷰 내내 송강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대하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시나리오상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송강호는 그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캐스팅했어요. 깊은 감정을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페이소스가 있는 배우니까요. ‘마약왕’은 제게 결코 쉬운 모험이 아니었지만 송강호 선배님이 계셨기 때문에 과감하게 같이 갈수 있었어요. 선뜻 하자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후반부 집중적으로 담긴 이두삼의 광기 어린 모습은 명배우 송강호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명장면. 우민호 감독은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소화할까 나도 궁금했는데 정말 소름 돋았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 신은 연극처럼 호흡을 끊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좋아할 사람들도 있고 싫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만한 재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마약왕’에는 송강호뿐 아니라 조정석 배두나 김소진 김대명 이성민 이희준 조우진 등 내로라하는 화려한 배우들이 함께했다. 그야말로 연기력 구멍 하나 없는 완벽한 캐스팅. 특히 조우진은 우 감독이 ‘내부자들을’ 통해 발굴한 배우이기에 ‘마약왕’에서의 재회가 더욱 뜻 깊었다.

“아무도 몰랐던 배우를 캐스팅해서 세상에 알렸으니 되게 뿌듯하고 자랑스럽죠. 사실 조우진은 워낙 연기도 잘하고 잠재력이 컸던 배우라 제가 발굴하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했을 거예요. 다만 그게 저라서 ‘다행’인 거죠. 하하. ‘내부자들’ 이후로 한층 성숙해지고 자신감도 붙어서 좋은 작품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기뻤어요. ‘마약왕’에서는 처음부터 조성강 역할을 염두하고 조우진에게 제안했어요. 전신에 문신하고 약을 맞는 조우진의 느낌이 궁금했죠.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기뻤어요.”

이두삼의 부인 성숙경으로 열연한 김소진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소진은 영화 ‘더 킹’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연기도 잘해야 했지만 신선하면서도 송강호 선배와 케미스트리도 좋아야 했어요. ‘더 킹’을 보고 상당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서 김소진을 캐스팅했어요. 집중을 굉장히 잘하는 배우더라고요. 배우들은 보통 현장에서 모니터실에서 같이 쉬는데요. 김소진은 현장에 계속 가 있더라고요. 현장을 느끼고 공간의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서요. 그런 점이 좀 특이하고 인상 깊었어요.”

이같이 열정적인 배우들과 함께한 ‘마약왕’을 잇는 우 감독의 차기작은 ‘남산의 부장들’이다. ‘내부자들’을 함께한 이병헌과의 재회작으로 이성민 곽도원도 출연한다. ‘마약왕’에 잠시 등장하기도 했던 1970년대 중앙정보부를 중심에 세운 작품이다.

“대놓고 중정의 이야기죠. 제가 1972년생인데 중정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베일에 싸인 존재였어요. 중정의 부장이 대통령을 쏜 것도 정말 충격이었잖아요. 과연 저 중정은 무엇일까 싶었죠.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중정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 해요. 그다음 작품은 아직 작가가 작업 중인데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걸 한답니다. 하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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