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정원영 “닮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입력 2019-01-14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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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정원영 “닮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어렸을 적 먼저 죽는 사람의 송덕문(頌德文)을 써주기로 한 두 친구. 세월이 지나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가 세상을 떠난 친구 앨빈의 송덕문을 작성하며 그와 있었던 추억을 되짚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앨빈’ 역을 맡고 있는 뮤지컬 배우 정원영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정원영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제 송덕문(頌德文)은 이렇게 작성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넌 어떻게 항상 긍정적이냐고 물어봐요. 그런 이야기를 하도 듣다보니 그렇지 않은 순간에도 밝은 척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하잖아요? 나쁜 일이 생겨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보니 성격도 밝아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저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저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원영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와 연이 닿게 된 것은 희한하게도 ‘지킬 앤 하이드’ 때문이었다. 8년 전 ‘올슉업’ 이후 오디뮤지컬컴퍼니와 연이 없었던 정원영은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같은 제작사의 작품인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을 보기로 결심했다. 떨어지더라도 뜨거운 마음으로 도전을 하기로 했던 것. 결과가 낙관적이진 않았지만 이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제안 받았다.

“9~10년 전에 (이)창용이가 하는 이 작품을 관람한 적이 있어요. 그 때는 배우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엔 주연을 맡은 창용이가 몹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 제안을 받았을 때 옛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제가 봤던 그 무대 위를 오른다는 생각에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원영이 연기하는 ‘앨빈’은 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아들이자 토마스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극 중에서 정원영은 토마스의 기억 속에 있는 앨빈을 연기한다. 토마스는 죽은 앨빈에 대해 태어난 곳에서 벗어나지 않은, 순진무구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친구로 기억한다. 그런 토마스를 바라보며 연기할 때 정원영은 말로 표현되지 않은 차가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 내가 ‘앨빈’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린 느낌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어떤 날은 ‘앨빈’과 제가 하나가 된 기분이 드는 날이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 넘버를 부르다가 눈물이 터져서 그 노래를 다 못 부르고 울기만 했던 적도 있었어요. 상대 배우였던 송원근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런데 토마스를 향한 앨빈의 미안함, 초라함 등을 생각하니 그 외로움의 무게가 말도 못 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어요.”

정원영에게도 ‘토마스’나 ‘앨빈’과 같은 절친한 친구가 있었을까. 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지기도 하기도 했다. 정원영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리고 사교성이 좋아서 인기가 많은 친구부터 그렇지 않은 친구들까지 모두 친하게 지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앨빈’과 ‘토마스’와 비슷한 관계였던 친구가 있었어요. 정말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고 잘 통했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어요. 그런데 그 친구 가족의 사정이 조금 힘들어지면서 멀어졌었어요. 그 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 친구의 속사정을 몰랐는데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미안함이 굉장히 남았어요. 그 친구가 생각이 많이 났어요.”

함께 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떨까. 그는 “지금까지 배우들이 산을 올라가는 등산로를 잘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라며 “지금까지 공연을 해 온 배우들이 없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어렵게 이 작품에 접근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등산로로 표현하면 송원근 형은 계단을 만들어 준 사람이라면 조성윤은 손잡으며 같이 가는 사람 같아요. 또 강필석 형은 보기만 해도 든든한, 형 뒤를 따라가면 무사히 산을 올라갈 수 있을 것 믿음을 주는 사람이에요. 또 같은 역을 하고 있는 이창용도 제 고민을 많이 들어주면서 제 연기에 확신을 준 사람이예요.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관객들의 ‘인생뮤지컬’이라고 불린다. 제목이 ‘내 인생 이야기’인 것처럼 평범한 두 남자의 특별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기에 관객들의 마음에 더 와 닿는 작품이다. 정원영은 “사람은 다 똑같지만 다르고 같은 그림을 봐도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나.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느낌이 이런 것과 비슷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갈 때 ‘토마스’와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고 ‘앨빈’과 같을 때도 있잖아요. 이 작품은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 이야기라서 ‘인생뮤지컬’이라고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과거를 뒤돌아봤을 때 생각이 나는 추억도 있을 것이고 보는 그 자체로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스케일이 크거나 장황한 메시지가 있진 않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에 정원영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통해 ‘함께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혼밥’(혼자서 밥 먹기), ‘혼술’(혼자서 술 마시기) 등 용어가 생기지 않았나. 물론 혼자서 하는 게 이상하다는 게 아니다. 함께 할 수 있지만 굳이 같이 안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해서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1인 가구도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홀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잖아요. 그 만큼 ‘외로움’이라는 단어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서 하면 좀 더 편하겠죠.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도 없고요. 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좀 힘들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 서로를 좀 더 배려하며 좋은 마음으로 희생하고 신경을 쓴다면 나은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세상을 살 때는 하나보다는 둘이, 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편,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2월 17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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