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김정난 “‘진실X거짓’-‘SKY캐슬’ 눈 빠지게 기다렸던 작품”

입력 2018-12-05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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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에요.”

배우 김정난은 요즘 스릴을 즐기며 살고 있다. 7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와 파격적인 연기로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 특히 ‘연극열전7’ 세 번째 작품인 ‘진실X거짓’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그는 사막 속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낀 시점에 찾아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연극 ‘진실X거짓’은 프랑스 작가 ‘플로에랑 젤레르’의 작품으로 부부이자 연인이며 또한 친구인 네 인물이 각자 사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과 진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 이 연극은 특별하게도 ‘진실’과 ‘거짓’ 두 편의 연작으로 이뤄져 있어 우리 삶에 있어서 떼어놓을 수 없는 말 속에 담긴 진실과 거짓을 더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김정난은 “좋다”라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퍼포먼스그룹153의 실연(Live arts) 형식의 융복합예술 ‘테레비-죤 (Televi-zone)’을 제외하고 정극은 오랜만에 도전이다. 한 캐릭터를 고수하길 바라지 않았던 그는 일부러 매체 활동을 쉬기도 했었다고. 그러던 중 들어온 것이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SKY캐슬’과 연극 ‘진실X거짓’이었다. 두 작품 모두 욕심이 나는 것이고 만사를 제치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매체 연기를 지속하면 매너리즘이 오기 마련이다. 또 나이를 먹다 보면 점점 할 수 있는 역할도 적어진다. 기회가 적어지니 연기에 대한 갈급함만 늘어가는 것 같다”라며 “또 매체에서 바라는 나의 이미지만 연기를 하면 또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배우에게 ‘연극’은 갈증을 해소하는 생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중간에 쉴 때 공연을 보러 다니거든요. 그런데 직업병인지 몰라도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나도 연극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해요. 배우에게 있어서 연극은 일종의 ‘실험’과도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작가가 원하는 바가 있고 편집이라는 기술이 들어가지만 연극은 연습을 하면서 배우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잖아요. 거기서 가장 좋았던 모습을 무대로 가져오는 거고요. 그러면서 더 자라는 것 같아요. 연기는 끝이 없더라고요.”


김정난이 맡은 ‘알리스’는 남편 ‘폴’의 절친인 ‘미셸’과 외도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극 중에 나오는 네 명의 인물 중 ‘알리스’는 “사람은 누구나 진실해야 하며 진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진실’과 ‘거짓’을 마주하는 김정난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진실은 옳은 거고 거짓은 나쁜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 연극을 보며 공감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하려고 그런 게 아닐까요? 너무 진실해서 상처 받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거짓이지만 누군가를 살리는 경우도 있잖아요. 누군가가 ‘진실’과 ‘거짓’은 동의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그저 지혜롭게 골라 쓰는 것뿐이죠. 게다가 오늘의 진실이 내일에는 거짓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정확한 선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진실X거짓’을 연기하며 김정난은 오랜만에 ‘대본 숙지’가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진실’과 ‘거짓’으로 나뉜 연극이기 때문에 대본이 2개이고 더블 캐스팅이기에 맞춰야 할 합이 더 많아졌다. 게다가 마치 탁구경기를 펼치듯 대사가 빠르게 오가기 때문에 실수라도 했다가는 큰일이 난다.

“모든 배우가 농담으로 ‘우리가 계약을 잘못했다’라고 웃으며 말해요. 정말 너무 힘들어요. 인물관계는 같지만 ‘진실’과 ‘거짓’은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대사도 따로 외워야 하고 주고받는 대화의 양이 엄청나니까 누가 하나 대사를 안 하고 가버리면 큰일이에요. 단추 잘못 끼우는 거랑 똑같죠. 그리고 요일마다 하는 작품이 다르니까 대사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요.(웃음) 그래서 공연장 가면 막판까지 대본을 놓지 않고 있어요.”

무대에서 받는 압박감은 심하지만 그만큼의 카타르시스도 있다. 그는 “지난해 공연에서 갑자기 대사를 잊어버려서 식은땀을 줄줄 흘린 적도 있었다. 이후로 대사 때문에 악몽을 꾸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든 대사에 대한 압박감이 있지만 연극은 더 심하다. 그래서 훨씬 어려운 연기다”라며 “그럼에도 연극은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해낼 수 있어!’가 아니라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연기를 해내고 나면 뿌듯함이 몰려온다. 연기를 하는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라고 말했다.


김정난은 현재 무대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활약 중이다. 특별출연이지만 JTBC ‘SKY캐슬’에서 아들을 서울의대로 보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엄마 ‘이명주’ 역을 맡았다. 드라마의 미스터리한 전개의 문을 연 김정난은 1회 방송에서 허망한 마음을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등 눈길을 끌었다. 김정난의 열연으로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2회만 출연하기로 했던 그는 틈틈이 현장을 나가고 있다고.

“처음에는 2회만 나가는 줄 알아서 이거 촬영하면서 연극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내가 큰일을 벌였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그래도 ‘SKY캐슬’의 명주도 너무 기다려왔던 역할이라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명주가 분량은 짧은데 뿜어내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연기하면 너무 힘든데도 좋아요. 작가 선생님께서 잘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전 그냥 숟가락만 얹었다고 생각해요.”

‘SKY캐슬’에서 빈틈없는 계획과 조련으로 아들을 서울의대에 합격시켜 3대째 의사 가문의 위업을 달성하는 역할을 맡은 김정난은 현 시대에 과한 뜨거운 교육열로 인해 생기는 사회 문제점들에 놀라기도 했지만 자녀들을 어쩔 수 없이 압박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입시생이었을 때 기억도 떠올렸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입장만 알 것 같았는데 이제 주변에 지인들이 한두 명씩 학부모가 되니까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입시’는 언제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잖아요. 과거가 덜했다고 할 수도 없죠. 성적이 나쁘면 그날은 부모님한테 엄청 혼나고 심지어는 맞기도 했잖아요. 어쩔 때는 모멸감이 들 정도의 말을 듣기도 했고요. 그러면 전 방에서 울고 엄마는 부엌에서 울고. 서로 속상하니까요. 부모님 시절에는 나라가 가난했기 때문에 정말 잘 살아보려고 눈물 나게 노력을 했고 자녀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게 가장 큰 바람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렇게 공부를 시키셨던 게 기억이 나요. 그럼에도 ‘SKY캐슬’은 부조리한 현실과 삐뚤어진 자식 사랑을 한 번쯤 생각하는 작품일 것 같아요.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런 것에 집중했어요.”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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