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사바하’ 이정재 “하다하다 염라대왕까지, 끊임없이 신상품 고민”

입력 2019-02-20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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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사바하’ 이정재 “하다하다 염라대왕까지, 끊임없이 신상품 고민”

배우 이정재가 영화 ‘사바하’를 통해 5년 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왔다. “하다하다 염라대왕까지 했다”는 그는 “의도적으로 결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한다”고 자신만의 롱런 비결을 전했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최대한 겹치지 않으려고 해요. 어렵죠. 어렸을 때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만 있었고 표현을 잘 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어요. 도전 아닌 도전을 한 시기였죠. 그런 과정을 거쳤고 여전히 해보지 않았던 느낌을 찾고 있어요. 관객들이 신상품을 좋아하니까 공급자 입장에선 신상품을 안 내놓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실제로 ‘관상’ 수양대군, ‘암살’ 염석진, ‘신과 함께’ 염라대왕 등 역할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예능인들의 성대모사 소재로도 이용됐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하다 보니 강한 캐릭터만 계속 했었다. 심지어 염라대왕까지 하고나서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싶더라”며 “개인적으로 는 내 대사를 따라해줘서 고맙다. 이제는 안 해주면 서운하다. 오히려 패러디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신기하다”라고 관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화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정재는 신흥 종교 비리를 쫓는 종교문제연구소 소장 박목사 역을 맡았다. 박목사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관찰하고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정재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나 직업군에 차이를 두면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일 수는 있더라.그런 점에서 ‘사바하’의 박목사는 내게 새로웠다”며 “현대극에 오랜만에 출연하는 것이라 생활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전작에 비해서는 고생했다고 하면 안 되죠. 오랜만에 현대극을 해서 분장 시간도 짧았고 덕분에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었거든요. 박목사의 생활연기가 자연스러웠으면 했고 동시에 캐릭터가 지닌 독특한 색깔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연기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얼마나 가볍고 유연하게 시작을 할 것인지, 첫 수위를 정하는 것이 저한테는 중요했었어요. 박목사가 너무 점잖으면 영화가 지루할 수 있잖아요.”

이어 “캐릭터가 심심해 보일까봐 감독님에게 리허설을 많이 하자고 제안했다. 감독님이 연기를 하면 내가 그 모습을 찍었다. 감독님의 연기를 통해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목사는 가볍게 시작하다가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감정 자체가 바뀌어버려요. ‘사바하’에서 제가 특별하게 준비했다고 할 만한 부분은 굉장히 슬픈 과거를 갖고 있는 나한(박정민 분)이라는 청년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박목사는 먹먹한 분위기가 감도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숨 쉴 여유를 제공하는 유머를 겸비했다. 이정재는 “유머러스한 캐릭터인데 내가 잘 살리지 못했다. 더 허당끼 있는 연기를 했는데 다 편집됐더라. 나에게 저런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섭섭하진 않다”고 촬영 후기를 추억했다.

‘검은 사제들’ 속 강동원의 사제복이 관객들에게 잔상을 남겼다면, ‘사바하’에선 박목사의 깔끔한 일상 패션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안경은 박목사의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감독님이 안경 유리에 반사되는 효과를 내고 싶어 했어요. 안경을 쓴 박목사, 벗은 박목사 등 여러 모습을 원했고 연기하기에 아주 유용했던 소품이었습니다. 원래는 안경 도수가 없었는데 도수를 맞춰보려고 안경점에 갔었어요. 어우~ 충격 받았잖아요. 노안이 왔다고 해요. 요즘에 명함을 보려고 해도 멀리 놓고 봐야하거든요. (눈 상태를) 대충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도수를 맞추고 보니 세상이 훤하게 보이는 거예요. 채도도 선명해졌고요. 갑자기 우울하더라고요.”


이정재는 “흥행에 성공해서 속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출연할 것이다. 박목사는 계속 등장해도 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괜찮은 인물”이라며 “‘검은 사제들’에 대한 잔상이 많이 남아 있는 관객에게는 ‘사바하’를 전혀 다른 장르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거듭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복잡하고 어렵고 심오해 보이지만 미스터리 장르인지라 당연히 그래 보여야만 해요. 미스터리하지 않으면 안 되죠. 일단 전작 ‘검은사제들’과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어한 감독의 욕심이 보였어요. 또 저는 ‘사바하’를 해피엔딩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해피엔딩.”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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