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변신은 가끔 다채로움을 넘어 신비로울 정도다. 한없이 가벼운 역을 맡았던 배우가 어느 작품에서는 소름끼치는 악역을 연기하고 그 다음에는 정의의 사도가 될 때 배우는 역시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천덕구 역을 맡은 김경남도 이런 신비함을 선사한 배우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준돌에서 ‘이리와 안아줘’ 윤현무를 넘어 그는 이 작품에서 조진갑(김동욱)을 돕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천덕구 역을 맡아 활약했다.
“지난 5개월 동안 정말 행복하게 촬영 했어요, 동료 배우들,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이야기라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게 되어 기뻐요.”
김경남은 근로 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갑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타파하고 학창시절 권력에 굴복한 과거를 지닌 천덕구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보면 볼수록 덕구가 잘 생겨 보인다’던 어느 시청자의 평가는 이 캐릭터를 연기한 김경남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천덕구로서 작품 안에서 보여드릴 것이 정말 많았어요. 10년 만에 만난 사제 간의 모습이나 말숙(설인아)과의 러브라인도 그렇고요. 특히 드라마라서 가능한, 현실에선 불가능한 방법으로 갑질을 타파한다는 것이 시청자들에 재밌게 보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김경남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엮이며 캐릭터의 매력을 확고히 했다. 극중 사제 관계이자 갑질 타파 파트너인 김동욱과의 호흡은 물론, 설인아와의 러브라인도 그에겐 숙제였다.
“(김)동욱 형님도 그렇고 출연진들 모두 이렇게 서로 낯가리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친해지기 위한 자리를 많이 만들었고 서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현실에서 친해지지 않으면 시청자들도 편하게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죠.”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분위기 속에서 김경남은 천덕구로서 날아다녔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중하게, 어느 때에는 갑을기획의 사장으로서 김경남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음껏 활약했다.
“사실 ‘조장풍’ 촬영 감독님이 전작 ‘이리와 안아줘’하고 같은 분이셨어요. 그 분이 저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난 번 촬영장에선 말도 안하고 조용히 있었는데 이번엔 웃기도 잘 웃고 활발하게 연기를 하니까요. 저도 배역이나 촬영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타나 봐요.”
하지만 김경남에게 있어 이 작품은 만만치 않은 난관이기도 했다. 판타지적인 상상력, 만화 같은 캐릭터 그리고 갑질이라는 현실적 소재 사이에서 김경남은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아무래도 갑을기획 멤버들과의 모습이 만화적으로 표현이 되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그림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제 연기가 너무 과장된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럴 때마다 동욱이 형하고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했어요. 특히 동욱이 형에게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닐까요’라고 했을 때 ‘너 잘하고 있어. 네가 하는 게 최고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도움이 됐어요.”
이제 김경남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끝난 지금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다음 행보를 준비 중이다. 시청자들에게 김경남이라는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알린 지금의 소감을 묻자 그는 “내 편이 늘어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특별하게 뭔가가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어요, 다만 작품이 하나 끝날 때마다 많은 것을 얻고 가는 것 같아요. 제 편도 늘어가고 동료도 늘어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늘 너무 빨리 가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빨리 가기보다 꾸준히 하고 싶어요. 뭐든지 다양하게 열어두고 활동하고 싶어요.”
사진=제이알 이엔티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