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기생충’ 이정은 “엄마는 나보고 배우할 상 아니라고, 시대 잘 만나”

입력 2019-06-13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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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기생충’ 이정은 “엄마는 나보고 배우할 상 아니라고, 시대 잘 만나”

배우 이정은에게 로또 당첨 번호를 물어봐도 될 정도로, 요즘 감(感)이 좋다. 얼추 골라도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조연상을 안겨준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그리고 영화 ‘미쓰백’ ‘미성년’ 그리고 ‘기생충’까지 수작에는 이정은이 있다.

“이선균이 저에게 ‘우주의 기운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잘 하라’는 의미죠. 이렇게 좋은 시기가 있으면 어려움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거망동하지 말아야죠. 부담되지만, 좋은 시기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정은은 자신을 둘러싼 ‘우주의 기운’ 영광을 작품과 제작진에게 돌렸다. 그는 “주목 받는 작품에 참여해서 내가 득을 많이 본 것”이라며 “시대를 잘 만났다. 대학시절, 엄마조차 ‘너는 배우가 될 상은 아니다’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이 있듯이 비인기 역할이 있을 거예요. 시대가 변해서 역할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죠. 조금 더 재미있고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거예요. 학교 다닐 때도 제가 맡은 역할에는 오디션 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은 한 작품에 주인공이 많이 출연하잖아요. 그에 따라 이야기도 촘촘하게 돼 있고요.”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정은은 역할의 비중보다는 역할이 지닌 개연성과 밀도에 더 중점을 둔다. 영화 ‘기생충’에서 연기한 문광 캐릭터에서도 소신이 느껴진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문광은 단순한 가정부가 아닌 ‘기생충’ 반전 전개에 핵심 인물이다. 뮤지컬 ‘빨래’에 출연할 때 장애아를 숨기는 역할을 했었다. 실제로도 월세방에서 강아지 네 마리를 비밀스럽게 키워본 적이 있다. 이정은은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결속력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문광처럼.

“봉준호 감독과는 ‘마더’로 처음 작업을 함께 했고, ‘옥자’에선 목소리 연기를 했어요. 슈퍼돼지 소리를 내려니까 그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죠. 덕분에 ‘기생충’ 문광은 적어도 인간 역할인지라 (상대적으로 연기하기에) 수월했어요. ‘기생충’ 후반부를 전개를 위해서 초반에 극치의 우아함을 전달하려고 했었죠. 옷도 예쁘게 입고 품위 있게요. 제가 귀엽게 생긴 편이라 반전 효과가 날 수 있을지 두려웠었어요. 관객들이 무서웠다고 말하는 인터폰 장면이 있는데, 지인들은 ‘너 술 마시면 그 모습이야’라고 하는 거예요. 제 딴에는 술 마시고 귀여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미쳐 보이기도 하나봐요.(웃음)”

남편 근세 역할을 맡은 배우 박명훈과는 2005년 연극 ‘라이어’를 통해 처음 만났었다. 이정은은 “당시 박명훈이 맡은 역할 때문에 남성적인 매력을 못 느꼈었다. ‘라이어’ 이후 박명훈이 독립영화계를 휩쓸고 다녔고 나는 드라마 쪽에서 주로 활동을 했었다. ‘기생충’에 둘 다 캐스팅이 돼 놀랐었다”며 “‘기생충’을 촬영하면서는 문광을 향한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부부의 정일까”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선 나에게 연기를 잘했다고 말하는데, ‘기생충’은 구조 자체가 좋은 작품이다. 모두 아티스트들의 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거듭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연기할 때가 재미있어요. 사회에는 평가라는 것이 있고, 제 마음대로 역할을 정할 수 없으니까 마음을 내려놓는 작업을 먼저 했었죠. 아까도 말했지만, 튀는 역할보다는 ‘어떤 이야기, 어떤 역할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풀어내려고 합니다’가 중요해요. 이야기의 구조, 특수성이요. 그런 부분을 설명할 줄 아는 연출과 일하고 싶습니다. 아쉽지만, 연극 무대는 내년까지는 계획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대본 있으면 영화, 드라마, 무대 모두 병행하고 싶고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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