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 상해 1편]예원, 황포강, 푸동과 외탄, 남경로

입력 2014-04-16 09: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중국어를 못해도 어렵지 않게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상해다. 게다가 상해의 지극히 발전적인 도시의 모습을 본다면, 중국에 대한 어렴풋한 그러나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던 선입견은 금새 사라질 것이다. 화려한 야경과 수많은 고층빌딩, 다국적 기업들의 간판과 네온 사인들, 흔하게 마주치는 파란 눈의 외국인과 백화점, 고급 브랜드들은 상해를 또 하나의 홍콩으로 만들어 버린다.

관광지를 돌아보는 관광객이든, 멋진 물건을 찾아 불나방처럼 날아든 쇼핑객이든, 미식가든 상해라면 만족할만하다. 3~4일 정도면 상해 일정은 무난하고, 여기에 부지런을 조금 떤다면 주변 도시 하나 더 여행할 수 있다. 여행객의 고민을 덜어 줄 테마별 상해 가이드.

For Traveler

상해는 큰 도시지만 관광지들은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그래서 루트만 잘 짠다면 걷는 재미를 보태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 서울에 비하면 교통비 역시 저렴한 편이니 일행이 2명만 되어도 택시를 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예원

예원입구의 인파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어느 항공사 광고에서 나왔던 바로 그 뾰족 지붕의 중국식 정원이다. 단연 상해 최고의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중국인들에게도 최고의 볼거리인지라 언제나 여행객으로 좁은 골목길과 복잡한 정원은 붐비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정원이 시작되기 전 예원상장이라 불리는 상가가 인파와 함께 시작된다. 고건축을 응용한 멋들어진 건물로 이루어진 상가들은 식당, 기념품점, 만두집, 찻집들로 빼곡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고가들 속에 자리잡은 스타벅스니 커피 빈이니 하는 것들. 스타벅스 없는 곳이 과연 지구상에 몇 곳이나 될까 싶었는데 차를 물 마시듯 하는 중국인들 틈에도 들어온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부엔 외국인이 절대 다수이긴 하다.

예원으로 들어가기 전 직각으로 몇 번이나 꺾어진 다리가 놓인 인공 연못이 있다. 다리가 꺾인 이유에 대해서는 귀신의 접근을 막거나 혹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더디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하튼 여느 연못처럼 팔뚝만한 잉어들이 놀고, 옆으로는 뛰어난 전망으로 유명한 찻집이 있다. 예원은 명나라 때 지어졌는데,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 등 상해가 처했던 역사적인 사건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40여 개의 인공연못과 다리, 누각과 정원 등이 훼손당하긴 했지만 이후 보수와 재건을 거쳐 현존하는 강남 제일의 정원으로 자리잡았다.

용의 발가락 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예원은 마치 책장을 열고 다음 장을 들여다 보듯 담과 문을 통과하면 다른 정원이 펼쳐지는데, 그 모습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다음 정원으로 넘어가는 문들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황제만이 사용하는 용을 이 정원에 사용했다는 모함에 발가락 수가 다르다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하는데 그 용은 긴 담 위에서 만리장성처럼 굽이굽이 펼쳐지고 있다. 손을 들어 발가락 수를 세어보는 관광객들을 굽어보면서.

황포강

황포강에서 바라본 동방명주의 야경. 유람선이 다닌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상해를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눈다면 그 기준은 황포강으로 삼아도 무방하리라. 황포강을 기준으로 한쪽은 고층 빌딩이 늘어선 신시가 푸동지역이고, 반대쪽은 예원을 비롯한 외탄과 남경로가 있는 일종의 구시가라 할 수 있다. 황포강의 멋은 밤에 발현되고, 그 수단은 유람선이다. 강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푸동과 외탄의 야경은 곧잘 상해 풍경의 첫 장을 장식하고 어두운 강물 위로 네온을 단 배들이 마치 유성처럼 꼬리를 남기며 오간다. 그리고 외탄의 강둑에선 이 풍경을 보는 이들이 밤이나 낮이나 난간에 기대 상해 기념사진을 만들어 간다.


푸동과 외탄


푸동 야경의 주인공이 동방명주이고, 외탄의 주인공들은 묵직한 석조 건물들이다. 이는 비단 밤 만의 얘기는 아니다. 구슬을 꾀인 것 같은 모양의 동방명주는 원래 TV 수신탑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 한다.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가 있고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도 있으니 아마도 상해 경치를 내려다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듯 하다. 저녁무렵 올라간다면 낮의 상해와 조금 더 기다려 밤이 지배한 상해의 화려한 네온, 외탄까지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금무대하라는 하얏트 호텔이 들어선 건물도 있는데, 88층엔 전망대, 87층엔 호텔 카페가 있다. 비슷한 금액으로 차와 전망을 원한다면 아무래도 높이가 조금 딸리긴 하지만 금무대하가 나을 수도 있겠다.

번화한 남경로. 양쪽으로 상점이 즐비하다. 사진=모두투어 자료 공

반면에 외탄의 석조 건물들은 아직 중국이 근대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외탄의 건물들은 보기와는 달리 상해의 아픈 기억이다. 아편 전쟁에 진 중국이 이 지역을 조계지로 내 놓으면서 들어선 열강들이 각자 자신들의 양식대로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흔적이 오히려 관광객에게 볼거리가 되고 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건물들은 아직도 호텔 혹은 은행, 세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고 밤이면 조명을 밝혀 상해 밤 풍경의 또 다른 얼굴을 만들고 있다.

남경로

상해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으로 하남중로부터 인민광장까지 약 2km 정도의 남경동로가 그 중심이다. 남경로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일반 차량의 출입은 금지되어있고 꼬마열차가 이 긴 보행로를 오가지만 다리가 아파서라기 보다는 그저 한번 타보는 것으로 다들 열차에 오른다. 거리 좌우로는 백화점, 쇼핑센터와 레스토랑, 기념품점들이다. 저녁이 되면 간판과 건물에 장식된 네온이 불을 밝혀 거리는 더 화려해지고 요란스러워진다. 홍콩이 따로 없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전화 1544-525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