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가 노래하는 곳, 스위스 융프라우를 가다

입력 2014-06-30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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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베른… 스위스의 중심도시를 둘러보았다면 그 다음으로 찾아야 할 곳. 바로 알프스 산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융프라우. 우리에겐 융프라우로 잘 알려진 이것은 길고 거대한 알프스 산맥의 한 봉우리였고,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융프라우요흐’라 불리는, 융프라우의 바로 밑이라는 뜻의 그곳이다.

베른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인터라켄. 호수 사이의 마을이라는 뜻의 아름다운 이 작은 마을 같은 도시는 동역과 서역으로 나뉘며 융프라우로 가는 열차를 타려면 동역에서 내려야 한다. 해발 4천 미터에 육박하는 고지대이기에 사람들은 말한다.

“동역에 내려 융프라우로 오르는 기차표를 사면 꼭 바로 옆에 있는 COOP(스위스의 슈퍼마켓 체인)에 들러 물을 한 병씩 사가야 한다.”

사진=모두투어 자료제공

이유인즉 생전처음 오르는 높이를 즐기기엔 고산증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이는 이야기에 듣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유레일패스를 구입할 때 받은 쿠폰을 보여주자 130프랑(약 15만원)에 왕복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일본인 친구들은 한국에서만 지급되는 이 쿠폰을 받지 못해 140프랑에 구입했다. 인터라켄의 구석구석을 채 둘러보기도 전에 다음 기차가 출발한다는 방송이 들렸고, 부리나케 열차에 올랐다.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융프라우 열차. 속도는 느리고 오르는 데만 2번이나 환승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 아름다운 대장관을 감사하는 데 있어 오히려 배려에 가까운 것이었다.


융프라우 열차의 판타지

열차가 출발한다. 사람이 많지 안아 이쪽저쪽 자리를 옮겨가며 그 모습들을 눈에 기억하려 애썼다. 11월 중순이 넘은 만년설의 알프르산은 온몸이 얼 정도로 추웠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다. 오히려 필터처럼 가려져 있는 듯한 답답함에 못이겨 창문마저 열어젖히고 알프스 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첫 번째 환승역인 라우터브룬넨, 아직은 초록이 넘치고 거대한 돌산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폭포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오는 모습에 잠시 꿈 같은 환상을 느꼈다. 기가막힌 환승 타이밍에 찬사를 보내며 넋이 나간 듯 단 1초라도, 단 1장이라도 다 내눈에… 내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제공

그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열차에 올라탔고, 열차는 천천히 정상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해발 천 미터를 넘었지만, 드문드문 집들도 보이고, 학교를 마친 꼬마 아이들도 집에 가려 간이역에 멈춰 내리곤 헀다. 눈부시게 새하얀 피부에 이제 외국인들이 신기하지도 않은 듯하지만 환하게 웃어주던 스위스 아이들을 바라보며 즐거운 감상에 젖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산의 초록도 중간 중간 있던 집들도 자취를 감추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눈과 얼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환승역인 클라이네 샤이데크에 내렸다. 그곳에 작은 매점이 있고 탁 틍니 알프스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생전 처음 보는 그 광경에 우리 모두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마지막 열차를 타고 도착한 종착역 융프라우요흐. 아웃도어 브랜드를 통해 들어보았던 그 이름들이 실제로는 알프스산맥의 봉우리 이름이었다니. 내가 정말 이곳에 있는 게 맞는지 분에 찬 이 즐거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그저 이 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했다. 다음 내려가는 열차까지는 시간이 꽤 충분했기에 여유롭게 융프라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모두투어 자료제공

얼음 조각들이 있는 얼음궁전과 아찔한 산 아래가 다 뚫려 보이는 스핑크스 전망대, 스위스 국기가 꽂혀 휘날리는 플라토 전망대, 가장 기억에 남는 융프라우 정상에서 먹었던 신라면 한사발의 그 맛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내 온 신경을 휘감는다.

잠시 동안은 고산증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마련된 소파에 쓰러져있기도 했었다. 일어나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나중에 지나고 나면 다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겨질 이 모든 것이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이 순간도 다 지나가리라.

융프라우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체통이 있다. 어딜 가더라도 기념품엔 눈길조차 안 주던 내가 이곳에서만큼은 엽서 한 장을 샀다. 현재의 상황과 심정, 그리움과 즐거움이 담긴 내 마음을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사진=모두투어 자료제공

오후 4시경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 융프라우 열차의 배려는 끝나지 않는다. 오르는 길과 반대편의 노선으로 내려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종착역은 인터라켄 동역으로 같지만, 이 섬세한 배려는 여행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 것은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은 모두 같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벅차오르는 그 뜨거운 무언가를 말이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전화 1544-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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