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콘 “제가 언제 ‘파가니니’를 해보겠어요?”

입력 2019-03-15 17:3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파가니니’ 자체를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경험이죠. 언제 해보겠어요?”

‘음악 문외한’도 이름은 들어봤을 ‘파가니니’다. 단언컨대 난이도가 가장 높은 연주가 가득해 전공자에게는 두려운 이름이다. 3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하는 뮤지컬 ‘파가니니’를 공연 중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액터뮤지션인 콘(KoN)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아무나 경험하지 못할 일을 내가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1840년 파가니니가 숨을 거둔 후,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묘지 매장을 불허 당하고 이에 아들 아킬레가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길고 긴 법정 싸움을 시작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린 파가니니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콘은 오디션 소식을 주변인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파가니니’ 오디션 소식을 듣고 ‘너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문자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그는 “서울 오디션 날짜가 이미 지나서 대전에 내려가서 오디션을 봤다”며 “꼭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오필리어’(2014)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콘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동안 뮤지컬을 하지도 않았고 늘 혼자 연주를 해왔기 때문에 배우들과 단체생활을 하는 것이 좀 생소했다”라며 “‘모비딕’때는 저와 같은 연주자인 배우들이 많았기도 했지만 ‘파가니니’는 저 빼고는 다 전문 배우들이지 않나. 연주도 잘해야 했지만 연기도 잘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연기, 노래, 연주 중에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연기였어요. 타이틀롤이기도 해서 연기의 구멍이 없어야 했죠. 상대적으로 연주가 가장 덜 걱정됐지만 ‘파가니니’ 음악이잖아요. 연주가 워낙 어렵기도 하고 바이올린을 키면서 움직이기도 해야 해서 실수의 오차를 줄이는 게 큰 목표였어요. 광적인 예술의 혼을 태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야 해서 과감 없는 액션을 할 때도 있는데 관객석에는 티가 안 나더라고요.(웃음)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성취 욕심이 강해서 더 그래요.”

그는 “뮤지컬 ‘파가니니’에서 연주되는 그의 곡들만 연습해도 하루가 다 간다. 하루를 충분히 다 쓰고도 남는다”라며 “설정이 ‘악마에게 홀린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보니 무대에서 예상한 것보다 체력을 더 끌어다 쓴다. 속주도 하고 기교도 부리는 등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보여주면 팔이 후들후들 떨린다. ‘다음 공연에서는 좀 살살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안 된다. 파스 붙이며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극 중에서 파가니니가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거니까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연주자로 파가니니의 선율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심신이 쇠약해지는데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기분이 어떨지 짐작하면서 연주할 때 마음은 새로운 경험이거든요. 저도 작곡을 하니까 이 공연을 통해서 또 새로운 마음으로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콘’이라는 이름을 갖고 앨범을 낸 지가 벌써 10년이 됐다. 그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를 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한 사람이 여러 장르를 도전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음악가들은 자신의 분야가 더 명확한 때였다. 이에 콘 스스로도 나름의 정체성의 혼돈이 있을 때도 있었다고. 그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사람 같았다. ‘나 뭐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처음에 뮤지컬 ‘모비딕’을 할 때 충격을 받았던 건 연주를 하면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섬세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움직여야 한다니 ‘쇼킹’했었죠. 움직이면서 연주를 하면 조금씩 음정이 어긋날 때가 있어요. 연주자에겐 치명적인 실수인데 뮤지컬에선 그 정도는 아니니 조금 이상했어요. 또 오로지 바이올린 연주를 하러 가면 관계자 분이 ‘몸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지적을 하시고요. 저 역시도 예리함도 없어진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멀티테이너’가 각광받는 시대가 아닌가. 그는 앞으로도 여러 도전을 하며 자양분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교도 중요하지만 연륜과 경험도 무척 중요하다”라며 “그동안 집시 음악을 위주로 만들어왔던 내가 ‘파가니니’를 통해 얻은 것으로 다른 음악을 생각하는 것처럼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음악적인 영역을 보다 넓히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콘은 앞으로 문화적으로 ‘허브(HUB)'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에 뛰어들어 의미를 찾고 싶다고 말하며 “그 안에 내가 존재했을 때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고 또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획이 아닌 종(縱)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문화인들이 각자의 분야를 더 깊숙이 파고든다면 저는 그 장르들을 엮어서 또 다른 문화로 만드는 데 흥미가 있어요. 요즘 국악과 현대무용이 컬래버레이션을 이루는 등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분야인데 또 다른 예술로 탄생되거든요. 제가 거기에 축이 됐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HJ컬처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