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0점대 WHIP 선발투수가 4명이나?

입력 2018-04-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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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산체스-두산 이용찬-후랭코프-린드블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투수 방어율은 타자의 타율처럼 전통적인 의미의 성적표다. 반면 이닝당출루허용(WHIP)은 현대야구에서 투수의 능력을 가장 객관적이면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다. 방어율과 달리 구원투수들의 역할은 완전히 배제된다. 1등을 해도 트로피를 받을 순 없지만 방어율보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는 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과거 0점대 방어율이 ‘선동열 방어율’로 불릴 만큼 놀라운 기록이었던 것처럼 0점대 WHIP역시 특급 투수에게만 허용되는 자랑스러운 상징이다.

프로야구 2018 KBO리그는 시즌 초반 4명의 선발 투수가 0점대 WHIP를 기록하고 있다(18일 기준). SK 앙헬 산체스(0.69)를 비롯해 세스 후랭코프(0.87), 이용찬(0.89), 조쉬 리드블럼(0.99·이상 두산)이 그 주인공이다. 토종 투수는 이용찬 뿐이다. 1.3이하 WHIP를 기록 중인 투수도 10명이다.

지난해 리그에서 규정이닝 이상 투구를 기준으로 0점대 WHIP투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1.3이하는 6명이었다. 2016시즌 역시 0점대는 없었고 1.3이하는 4명이었다. WHIP통계가 완성된 2007년 이후 0점대 투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2007년 이후 가장 뛰어난 WHIP는 2012년 윤석민(KIA)이 세운 1.00이다.

투수가 홈런과 싸우며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역시 지난해 0점대 WHIP 투수는 코비 클루버(클리블랜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등 정상급 선발투수 단 4명 뿐이었다.

WHIP는 투수가 얼마나 많은 타자를 출루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9이닝 동안 안타를 18개 맞아도 자책점이 없으면 방어율은 0이지만 WHIP는 2를 기록한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구원투수도 아닌 선발투수가 0점대 WHIP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출루허용을 최소화하며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선발투수들의 WHIP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은 타고투저의 미세한 균열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특급 외국인 투수들의 몫이 크다. SK 산체스는 26이닝 동안 볼넷이 단 1개다. 이닝당 단 0.69명의 타자만 출루를 허용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산체스에 대해 “시속 155㎞의 빠른 공을 꾸준히 던지면서 제구력까지 빈틈이 없다. 클래스가 다르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18일까지 WHIP 0점대 투수 4명 중 3명이 1위를 질주하고 있다는 두산 소속이라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산체스, 후랭코프, 린드블럼 등과 함께 NC 왕웨이중, LG 타일러 윌슨 등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들이 뛰어난 투구를 이어가며 올 시즌 팽팽한 투수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리그의 흥행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 WHIP

WHIP(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는 투수가 허용한 안타와 볼넷을 더해 투구 이닝으로 나눈 값으로, 이닝당 출루허용으로 불린다. WHIP가 1점대 초반인 투수는 리그 정상급으로 분류된다.


● 방어율

투수가 9이닝 당 내준 자책점의 평균값. 투수의 자책점에 9를 곱한 뒤 전체 투구이닝으로 나눠 계산한다. 골프의 타수와 마찬가지로 낮을수록 좋다. KBO리그에서는 1993년 선동열(해태)의 0.78이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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